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니며 하루 7~8시간 당구연습
22/23시즌 와일드카드로 LPBA 데뷔
팀리그 NH농협카드 지명 “예상못해”
2차전서 김가영 김예은 연파, 첫 4강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하루 7~8시간씩 당구치며 몰래 당구선수를 준비했습니다.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을 나이지만, 열심히 하면 당구로 잘 될 거란 자신감은 있었죠. 이젠 당구에 올인하기로 했습니다.”
LPBA에는 젊고 실력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요즘 당구팬들 사이에서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선수를 꼽자면 정수빈(24)을 빼놓을 수 없다. 실력과 미모는 물론 지성미까지 갖췄다.
숙명여대 통계학과 재학생인 정수빈은 불과 3년 반 전인 지난 2021년 초, 당구장 아르바이트 하던 친구 대타로 당구장에서 일하며 당구 매력에 빠졌단다. 이후 학교를 다니면서도 하루 7~8시간씩 당구연습을 했고, 처음 큐를 잡은지 1년 반만인 지난 22/23시즌 3차전에 와일드카드로 LPBA에 데뷔했다.
이후 행보는 기대 이상이었다. 와일드카드로 참여한 데뷔시즌부터 16강(8차전)을 찍었고, 지난 시즌엔 32강(3회)에 세 번이나 올랐다.
무엇보다 올 시즌엔 팀리그 NH농협카드그린포스에 합류한데 이어 지난 2차전(하나카드배)에선 김가영(64강) 김예은(8강) 등 강호들을 연파하고 4강(김상아에 3:1 패)까지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꿈만 같았던 4강 진출 목표를 넘어, 이젠 챔피언이 목표라는 정수빈의 얘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최근 ‘LPBA하노이오픈’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플라자호텔에서 했으며, 이후 4차투어(크라운해태배)를 앞두고 보완했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LPBA에서 활동하고 있는 NH농협카드그린포스 소속 당구선수 정수빈이다. 현재 숙명여대 통계학과에 재학 중이며, 당구에 전념하기 위해 4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휴학한 상태다. 당구수지는 30점이다.
▲당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당구를 시작한 지는 3년 반 정도 됐다. 처음엔 친구의 당구장 아르바이트 대타를 뛰며 우연한 계기로 당구를 접했다. 그런데 그 후 당구에 점점 흥미가 붙었고, 1년 정도 연마한 뒤에 LPBA 선발전에 나갔다. 선발전에선 떨어졌지만, 이후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22/23시즌 3차전부터 LPBA에서 뛰게 됐다.
▲원래 금융권 취직이 목표였다고. 당구선수로 진로를 틀기엔 부담이 있었을텐데.
=학업도 열심히 병행했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 물론 성적을 확실하게 챙기지는 못했지만 하하. 당구선수를 준비하던 당시에도 LPBA 경기를 자주 챙겨봤는데, LPBA가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당구만 잘 쳐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하루 7~8시간 꼬박꼬박 당구연습을 했다. 열심히 연습해 내 실력이 늘면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젠 진로를 당구선수로 완전히 바꾸었다.
▲당구선수를 준비할 때 대학교 친구들과 부모님의 반응이 어땠나.
=선수 준비는 혼자 몰래 했다. 학교 친구들은 아예 몰랐고, 부모님은 어느 정도 지난 뒤에 아셨다. 부모님은 처음엔 반대하셨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에 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셨다. 요즘엔 티비나 유튜브 등에 내 모습이 나오는 걸 보시고 너무 좋아하신다.
“하노이오픈 32강 탈락 조금 아쉬워“
4강 해봤으니 올 시즌 목표는 우승
▲지난 2차전에서 프로 최고기록(4강)을 세웠다. 김가영 김예은 등 강호들을 연파하기도 했는데.
=최근 실력이 어느정도 올라왔다고 생각은 했지만, 시합에서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본 적은 없기 때문에 4강까지 오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다. 그런데 정말 강한 선수들을 제치고 그런 성과를 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다. 그 기억이 지금도 계속해서 내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당구선수를 준비하던 시절 LPBA 4강무대를 꿈꿔본 적 있나.
=내게도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말 강한 선수들이 많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우승경력은 없지만 준결승, 결승에 진출해 정상에 오르는 케이스를 몇몇 봤다. 이를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물론 결승까지는 오르지 못해 많이 아쉬웠지만, 스스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결과였다.
