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호인-당구연맹 선수 거쳐 LPBA 6년차,
“연습때 잘 되는 당구, 시합땐 부진”,
비시즌에 고시생처럼 연습량 늘려,
“배울 점 많은 (김)가영 언니와 맞대결? 승률은 5:5”,
올해 목표는 그랜드 애버리지 0.9로 올리는거
당구가 좋아 동호인으로 활동하다 선수가 됐고, 다시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다. 20/21시즌부터 LPBA서 뛰었으니, 어느새 6년차. 요즘 20대 초반 여자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중고참 선수가 됐다. 당구선수 김보라(34) 얘기다.
나름 열심히 했지만, 연습때 나오던 실력이 막상 경기때는 안나왔다. 그 동안 최고성적은 8강이 두 차례.
그러나 25/26시즌 2차전 하나카드배에선 달랐다. 강호들을 연파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1차예선(PQ)부터 시작, 이우경(64강) 히다 오리에(8강), 최지민(4강)을 차례로 제압했다. 결승전까지 7경기를 치러 그랜드 애버리지가 1점대(0.959)에 육박했다.
결승전에서 ‘절친’ 스롱피아비에게 세트스코어 1:4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준우승이어서 아쉬웠고, 상대가 스롱이어서 덜 아쉬웠다. 어쩌면 김보라의 당구인생은 이제부터일지 모른다. 최근 광명에 있는 스타디움당구클럽서 김보라를 만나 그의 당구얘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LPBA에서 활동하는 당구선수 김보라다. 수지는 28점이다.

▲LPBA 2차전(하나카드배) 준우승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대회 일주일 앞두고 연습하러 갔는데, 구장에서 당구 테이블 천을 하나카드 색깔인 초록색으로 바꿔줬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잘할 수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왠지 모를 좋은 기운과 자신감이 들었다.
▲하나카드배 결승전에서 ‘절친’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와 맞붙었는데.
=4강전 치르기 전 (스롱과) 같이 사진을 찍으면서 “우리 결승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다행히 약속이 이뤄졌고, 결승전을 함께해서 들뜨고 설렜다. 경기 끝난 뒤에 피아비가 자기 페이스북에 감동적인 이야기를 남겨줘서 더욱 고마웠다.
▲결승전때 부모님과 남편이 경기장에 찾아와서 응원하던데 더욱 긴장되진 않았는지.
=부담이나, 긴장, 떨릴 수도 있었지만 가족들이 와서 따로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결승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다.
▲남편도 당구를 치는가?
=남편과 나는 동호인으로 활동할 때 만났다. 당시 거의 매일 당구를 쳤는데 3년 전부터 남편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당구 치는 횟수가 줄었다. 지금은 많아봐야 1년에 10게임 정도? 남편 핸디는 26점이라 여전히 내가 많이 지는 편이다. 이번에 준우승하니까 남편이 ‘이제는 못이길 것 같다’고 하더라.
▲남편이 당구에 대한 조언도 해주는지.
=당구선수로 활동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남편이 테크닉보다는 어떻게 하면 당구를 잘 치는지와 선수로서 가져야할 마음가짐 등 멘탈을 잡아준다. 열심히 사는 남편의 모습을 볼 때마다 존경스럽다.

