
2023년, 고금리로 동학개미들이 비명을 지를 때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여준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이차전지주(株)입니다.
에코프로를 필두로 포스코퓨처엠, 코스모신소재, 성일하이텍 등 이차전지 소재 및 리사이클링(재활용)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뛰었습니다. 1년도 채 안 돼 주가가 3~4배 뛰는 현상이 나타났고, 액면분할 하기 전 에코프로그룹의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주당 100만원 선을 돌파해 ‘황제주’에 등극했습니다.
그리고 이차전지 팬덤까지 만들어지면서 관련 기업들은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같은해 7월 정점을 찍었던 주가는 하락을 시작, 지금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고점 대비 80% 이상 하락한 상태죠.
이차전지 광풍을 이끌었던 금양은 최근 감사인인 한울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으로 ‘의견 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곳의 홍보이사였던 박순혁 작가가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을 소개하며 ‘밧데리 아저씨’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차전지가 전기차에 필수 부품으로 들어가기에 관련 산업이 꺾였다고 보긴 힘듭니다. 오늘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를 만드는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에코프로비엠 주가 추이[사진 출처=네이버증권 갈무리]](https://wimg.mk.co.kr/news/cms/202503/30/news-p.v1.20250328.77e23ee614fc45abb54cb02bb396fafa_P1.png)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전 거래일 보다 4700원(4.34%) 하락한 10만3500원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날 주가가 10만3400원까지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찍었습니다. 현재 주가는 에코프로비엠의 최고점인 58만4000원 보다 약 82.28% 하락한 상태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의 시가총액은 10조1224억원입니다. 한때 코스닥 시총 1위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알테오젠에 자리를 넘기고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9년 3월 코스닥에 입성한 에코프로비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이니켈 NCM 및 NCA 양극재를 동시에 양산할 수 있는 곳입니다.
NCA는 에코프로비엠의 주력 제품으로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2019년 니켈 함량이 90%에 달하는 양산 기술을 확보해 삼성SDI 등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NCM은 니켈, 코발트, 망간으로 이뤄져 있는데 전기차향 배터리로의 공급이 확대되면서 경쟁력을 갖춰갔습니다.
![에코프로 이미지[사진 출처=뉴스1]](https://wimg.mk.co.kr/news/cms/202503/30/news-p.v1.20250328.bd170311080d449bbea727bd1851f295_P1.jpg)
에코프로비엠은 경쟁사 대비 선제적인 캐파(CAPA·설비투자) 증설에 나섰기에 생산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울러 양극재 제조에 필요한 전구체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옛 에코프로지이엠)를 통해 전구체 물량의 50% 내외 수준을 공급받는데 타 업체가 20% 이하 수준임을 감안할 때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같은 특징 때문에 상장 이후 주식 투자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해 상장 후 약 3년 만에 10배 가까이 뛰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이차전지 광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더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 현상이 불거지면서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우려도 커졌습니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정체되면서 국내 이차전지 시장도 크게 위축됐습니다.
실적 악화로도 이어졌는데요. 이차전지 양극재, 음극재 기업들이 적자를 냈고, 에코프로비엠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에코프로비엠의 매출액은 2조7668억원으로 직전해 대비 59.9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41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습니다. 당기순손실도 965억원이었습니다.

현재 코스닥시장에 있는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부터 이전상장을 준비했습니다.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게 된다면 연기금 등의 매입 수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적 부진이 발목을 잡으며 최근 이 계획을 접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은 “당사는 이전 상장을 추진했으나 여러 제반 여건을 고려해 이전상장 신청의 건을 철회하기로 했다”며 “향후 경영실적 개선 확인 후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 예비심사를 재신청할 예정”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철회 공시가 나온 지난 2월28일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11.19%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인 건 맞지만 아직 국내외 증권사들의 시선은 밝지 않습니다. 대부분 매수 의견을 내는 국내 증권사들은 ‘보유(Hold)’, ‘중립(Neutral)’ 등의 의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메리츠증권, DB금융투자, 다올투자증권, iM증권, 한화투자증권, 삼성증은 보유, 하나증권, IBK투자증권은 중립, 키움증권은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 등의 의견을 냈습니다.
![에코프로 이미지[사진 출처=에코프로비엠 IR자료 갈무리]](https://wimg.mk.co.kr/news/cms/202503/30/news-p.v1.20250328.0aadb1488ec14cf4bb254e45df62ed4e_P1.png)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 소재 업체들 중 선제적으로 캐파 확장을 지속해 높은 시장 장악력을 갖추고 있으나 셀 업체들의 소재 수직계열화 확대, 높은 캐파 확장에 다른 BEP(손익분기점) 시점 상향, 미드니켈 및 LFP로 고객사의 소재 다변화 등 다소 도전적인 이슈들이 공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에코프로비엠은 출하량이 전년 대비 40% 증가할 것이란 가이던스(목표치)를 제시했지만 이는 기저효과 영향으로 판단되며 여전히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및 정책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흑자전환 시점은 올 2분기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더욱 냉정합니다. UBS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Sell)’,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악화되는 수요 속 양극재 생산량의 성장 전망치를 낮춰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기차 시장이 재성장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보인다면서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낸 곳도 있었습니다. 2년여간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보유 의견을 유지했던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이차전지 산업 리스크가 대부분 노출된 상태라며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Buy)’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20만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3/30/news-p.v1.20241230.8635574e94fb4e77b0196da6cc380321_P1.png)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지속 성장 가능한 2030년의 지배주주순이익을 기즌으로 하면 PER(주가수익배수) 32배 수준인데 예상보다 밸류에이션(평가가치) 프리미엄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전기차 정책, EU(유럽연합)의 탄소배출 규제 완화 등 전기차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과도하게 팽배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K배터리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는 △DB금융투자 13만원 △DS투자증권 14만원 △NH투자증권 15만원 △IBK투자증권 11만5000원 △KB증권 17만원 △메리츠증권 17만원 △신영증권 16만원 △키움증권 13만5000원 △한화투자증권 11만원 △하나증권 12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