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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장벽에 美 막히자 韓 침투하는 中…C커머스, 신선식품까지 싹쓸이

  • 이선희,김시균
  • 기사입력:2025.02.17 19:49:21
  • 최종수정:2025.02.17 19: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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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차이나커머스(C커머스)의 한국 공습에 국내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해외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해외 직구’ 플랫폼을 넘어서 국내 제조 및 신선식품 시장까지 장악하는 초거대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17일 “불과 2년 전만 해도 저가 소품들만 팔 줄 알았는데, 요즘 중국 쇼핑몰 확장 속도를 보면 (국내 업체들이) 다 잡아먹힐 것 같다”면서 “플랫폼 사업은 한번 밀리면 다시 뒤집기 힘들다. 이런 추세면 중국 플랫폼에 국내 이용자를 빼앗기고 국내 제조사까지 종속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알리는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 자회사가 운영하는 동명의 쇼핑몰이다. 테무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홀딩스(PDD)의 자회사 웨일코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한국 시장을 장악한 뒤 세계 시장에서 이미지가 좋은 한국의 ‘웰메이드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것이 두 회사의 큰 그림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입김이 거세질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을 뚫어낼 첨병으로 한국을 활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알리와 합작법인을 설립 중인 지마켓은 우수 한국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알리는 지마켓 한국 브랜드를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의 해외 판매망을 통해 세계 각국에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알리가 투자한 에이블리에는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디지털 제품 등 무려 7만개가 넘는 한국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알리바바는 유럽과 아시아 등 해외 진출 파이프라인을 잘 갖춘 거대 기업”이라며 “양사 협력을 통해 국산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는 국내 우수 셀러를 모시기 위해 파격적으로 지원한다. 한국 상품을 미국·일본·프랑스·스페인에서 팔도록 지원하고, 앞으로 판매 국가와 지역을 확대하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글로벌 셀링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에는 5년간 수수료를 면제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무료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알리가 취해온 전략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진출해 현지에서 잘나가는 이커머스 회사들을 인수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유망 브랜드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었다”며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C커머스 기업이 국내 기업들을 흡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국내 쇼핑몰 시장은 C커머스 업체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지난달 기준)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의 지난해 결제 추정 금액은 4조2899억원으로 전년(2조3228억원) 대비 85% 늘어났다. 3년 전(1조1103억원)과 비교하면 4배나 늘었다. 테무와 알리에는 6만원짜리 태블릿PC, 2000원짜리 자동차 장난감, 2만원대 차이슨 드라이기 등 값싼 제품이 넘쳐 난다.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격의 4분의 1로 팔아치우는데 당해낼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C커머스는 국내 신선식품에서도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알리는 신선식품 MD와 재고를 관리하고 마케팅을 하는 인력을 대거 채용했다. 한국 내 신선식품 벤더와 공급자·셀러 등 파트너 물색, 한국 시장 분석 등 업무를 하기 위해서다.

알리가 운영하는 국내 브랜드 상품 전용관 케이베뉴는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급성장했다. 케이베뉴는 입점 판매자가 직접 상품 정보를 올리고 배송까지 담당하는 오픈마켓 방식이다. 알리는 국내 우수 식품 제조사와 농수산물 생산자를 유치하면서 식료품까지 갖춘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발전시켰다. 국내 뷰티, 의류 제조사뿐만 아니라 농수산물 등 신선식품에 이어 최근에는 생화까지 팔기 시작했다. 모든 생화 상품은 국내 농장에서 소비자에게 바로 배송한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공산품과 달리 정기적으로 구매를 유발하는 카테고리다. 처음에는 값싼 공산품으로 고객을 유치해도 결국 이 플랫폼에 안착하게 하려면 신선식품을 팔아야 한다”면서 “알리가 계획대로 사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무도 올해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인사(HR), 총무, 홍보·마케팅, 물류 등 핵심 직군의 한국인 직원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물류업계 전문가들에게 채용 오퍼를 넣어 한국 내 통합 물류 시스템 구축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테무가 이처럼 한국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1년 이상의 판매 사이트 운영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보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초저가로 밀고 들어오는 C커머스의 파급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지난해 5월 쿠팡 콘퍼런스콜에서 C커머스 공세에 대해 “소비자가 클릭 한 번으로 다른 쇼핑 옵션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서 C커머스 진출로 경쟁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국이 관세장벽을 쳐서 중국 물건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하니, 중국 유통기업 입장에서는 구매력이 있는 대한민국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제조업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고 유통 주도권을 중국에 넘길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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