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촉발된 민주화운동(아랍의봄)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이듬해 리비아에서는 장기 철권 통치자인 무아마르 카다피를 몰아내기 위한 내전이 발생했다. 치안이 마비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한국 정부는 현지 교민과 근로자들을 데려오기 위한 방안을 짰다. 리비아 수도인 트리폴리에 사는 교민 수송을 위해 우리 민항기가 투입됐고, 이집트항공과도 계약을 맺어 일부 인원을 트리폴리에서 카이로로 옮겼다. 아덴만에서 해적 퇴치 임무 중이던 청해부대 최영함도 교민 철수작전에 동원됐다. 다수의 교민 탈출을 위한 전세기 활용이 본격화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전세기가 뜨는 이유도 다양해졌다. 2015년 네팔 대지진과 2017년 발리 화산 폭발 때는 자연재해로 고립된 관광객과 교민 이송을 위해서였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진원지로 추정된 중국 우한에 위생과 질병을 이유로 전세기가 등장했다.
해외 교민이 여러 이유로 안전을 위협받으면 모국의 전세기는 생명을 구하는 동앗줄이나 다름없다. 정부로서도 위험에 처한 교민을 방치했다가는 거센 비난에 직면하는 만큼 전세기 투입 속도가 관건이다.
2023년 하마스와 교전 우려가 커진 이스라엘에서 한국 교민 163명, 일본인 51명이 우리 공군 수송기에 동반 탑승해 화제가 됐다. 일본 국민은 한국에 감사를 표했고, 일처리를 제때 못한 일본 정부는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함락됐을 때는 대사관 등에서 한국을 도운 현지인 조력자와 가족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건설 근로자들을 태울 전세기가 미국 출발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체포·구금 후 열악한 교도소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공장을 짓는 한국인을 상대로 강제력을 발동한 처사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전세기 탑승자들은 위험을 벗어난 것에 안도의 한숨도 쉬겠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억울함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부디 건강하고 편안히 돌아오기 바란다.
[김병호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전세기가 뜨는 이유도 다양해졌다. 2015년 네팔 대지진과 2017년 발리 화산 폭발 때는 자연재해로 고립된 관광객과 교민 이송을 위해서였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진원지로 추정된 중국 우한에 위생과 질병을 이유로 전세기가 등장했다.
해외 교민이 여러 이유로 안전을 위협받으면 모국의 전세기는 생명을 구하는 동앗줄이나 다름없다. 정부로서도 위험에 처한 교민을 방치했다가는 거센 비난에 직면하는 만큼 전세기 투입 속도가 관건이다.
2023년 하마스와 교전 우려가 커진 이스라엘에서 한국 교민 163명, 일본인 51명이 우리 공군 수송기에 동반 탑승해 화제가 됐다. 일본 국민은 한국에 감사를 표했고, 일처리를 제때 못한 일본 정부는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함락됐을 때는 대사관 등에서 한국을 도운 현지인 조력자와 가족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건설 근로자들을 태울 전세기가 미국 출발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체포·구금 후 열악한 교도소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공장을 짓는 한국인을 상대로 강제력을 발동한 처사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전세기 탑승자들은 위험을 벗어난 것에 안도의 한숨도 쉬겠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억울함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부디 건강하고 편안히 돌아오기 바란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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