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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반도체연구소 회장이 꼽은 ‘반도체 트렌드’...핵심은 ‘C-FET’

아이멕의 루크 반 덴 호브 회장 “로직내 메모리 비중 커질 듯”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협업 한국 내 R&D 센터 설립 가능성 25억 유로 규모의 투자 단행

  • 이상덕
  • 기사입력:2025.02.18 17:01:21
  • 최종수정:2025.02.18 17: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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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멕의 루크 반 덴 호브 회장
“로직내 메모리 비중 커질 듯”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협업
한국 내 R&D 센터 설립 가능성
25억 유로 규모의 투자 단행
포즈 취하는 루크 반 덴 호브 아이멕 회장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루크 반 덴 호브 아이멕 회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이멕 연구소의 웨이퍼를 들고 있다. 2025.2.18     burn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포즈 취하는 루크 반 덴 호브 아이멕 회장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루크 반 덴 호브 아이멕 회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이멕 연구소의 웨이퍼를 들고 있다. 2025.2.18 burn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앞으로 반도체는 로직 칩 내에서 메모리 비중을 늘리거나, 메모리를 프로세서에 더 가깝게 배치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

유럽 최대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인 아이멕(imec)의 루크 반 덴 호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8일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미래 반도체 기술의 발전 방향을 설명했다.

반 덴 호브 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는 모듈(빌딩 블록), 차세대 소자, C-FET 등 5~10년 후 상용화가 예상되는 기술에서 협업 중”이라며, “아이멕은 새로운 메모리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꼽은 미래 반도체 트렌드를 △ 모듈(빌딩 블록) △ 차세대 소자 △ C-FET로 꼽았다.

우선 모듈은 소형화가 핵심이다. 현재 반도체는 트랜지스터, 메모리, 로직(연산) 회로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칩을 형성하는데, 각각의 요소가 모듈 역할을 한다. 반도체 모듈은 기존보다 더 작고 효율적으로 설계되며, 성능 최적화를 목표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3D 적층(층을 쌓는 방식), 고대역폭 메모리(HBM), C-FET 같은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가 대표적이다.

차세대 소자는 크기가 더욱 작아지고, 속도는 더 빨라지며, 전력 소비는 줄어드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GAAFET(Gate-All-Around FET)이 있다. 기존의 FinFET을 개선하여 트랜지스터 구조를 더욱 미세하게 만들어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다.

특히 C-FET(Complementary Field-Effect Transistor, 상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는 기존 트랜지스터 구조를 한층 더 발전시킨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 꼽힌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는 FinFET 트랜지스터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반도체 공정이 3nm(나노미터) 이하로 점점 미세해지면서 2D 설계 방식의 한계에 직면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C-FET다.

C-FET의 가장 큰 특징은 트랜지스터를 가로로 배열하는 대신 수직으로 쌓는 방식을 채택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도심 내 건물 배치 방식에 비유하자면, 기존에는 단층 건물을 넓게 배치했지만, C-FET은 고층 빌딩처럼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아 같은 공간에서도 더 많은 연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반 덴 호브 회장은 “앞으로 반도체는 로직 칩 내에서 메모리 비중을 늘리거나, 메모리를 프로세서에 더 가깝게 배치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주방에서 요리하는 방식에 비유하면, 기존 방식은 부엌(로직 칩)과 창고(메모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 요리할 때마다 재료를 창고에서 가져와야 했다. 하지만 미래에는 부엌 내 미니 창고를 배치하거나(메모리 비중 증가), 창고를 부엌 가까이에 두어(메모리를 프로세서와 근접) 데이터 이동 속도를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개선되는 셈이다.

아이멕은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가 공동 설립한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로, 1984년 설립됐다.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며, 유럽연합(EU)의 주요 대학과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이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는 2000년대 초부터 긴밀히 협력해왔다.

반도체 소자 게이트 단면 비교. 나노시트(NS), 포크시트(FS) 및 CFET(모놀리식 및 시퀀셜) 게이트 단면 비교. 기본적인 시퀀셜 CFET(v1)는 모놀리식 CFET보다 넓고 높이가 크다. 그러나 최적화된 공정(자가 정렬 게이트 병합(v2) 및 게이트 캡 제거(v3))을 적용하면, 시퀀셜 CFET는 면적 소모 측면에서 모놀리식 CFET에 근접한다. (출처 아이멕)
반도체 소자 게이트 단면 비교. 나노시트(NS), 포크시트(FS) 및 CFET(모놀리식 및 시퀀셜) 게이트 단면 비교. 기본적인 시퀀셜 CFET(v1)는 모놀리식 CFET보다 넓고 높이가 크다. 그러나 최적화된 공정(자가 정렬 게이트 병합(v2) 및 게이트 캡 제거(v3))을 적용하면, 시퀀셜 CFET는 면적 소모 측면에서 모놀리식 CFET에 근접한다. (출처 아이멕)

반 덴 호브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면담 일정에 대해 “2년 전 이 회장이 아이멕을 방문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삼성과의 협력 관계는 점점 깊어지고 있으며, 이번 방한 기간에도 이 회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번 방한 기간 동안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과도 면담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멕은 한국 내 R&D 센터 설립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반 덴 호브 회장은 “한국에는 주요 파트너들이 많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에 R&D 센터는 없지만, 향후 설립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아이멕은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두 단계에 걸쳐 총 25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팹 확장을 통해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장비인 하이-NA EUV장비를 약 100대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전 세계 200개 이상의 대학 및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장기 연구 및 혁신을 추진하고,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반 덴 호브 회장은 “국제 협력이 반도체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디커플링(Decoupling)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각국이 개별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면 기술 발전 속도는 크게 둔화될 것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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