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선릉역에 무인당구장 1호점,
2000년부터 18년간 ‘오피스디포’ 운영

당구장이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최근 몇 년새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기롭게 당구장업계에 뛰어든 인물이 있다. 주식회사 무인닷컴 선장덕(56) 대표다.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 선릉역 근처에 무인시스템 당구장인 ‘당구야놀자’ 1호점을 오픈했다.
선 대표는 국내 문구업계를 선도한 인물이다. 지난 2000년 사무용품프랜차이즈 ‘오피스디포’를 창업, 18년간 이끌었고 2020년부터는 무인문구점 사업에 진출해 ‘빵꾸똥꾸문구야’ 무인문구점을 전국에 350개점이나 운영했다.
그런 그가 당구장업계에 뛰어든 까닭은 무엇일까?
선 대표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무엇보다 당구장이 무인시스템을 적용하기에 최적화된 업장이라 판단했다. 이를 통해 점주와 고객이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또한 풍부한 사업경험과 기업 차원의 접근으로 당구장이라는 낮선 분야에서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고 봤다. 선 대표는 25년의 프랜차이즈사업 경험과 그간 쌓아온 거래처와의 협력관계, 기업 차원의 고도화된 기술을 통해 당구장업계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 당구야놀자 선릉역점에서 선 대표를 만났다.

▲먼저 ‘당구야놀자’를 소개해 달라.
=무인시스템으로 24시간 운영되는 당구장이다. 지난해 7월 주식회사 무인닷컴을 설립하고 시스템 개발에 착수, 11월에 당구야놀자 1호 직영점인 선릉역점을 오픈했다. 약 288㎡(87평) 규모이며, 당구대는 허리우드 제품으로 총 10대(중대 7, 대대 3)에 하우스큐 100자루 정도를 갖추고 있다. 부대시설은 화장실과 흡연실, 식음료 판매코너, ‘사랑방’ 2개가 있다. 독립공간인 사랑방에선 손님들이 요금을 지불하고 자유롭게 모임을 가질 수 있다.
▲이전엔 사무용품과 문구업계에 몸담았다고.
=2000년부터 18년 동안 ‘오피스디포’를 이끌었고, 2020년부터는 무인문구점 사업에 진출헤 ‘빵꾸똥꾸문구야’ 350개점을 운영했다.
인건비 절감 포함하면 매출 2배↑고객 3~4배↑
▲당구장업계에 진출한 계기는.
=고도화된 무인시스템을 적용할 만한 업종를 찾던 중 당구장업이 눈에 들어왔다. 당구장 운영 방식과 더불어 점주와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해 보니, 당구장에 무인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도입하면 점주와 고객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최적화된 구조를 갖출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당구장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 당구장 산업을 둘러보니 업계가 너무 고착화돼 있었다. 시설과 시스템이 노후화 돼있고, 점주들도 힘들어하더라. 당구장에 무인시스템을 도입하면 점주는 인건비 문제에서 자유로워지고, 매출은 늘면서도 개인생활을 즐길 여유까지 생긴다. 전반적으로 당구장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
▲근래 당구장업계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당구장업을 선택한 이유는.
=사업경험과 기술력에서 자신 있었다. 창업 전 당구장산업에 대해 시장조사를 해보니, 기업화한 당구장이 전무했다. 기존 무인시스템도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 문구프랜차이즈 사업만 24년 했고, 무인사업에 투자해 무인문구점업계에서도 1등을 해봤다. 이러한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당구장업계를 바라봤을 때 충분한 기회가 보였다. 더욱이 우리는 체계적인 무인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기업 차원에서만 구축할 수 있는 고도화된 무인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직 당구산업에 대한 학습이 더 필요하지만, 그 동안의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경험과 기술력으로 당구장업에 진출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무인시스템으로 운영하면 도난, 미결제 등 매장관리 면에서 단점도 있지않나.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지난해 11월(선릉역 당구야놀자 1호점) 개점 이래 도난사고는 없었고, 미결제 사례도 의도성 있는 경우는 없었다. 시스템적으로 모두 차단해 놓았기 때문이다. 초반 인증 절차에서 이미 고객데이터가 수집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당구야놀자 당구장의 무인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자체개발한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키오스크와 조명, 스코어보드를 비롯, 고객앱, 점주앱까지 5가지 시스템이 맞물려 무인매장이 운영된다. 키오스크에서 회원, 비회원으로 나뉘어 인증하고 테이블을 선택하면 테이블에 자동으로 조명이 켜진다. 그러면 사용자가 스코어보드에 인원과 점수를 세팅하고 게임을 한다. 게임이 끝나면 조명이 자동으로 꺼지며, 다시 키오스크로 와서 게임시간 만큼 결제(회원 시간당 중대 1000원 대대 1300원, 비회원 중대 1500원 대대 2000원, 1인은 50% 할인)하면 된다.
스코어보드의 경우 원격제어가 가능해 실시간으로 고객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당구야놀자 앱은 고객용, 점주용 두 가지가 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실시간으로 당구테이블 사용현황을 체크해 매장 방문시 참고할 수 있고, 점주 또한 매장관리가 가능하다.
키오스크, 스코어보드 등으로 무인당구장 운영


▲게임비용이 저렴하던데.
=고객 입장에선 저렴한 비용이 가장 큰 장점이다. 회원기준 게임비는 일반 당구장의 절반 수준이다. 저가정책은 불경기 속에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저가정책은 셀프시스템으로 게임하는 손님들에 대한 명분도 될 수 있다.
▲매출이 궁금하다.
=인건비 절감을 포함하면 인수 전보다 매출이 2배 이상 늘었고, 손님수는 3~4배 뛰었다. 평일엔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대부분 만석이고, 오피스 상권이지만 토요일에도 활기를 띤다.
▲야간-조조시간 대 매출은.
=개점 초반에 ‘야간-조조’시간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대였다. 3개월이 지난 현재는 15%대까지 늘었고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1인 게임비는 게임비의 절반이기 때문에, 아침 시간엔 혼자 게임하는 분이 꽤 많다.
▲손님들의 만족도는 어떤가.
=초반엔 시니어층이 아무래도 디지털 환경을 어색해 하더라. 하지만 깔끔한 매장환경과 저렴한 가격으로 금세 만족하고, 오히려 디지털 환경을 재미있어 한다. 무인시스템 속에서 가격 메리트가 있다 보니 손님들끼리 입소문이 난다. 오픈한지 4개월 됐지만 회원수가 700명을 돌파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2월 중순 부산 해운대에 오픈을 앞두고 있고, 3월엔 이곳 선릉에 매장을 하나 더 차릴 계획이다. 그렇게 올 상반기 10호점을 오픈하고, 하반기 20개 정도를 추가로 열어 올해 30개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자리 잡으면 매년 100개씩 오픈해 나갈 생각이다. ‘당구야놀자’가 뻗어나가면 고여있던 국내 당구장 문화도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고 본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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