▲LPBA에 데뷔한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당연히 김가영 선수를 이겼던 경기(64강서 25:23(16이닝) 승)다. 특히 그때 14이닝까지만 해도 12:23으로 밀리고 있었는데, 막판에 하이런7점, 6점을 쳐 대역전승 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직전 하노이오픈에선 32강에서 멈췄다. 대회를 치른 소감은.
=성적면에서 큰 기대는 하지않았다. 첫 국외대회였기 때문에 일찍 떨어지더라도 다른 팀원 응원도 하며 즐기자는 마인드로 출전했다. 물론 베트남까지 왔는데 비교적 일찍 떨어져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최근 LPBA에선 본인 또래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이 의식되지는 않나.
=일단 그 친구들도 굉장히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고, 많은 관심 또한 받고 있어 나또한 이들과 똑같이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뒤처지지는 않고 싶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역시 내 자신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행보를 걷고싶다.
▲선수로서 LPBA에 느끼는 바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최근 LPB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몸소 느낀다. 선수로서 감사한 부분이며, 상금규모가 커지고 전체적인 실력도 상향평준화돼가고 있다. 바라는 점은 LPBA가 이대로만 조금씩 더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올 시즌 팀리그에도 합류했다. 본인이 NH농협카드에 뽑힐 걸 알고 있었나.
=전혀 몰랐다. 팀리그 드래프트 할 때 유튜브 생중계를 보고 있었는데, 막판에 내가 선발돼 굉장히 놀랐다. (정수빈은 지난 팀리그 드래프트서 신입생 9명 중 8번째로 NH농협카드 지명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김)보미 언니와는 친분이 있었는데도 내가 팀에 뽑힐 거란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팀리그 선발이)확정이 된 시점은 드래프트 직전이라고 하더라.
▲현재까지 1라운드를 치렀는데, 신입생 치고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다. (정수빈은 지난 팀리그 1라운드서 단-복식을 오가며 두루 활약, 5경기에 나서서 3승2패를 거뒀다)
=선배들이 팀리그가 개인전과는 엄청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는데, 직접 나서보니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엄청 긴장됐다. 내가 지는게 팀에 안 좋은 영향이 될까 봐 부담이 많이 됐다. 하지만 최대한 개인전 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려 노력했다. 앞으로 팀에 더욱 큰 도움이 되고 싶다.
▲NH농협카드 입단 때 주장인 조재호가 어떤 말을 해줬는지.
=축하한다며 앞으로 잘 해보자는 말씀을 해주셨다. 처음엔 내 경기스타일을 모르셨지만, 함께 1라운드를 치르면서 내가 부족한 부분을 짚어 조언해 주시곤 한다.
▲NH농협카드에서 하고 싶은 역할은.
=아무래도 내가 막내이다 보니,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 사기를 올려줄 수 있는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하고 싶다.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보미언니를 비롯해 신정주, 한지승, 임성균 선수와 친하다. 최근엔 최혜미 선수와도 꽤 친해졌다.
▲롤모델이 있다면.
=최근 들어 조재호 조명우 선수의 공격적인 스타일에 매료됐다. 존경스럽고, 너무 닯고싶다. 내가 갖지 못한 스트로크와 루틴을 배우고 싶다. 두 분 플레이를 몇 번 따라 해보려 했지만 역시 안 되더라. 하하.
▲본인 강점을 꼽자면.
=주변에선 멘탈이 좋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내 멘탈이 그리 좋지않다고 생각한다. 하하. 스스로 강접을 꼽자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플레이하는 모습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용품은 뭘 쓰나.
=큐와 장갑, 큐가방 등 대부분의 용품을 ’아담‘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오늘(10일)부터 LPBA 4차전(크라운해태배)이 시작된다. 목표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올 시즌 목표는 결승에 오르는 것, 더 나아가서는 우승이다. 선수생활을 시작하며 잡은 목표가 4강인데, 한번 올라봤으니 이젠 그 위를 바라보고 있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한마디.
=우선 저를 계속해서 믿고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또 NH농협카드 팀 동료분들과 구단 관계자분들을 비롯, 후원사 아담, 크레비스, 실크로드에게도 감사말씀 드린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당구팬 여러분들께도 너무 감사하다. 정말 많은 힘이 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 [하노이=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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