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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보다 더 무서워"… 환율절상에 대만 수출기업 패닉

2거래일새 10% 치솟아
TSMC 등 환헤지 비상
정부 시장개입도 역부족

  • 김희수
  • 기사입력:2025.05.05 17:51:03
  • 최종수정:2025-05-05 22: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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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주도 경제체제인 대만이 미국 달러의 현저한 약세 흐름으로 비상이 걸렸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와 상대적으로 탄탄한 대만 경제지표에 더해 현재 진행 중인 대미 관세협상으로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환율이 치솟고 있다.

5일 외환시장에서 오후 7시 기준 달러당 대만달러 값은 직전 거래일 대비 6.28% 오른 28.80대만달러까지 치솟으며 2022년 5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일 이후 2거래일 만에 대만달러 가치는 달러 대비 10.4% 급등했다. 2일(4.37%)과 5일 하루 상승폭은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1983년 이래 각각 2·1위에 해당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일 대만 중앙은행은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기도 했다. 유진 차이 대만 중앙은행 외환국장은 "수출업체와 해외 투자자들에 달러 매도 시 여러 번에 나눠서 거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괄 매도에 따른 급격한 환율 변동을 막으려는 조치다.

대만 국책은행들이 직접 달러 매수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블룸버그는 대만 수출기업들이 갑작스러운 대만달러 강세에 달러 매도로 대응한 점이 상승세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와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만의 한 업체 임원은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수출에 의존하고 달러로 무역하는 우리 같은 공급업체들에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며 급작스러운 환율 고통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려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7월까지 유예한 90일의 (상호관세) 전쟁보다 환율이 더 즉각적인 영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타이베이에 본사를 둔 KGI투자자문에 따르면 대만달러가 약 10% 상승할 경우 상장사들의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은 평균 4~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달러의 갑작스러운 절상에 소비자들도 동요하는 모양새다. 이날 캐세이유나이티드은행 등 다수의 대만 은행 온라인 서비스에는 환전 고객이 몰리면서 접속에 애를 먹는 현상이 보고됐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례적으로 영상 메시지를 발표하며 시장 진정에 나섰다. 그는 "대만의 대미 무역흑자는 반도체 등 첨단 제품 수요에 따른 것"이라며 "환율은 원인이 아닌 만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언급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환율 절상을 요구했다는 일련의 풍문을 일축한 발언이다.

양진룽 대만 중앙은행 총재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환율 관련 주제가 있었다면 중앙은행도 협상에 참석했을 것"이라며 "시장은 과도한 추측을 멈춰 달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이틀(2·5일)간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제는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도 지난 2일 홍콩달러가 허용 가능한 강세 끝값(달러당 7.85홍콩달러)까지 오르자 60억달러(약 8조3000억원)에 이르는 달러를 매입했다. 1983년 홍콩이 달러당 7.75~7.85홍콩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고정환율제인 '연환제'를 도입한 이후 최대 규모 개입이다. 중국 역외 위안화도 5일 달러당 7.19위안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와 관련해 "관세정책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 예금에 대한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무역장벽으로 후퇴한 아시아 경기가 향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일 NBC 인터뷰에서 "어느 시점에는 관세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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