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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에 첨단 배터리 생산거점 만들 것”…중국 대신 한국 선택한 글로벌 강자

이스라엘 유니콘 스토어닷 한국에 배터리공장 짓기로 초고속 충전 배터리기술 보유 한국 JR에너지솔루션과 합작

  • 추동훈
  • 기사입력:2025.02.18 21:06:13
  • 최종수정:2025.02.18 2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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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유니콘 스토어닷
한국에 배터리공장 짓기로
초고속 충전 배터리기술 보유
한국 JR에너지솔루션과 합작
스토어닷 초고속 충전 배터리. [사진 제공 = 스토어닷]
스토어닷 초고속 충전 배터리. [사진 제공 = 스토어닷]

초고속 충전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유니콘 기업 스토어닷이 글로벌 배터리 생산기지로 한국을 낙점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탈중국과 글로벌 사업 확장의 교두보로 한국이 주목받는다.

스토어닷은 18일 국내 배터리 기술 전문기업 JR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초고속 충전 배터리 양산을 위한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스토어닷이 보유한 초고속 충전 기술 노하우를 적용해 JR에너지솔루션의 생산기술로 배터리를 만들어내는 형태로 협력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위탁생산방식(파운드리)과 유사하다.

양사는 올해 연산 1.5GWh 규모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고, 2027년 4GWh 규모로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 또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드론과 휴머노이드 로봇용 초고속 충전 배터리도 함께 양산한다. 글로벌 수요 확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최대 10GWh까지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구상도 세웠다. 10GWh는 일반적인 고성능 전기차 약 13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용량이다.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 기준 10GWh 생산 공장을 지으려면 최소 1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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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론 마이어스도르프 스토어닷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을 글로벌 초고속 충전 배터리 생산 허브로 구축할 계획”이라며 “전기차, 드론, 로봇, 국방·방위산업과 같은 다양한 산업에서 초고속 충전 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전략적 투자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음달 5일 한국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5’ 행사에 주요 연사로 참여해 이번 합작법인 투자 발표와 함께 한국 투자 전략 전반을 공개할 예정이다.

스토어닷은 기존에 중국 내 4위 배터리 업체 EVE에너지와 제휴를 맺고 양산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함에 따라 해당 물량은 중국 내수용으로 돌리는 대신 한국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삼았다.

2012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원을 중심으로 해 설립된 스토어닷은 세계 최초로 5분 충전으로 100마일(약 160㎞) 주행이 가능한 ‘100 in 5’ 기술을 선보인 초고속 충전 배터리(XFC·Extreme Fast Charge) 전문 기업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4~5배 빠른 충전 속도로 2400회 이상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기술을 보유했다. 2025년 출시 예정인 볼보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5에 10분 만에 80%가 충전되는 스토어닷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다. 벤츠, 다임러, 볼보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고, 한국에서는 삼성벤처스가 투자할 만큼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기업가치만 20억달러로 평가받는 유니콘 기업으로, 향후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스토어닷은 특히 드론과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군사 목적의 드론 운용이 급증하고 무인배달과 같은 산업 영역 전반에서 드론 수요가 폭증하면서 급속충전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함께 산업·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AI 기술을 접목한 로봇의 전력 소모량이 크게 늘면서 충전 속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스토어닷 관계자는 “초고속 충전 기술을 접목한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시장 수요에 맞춰 드론, 로봇용 초고속 배터리 생산량도 점차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스토어닷이 이번에 국내 생산 파트너사로 낙점한 JR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전극 공정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근 배터리 셀 제조 역량을 갖춘 ‘배터리 파운드리’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2022년 설립된 후 지난해 7월까지 600억원을 투자받았고, 한국앤컴퍼니에서 3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에 500㎿h 규모 1공장(7만9000㎡)을 세운 JR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생산용량을 1.5GWh로 늘리고 2027년까지 생산시설을 확대할 방침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술기업이 글로벌 생산 허브로 대한민국을 택한 것은 그만큼 국내 배터리 기술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라며 “그간 지지부진했던 국내 배터리 생태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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