▲김보라, 스롱, 이유주 세 명이 친한 사실이 당구계에 유명하다. 친해진 계기는.
=(이)유주 언니를 좋아해서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그날 만났다. 성격이나 당구를 대하는 태도가 잘 맞아서 금방 친해졌다. 피아비는 당구선수 하기 전에 기자로서 취재하다가 알게 됐고, 당구연맹에서 뛸 때 둘 다 아는 선수가 적어 숙소도 같이 쓰면서 더 친해졌다.
▲세 명이 한캄사랑활동도 같이 활동한다고.
=내가 한캄사랑 이사지만, 실질적으로 피아비랑 (이)유주 언니가 정말 열심히 활동한다. 나는 실질적으로 하는 일은 많이 없지만 대신 행사를 하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참여한다. 또 같이 봉사활동도 다니면서 지켜보니 두 사람이 더욱 대단해 보인다.
▲PBA 팀리그가 시작됐다. 뛰고 싶은 마음도 있겠다.
=선수라면 (팀리그에 대한) 욕심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어느 팀이건 같이 뛰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렇다고 해서 팀리그가 목표는 아니다. 예전에는 팀리그를 목표로 삼았더니 당구가 잘 안됐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을 내려놓고 대회에 임하고 있다. 아마 좋은 성적을 거두면 구단에서 불러주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선수로서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선수로서 자신감이 높은 편이다. 좋지 않은 생각을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마음먹는다. 여러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텐션이 높다. 그게 장점이고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LPBA에선 김가영 선수가 ‘절대 강자’인데.
=처음 (김)가영 언니를 알게 된 것은 포켓볼 선수로 활동하던 때였다. 당시에도 큐대를 잡은 모습이나 당구를 사랑하는 마음, 실력 등 가장 닮고 싶은 선수였다. 지금도 LPBA 선수 통틀어서 배울 점 많고, 가장 멋진 선수라고 생각한다.
▲김가영 선수와 맞붙는다면 이길 확률은.
=(김)가영 언니가 아니더라도 나는 경기에서 만나는 상대가 누구든 이길 확률을 5대5로 본다. 공은 둥글고 어느 누구도 경기에서 무조건 이기거나 지지는 않는다

▲당구선수로서 힘들었던 시기는.
=당구수지 23점이던 시절이 코로나19 때라 연습할 장소도 없었다. 선수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스스로 멈춰있고, 성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정말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골반이 틀어지고 허리도 안좋아서 연습도 제대로 안됐다. 당연히 경기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름 노력하다가 마지막 희망을 품고 ‘카이로키네시스’(관절을 위한 운동의 하나)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2주 동안 4번씩 하면서 나아졌다. 긴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최근에는 헬스도 같이 하고 있다.
▲비시즌은 어떻게 보냈는지.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로 2주 정도 여행 다녀온 시기를 빼고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마음 먹고 고등학생이나 고시생처럼 똑같은 패턴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 때로는 지치기도 했지만 보람이 느껴지고 자신감도 얻었다. 비시즌 시기를 잘 보내서 현재 만족스럽다.
▲연습 구장은 어디이고, 연습 루틴은.
=집은 서울 양재동 쪽인데, 광명시 스타디움당구클럽서 4일, 수요일 하루는 화성시 향남 오렌지대대당구클럽에서 연습한다. 최대한 게임을 많이 치려고 이동시간을 최소화했고 아침 일찍 와서 연습한다. 연습이 끝난 뒤에는 근처에서 운동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한다.
▲예전에 유튜브에 출연해서 오해받기도 했다고.
=종종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로 오해받는다. 하지만 그때 유튜브에 출연한 것은 당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게스트로 참여했던 것 뿐이다. 어디를 가든지 나는 항상 “당구선수 김보라입니다”라고 소개한다. 이 자리를 빌어 바로잡고 싶다.

▲당구용품은 어떤걸 쓰나.
=니즈에서 후원받아 가방, 초크, 장갑 등 용품을 쓰고 있고 큐는 미츠이가와큐를 사용한다.
▲올시즌 10개 투어 중 2개가 끝났다. 올해 목표는.
=시즌을 앞두고 목표를 두 개 세웠다. 하나는 월드챔피언십 진출이었는데, 이번에 준우승하면서 이뤄 앞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대회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머지 하나는 그랜드 에버리지를 0.9까지 끌어올리는 거다.
▲고마운 분에게 한 마디.
=당구에 대한 진심을 알아봐준 해커오빠는 사람도 소개해주고 나를 알리는데 도움을 줬고 공치는데 많이 가르쳐준 당달 오빠도 고맙다. 스타디움당구클럽에서도 많이 배려해준다. 당구를 처음 입문하게 해준 SK렌터카 전 부단장 이장희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큐를 후원해주는 니즈 김준 대표님, LoC 관계자에게도 고맙다는 말 하고 싶다.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이 너무 많다. 언제나 진심으로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당구선수로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김기영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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