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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형 같은 편안함’ PBA 첫우승 이승진 “그저 당구가 좋고 당구칠 때 가장 행복”

2019 프로데뷔 후 7시즌만에 SY베리테옴므PBA 첫 우승, “이런날 올 줄 생각하지 못해” 선배님들 덕에 오늘의 韓당구있어

  • 황국성
  • 기사입력:2025.09.09 16:34:37
  • 최종수정:2025.09.09 16: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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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 SY베리테옴므PBA챔피언십에서 프로데뷔 7시즌만에 첫 우승한 이승진은 ‘동네형’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선수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그저 당구가 좋고 당구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사진=PBA)
8일 밤 SY베리테옴므PBA챔피언십에서 프로데뷔 7시즌만에 첫 우승한 이승진은 ‘동네형’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선수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그저 당구가 좋고 당구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사진=PBA)
2019 프로데뷔 후 7시즌만에
SY베리테옴므PBA 첫 우승,
“이런날 올 줄 생각하지 못해”
선배님들 덕에 오늘의 韓당구있어

우승을 확정한 이승진은 어린아이처럼 껑충껑충 뛰었고, 아내를 번쩍 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PBA 7시즌만의 첫 우승이고, 당구연맹 시절까지 더하면 10년만의 우승이다. 55세, 적지않은 나이에 이룬 성과다. 이승진은 말투나 경기스타일에서 꾸밈이 없다. 그저 ‘동네 형’ ‘동네 아재’같은 편안함이다. 많은 당구팬이 그의 우승을 축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희에게도 희망이” 후배들 메시지에 기뻐

‘다음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을까?’란 질문에 대해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상관없다”고 했다. 그저 당구가 좋고 당구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에서 KTX를 타고 킨텍스로 오는 순간이 설레고 행복하다는 그다. 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한다.

▲PBA 첫 우승이다. 소감은.

=너무 행복하다. 이런 날이 올 줄 생각하지 못했다. 가장 행복한 날이다. 이번 대회는 운이 좋았다. 내가 잘했다기 보다 상대 선수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결승전을 돌이켜 보면 공이 잘 맞지는 않았지만, 최성원 선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4세트에 최성원 선수가 역전승하면서 불안하기도 했다. (이승진은 8:0으로 앞서다 9:15로 역전패했다) 최성원 선수가 발동 걸리면 막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PBA 원년멤버인데, 이렇게 우승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했나.

=이런 날을 바라보고 당구를 하진 않았다. 프로당구가 출범하면서 ‘PBA에서 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PBA에 왔다. 외국에 가지 않아도 세계적인 선수를 만날 수 있고, 내 당구 역량을 늘릴 수 있겠다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5세트 2:10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행운의 뱅크샷 득점이 나왔다.

=잘못 쳤는데, 득점이 됐다. 기분은 덤덤했다. 점수 차가 꽤 났고 ‘이게 기회가 될 수 있겠다’란 생각으로 집중했다.

▲고향인 대구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하러 왔던데.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작게 후원하시는 분을 비롯해 친구 내외가 새벽부터 올라와 4강부터 응원해줬다. 부산에서도 큰 형과 조카, 서산에 사는 지인들도 얘기도 없이 경기장에 와서 깜짝 놀랐다. 식구들과 지인들을 비롯해 20명 가까이 경기장에 오셨다.

시상식에서 이승진이 아내와 키스하고 있다.
시상식에서 이승진이 아내와 키스하고 있다.

▲당구는 언제 시작했나.

=고등학교 때 친구가 당구를 조금 친다고 해서 당구장을 따라가봤는데, 재미가 있어서 금방 빠져들었다. (당구를 이후 계속 친 건가?) 군복무 할 때 제외하고는 당구를 놓은 적 없다. 선수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 당구 종목이 생기면서 국가대표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서른 즈음에 선수가 됐다.

▲당구 선수 하려고 당구장을 그만뒀다고.

=대구에서 당구장 매니저하던 2009년 결혼했다. 아내에게 1년만 당구 선수를 하겠다고 했다. 몇 차례 입상했지만, 2000만원 정도 적자를 냈다. 그래서 선수 그만두고 당구장을 운영했지만, 당구를 치지 못해 선수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10년 전에 당구장을 그만뒀다.

▲국내선수로는 이번 시즌 첫 우승자다.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맞다. 정말 많은 연락이 왔다. 기억에 남는 거는 PBA에서 활약하는 많은 후배들이 보낸 “저희에게 희망이 됐다”는 메시지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번 우승 전 마지막 우승은 언제인가.

=2016년 국토정중앙배 1쿠션과 3쿠션을 우승이다. 1쿠션 결승전에서는 강동궁(SK렌터카), 3쿠션에선 조재호(NH농협카드)를 이겼다. 그때도 적은 나이가 아니었던 만큼 우승을 할 거란 생각을 못했다. 1쿠션 시합이 새벽까지 진행됐고, 오전 9시에 3쿠션 결승전을 치렀다. 주위에선 1쿠션 결승을 포기하고, 3쿠션 결승에 집중하라는 얘기도 있었다. 나는 시합하는 게 너무 즐거워서 결승전에 모두 나갔다.

▲평소 대회에 나설 때 루틴은.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당구장이 문 열기 전인 오전 9시부터 2시간 정도 혼자 연습한다. 이후 연습장에서 동호인들과 게임하고, 오후 6~7시쯤에 집으로 돌아온다. 주위에서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니 “우렁각시 숨겨놨냐”고도 한다. 하하. 그래도 선수라면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 하기에 이런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이승진이 타이틀스폰서인 에스와이 홍성균 부회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승진이 타이틀스폰서인 에스와이 홍성균 부회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PBA 초기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당구가 늘었다. 지금도 당구가 계속 는다. 많이 배우는 것 같다. 톱랭커, 젊은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나보다 수월하고, 정확하게 칠 때가 많다. 그럴 때 선수들에게 많이 물어본다. 경기 보면서 혼자 연습하며 부족한 부분을 고친다. 늘 배우려는 마음이다. 지금도 당구가 늘고 있다는 게 기분이 좋다.

▲현재 이승진 선수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도 있다. 선배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가장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 당구가 있을 수 있었다. 나이와 시간에 상관없이 힘든 길을 다져왔기에 지금과 같은 환경이 생길 수 있었다. 선배님들이 지금도 당구를 하시는 이유가 그저 당구가 좋아서 일 것이다. 건강 잘 챙기셔서 오래도록 당구를 즐기셨으면 좋겠다.

▲(국토정중앙배 이후) 10년 만의 우승이다. 또 이 자리(기자회견장)에서 이승진 선수를 볼 수 있을까.

=내가 또 할 수 있을까. 하하. 물론 하고 싶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우승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승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관 없다. 나는 그저 당구가 좋고, 당구 칠 때 가장 행복하다.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에서 KTX를 타고 킨텍스로 오는 순간도 설레고 행복하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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