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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BA서 준우승 ‘커리어 하이 찍은 김보라, 그의 당구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근 하나카드배서 절친 스롱에 져 준우승, 동호인-당구연맹 선수 거쳐 LPBA 6년차, “연습때 잘 되는 당구, 시합땐 부진”, 비시즌에 고시생처럼 연습량 늘려, “배울 점 많은 (김)가영 언니와 맞대결? 승률은 5:5”, 올해 목표는 그랜드 애버리지 0.9로 올리는거

  • 김기영
  • 기사입력:2025.07.24 14:32:31
  • 최종수정:2025-07-24 17: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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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시즌 LPBA에 데뷔한 김보라는 그동안 개인 최고성적이 8강 두차례였다. 그러나 최근 열린 ‘25/26 하나카드LPBA챔피언십’에선 급성장한 실력을 과시하며 준우승,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20/21시즌 LPBA에 데뷔한 김보라는 그동안 개인 최고성적이 8강 두차례였다. 그러나 최근 열린 ‘25/26 하나카드LPBA챔피언십’에선 급성장한 실력을 과시하며 준우승,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최근 하나카드배서 절친 스롱에 져 준우승,
동호인-당구연맹 선수 거쳐 LPBA 6년차,
“연습때 잘 되는 당구, 시합땐 부진”,
비시즌에 고시생처럼 연습량 늘려,
“배울 점 많은 (김)가영 언니와 맞대결? 승률은 5:5”,
올해 목표는 그랜드 애버리지 0.9로 올리는거

당구가 좋아 동호인으로 활동하다 선수가 됐고, 다시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다. 20/21시즌부터 LPBA서 뛰었으니, 어느새 6년차. 요즘 20대 초반 여자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중고참 선수가 됐다. 당구선수 김보라(34) 얘기다.

나름 열심히 했지만, 연습때 나오던 실력이 막상 경기때는 안나왔다. 그 동안 최고성적은 8강이 두 차례.

그러나 25/26시즌 2차전 하나카드배에선 달랐다. 강호들을 연파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1차예선(PQ)부터 시작, 이우경(64강) 히다 오리에(8강), 최지민(4강)을 차례로 제압했다. 결승전까지 7경기를 치러 그랜드 애버리지가 1점대(0.959)에 육박했다.

결승전에서 ‘절친’ 스롱피아비에게 세트스코어 1:4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준우승이어서 아쉬웠고, 상대가 스롱이어서 덜 아쉬웠다. 어쩌면 김보라의 당구인생은 이제부터일지 모른다. 최근 광명에 있는 스타디움당구클럽서 김보라를 만나 그의 당구얘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LPBA에서 활동하는 당구선수 김보라다. 수지는 28점이다.

김보라는 대회 일주일 전 연습구장을 찾았을 때 테이블 천이 하나카드 색깔인 초록색으로 바뀐걸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준우승 사인이 들어있는 액자를 들어보이는 김보라.
김보라는 대회 일주일 전 연습구장을 찾았을 때 테이블 천이 하나카드 색깔인 초록색으로 바뀐걸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준우승 사인이 들어있는 액자를 들어보이는 김보라.

▲LPBA 2차전(하나카드배) 준우승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대회 일주일 앞두고 연습하러 갔는데, 구장에서 당구 테이블 천을 하나카드 색깔인 초록색으로 바꿔줬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잘할 수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왠지 모를 좋은 기운과 자신감이 들었다.

▲하나카드배 결승전에서 ‘절친’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와 맞붙었는데.

=4강전 치르기 전 (스롱과) 같이 사진을 찍으면서 “우리 결승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다행히 약속이 이뤄졌고, 결승전을 함께해서 들뜨고 설렜다. 경기 끝난 뒤에 피아비가 자기 페이스북에 감동적인 이야기를 남겨줘서 더욱 고마웠다.

▲결승전때 부모님과 남편이 경기장에 찾아와서 응원하던데 더욱 긴장되진 않았는지.

=부담이나, 긴장, 떨릴 수도 있었지만 가족들이 와서 따로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결승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다.

▲남편도 당구를 치는가?

=남편과 나는 동호인으로 활동할 때 만났다. 당시 거의 매일 당구를 쳤는데 3년 전부터 남편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당구 치는 횟수가 줄었다. 지금은 많아봐야 1년에 10게임 정도? 남편 핸디는 26점이라 여전히 내가 많이 지는 편이다. 이번에 준우승하니까 남편이 ‘이제는 못이길 것 같다’고 하더라.

▲남편이 당구에 대한 조언도 해주는지.

=당구선수로 활동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남편이 테크닉보다는 어떻게 하면 당구를 잘 치는지와 선수로서 가져야할 마음가짐 등 멘탈을 잡아준다. 열심히 사는 남편의 모습을 볼 때마다 존경스럽다.

김보라는 비록 결승전에서는 패했지만 가족들에게 결승전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했다.
김보라는 비록 결승전에서는 패했지만 가족들에게 결승전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했다.

▲김보라, 스롱, 이유주 세 명이 친한 사실이 당구계에 유명하다. 친해진 계기는.

=(이)유주 언니를 좋아해서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그날 만났다. 성격이나 당구를 대하는 태도가 잘 맞아서 금방 친해졌다. 피아비는 당구선수 하기 전에 기자로서 취재하다가 알게 됐고, 당구연맹에서 뛸 때 둘 다 아는 선수가 적어 숙소도 같이 쓰면서 더 친해졌다.

▲세 명이 한캄사랑활동도 같이 활동한다고.

=내가 한캄사랑 이사지만, 실질적으로 피아비랑 (이)유주 언니가 정말 열심히 활동한다. 나는 실질적으로 하는 일은 많이 없지만 대신 행사를 하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참여한다. 또 같이 봉사활동도 다니면서 지켜보니 두 사람이 더욱 대단해 보인다.

▲PBA 팀리그가 시작됐다. 뛰고 싶은 마음도 있겠다.

=선수라면 (팀리그에 대한) 욕심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어느 팀이건 같이 뛰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렇다고 해서 팀리그가 목표는 아니다. 예전에는 팀리그를 목표로 삼았더니 당구가 잘 안됐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을 내려놓고 대회에 임하고 있다. 아마 좋은 성적을 거두면 구단에서 불러주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선수로서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선수로서 자신감이 높은 편이다. 좋지 않은 생각을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마음먹는다. 여러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텐션이 높다. 그게 장점이고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LPBA에선 김가영 선수가 ‘절대 강자’인데.

=처음 (김)가영 언니를 알게 된 것은 포켓볼 선수로 활동하던 때였다. 당시에도 큐대를 잡은 모습이나 당구를 사랑하는 마음, 실력 등 가장 닮고 싶은 선수였다. 지금도 LPBA 선수 통틀어서 배울 점 많고, 가장 멋진 선수라고 생각한다.

▲김가영 선수와 맞붙는다면 이길 확률은.

=(김)가영 언니가 아니더라도 나는 경기에서 만나는 상대가 누구든 이길 확률을 5대5로 본다. 공은 둥글고 어느 누구도 경기에서 무조건 이기거나 지지는 않는다

김보라는 당구가 좋아 동호인활동을 하다 당구연맹 선수로 등록했고, 2020년에 LPBA로 옮겼다. 올 시즌이 6년차로 중고참이다.
김보라는 당구가 좋아 동호인활동을 하다 당구연맹 선수로 등록했고, 2020년에 LPBA로 옮겼다. 올 시즌이 6년차로 중고참이다.

▲당구선수로서 힘들었던 시기는.

=당구수지 23점이던 시절이 코로나19 때라 연습할 장소도 없었다. 선수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스스로 멈춰있고, 성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정말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골반이 틀어지고 허리도 안좋아서 연습도 제대로 안됐다. 당연히 경기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름 노력하다가 마지막 희망을 품고 ‘카이로키네시스’(관절을 위한 운동의 하나)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2주 동안 4번씩 하면서 나아졌다. 긴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최근에는 헬스도 같이 하고 있다.

▲비시즌은 어떻게 보냈는지.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로 2주 정도 여행 다녀온 시기를 빼고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마음 먹고 고등학생이나 고시생처럼 똑같은 패턴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 때로는 지치기도 했지만 보람이 느껴지고 자신감도 얻었다. 비시즌 시기를 잘 보내서 현재 만족스럽다.

▲연습 구장은 어디이고, 연습 루틴은.

=집은 서울 양재동 쪽인데, 광명시 스타디움당구클럽서 4일, 수요일 하루는 화성시 향남 오렌지대대당구클럽에서 연습한다. 최대한 게임을 많이 치려고 이동시간을 최소화했고 아침 일찍 와서 연습한다. 연습이 끝난 뒤에는 근처에서 운동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한다.

▲예전에 유튜브에 출연해서 오해받기도 했다고.

=종종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로 오해받는다. 하지만 그때 유튜브에 출연한 것은 당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게스트로 참여했던 것 뿐이다. 어디를 가든지 나는 항상 “당구선수 김보라입니다”라고 소개한다. 이 자리를 빌어 바로잡고 싶다.

결승전 상대였던 스롱과는 절친사이다. 김보라는 결승에서 져 아쉬웠지만, 상대가 스롱이어서 덜 아쉬웠단다. 하나카드배LPBA 시상식 후 손하트를 그리는 김보라와 스롱피아비. (사진=MK빌리어드뉴스 DB)
결승전 상대였던 스롱과는 절친사이다. 김보라는 결승에서 져 아쉬웠지만, 상대가 스롱이어서 덜 아쉬웠단다. 하나카드배LPBA 시상식 후 손하트를 그리는 김보라와 스롱피아비. (사진=MK빌리어드뉴스 DB)

▲당구용품은 어떤걸 쓰나.

=니즈에서 후원받아 가방, 초크, 장갑 등 용품을 쓰고 있고 큐는 미츠이가와큐를 사용한다.

▲올시즌 10개 투어 중 2개가 끝났다. 올해 목표는.

=시즌을 앞두고 목표를 두 개 세웠다. 하나는 월드챔피언십 진출이었는데, 이번에 준우승하면서 이뤄 앞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대회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머지 하나는 그랜드 에버리지를 0.9까지 끌어올리는 거다.

▲고마운 분에게 한 마디.

=당구에 대한 진심을 알아봐준 해커오빠는 사람도 소개해주고 나를 알리는데 도움을 줬고 공치는데 많이 가르쳐준 당달 오빠도 고맙다. 스타디움당구클럽에서도 많이 배려해준다. 당구를 처음 입문하게 해준 SK렌터카 전 부단장 이장희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큐를 후원해주는 니즈 김준 대표님, LoC 관계자에게도 고맙다는 말 하고 싶다.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이 너무 많다. 언제나 진심으로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당구선수로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김기영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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