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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벼락치기 연습으로도 잘 칠 수 있을까

  • 김혜연
  • 기사입력:2025.09.09 18:13:42
  • 최종수정:2025.09.09 18: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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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도 벼락치기 연습이 통할까. 어설프게 백번 연습하는 것보다 정확한 동작으로 적게 연습하는 것이 낫다. 스윙 퀄리티와 골프 실력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짧은 연습 시간 동안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비법 세 가지를 공개한다.

사진설명

9월, 빚내서도 친다는 가을 골프가 시작되었다. 여름에는 더워서 지치고, 겨울에는 추워서 몸이 굳는다고 연습을 소홀히 했는데, 슬슬 날씨가 너무 좋다 보니 벌써 주말마다 필드 약속으로 꽉꽉 채워져 있다. 부랴부랴 연습장에 가려고 해봐도 시간이 부족하다. 벼락치기 연습으로 실력을 올릴 수는 없을까?

평소에 여러 가지 스포츠를 즐기는 골퍼라면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여기서 반가운 사실 하나가 있다. ‘연습량이 적다고 못 치리라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연습량이 부족한 벼락치기 골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뇌를 속여서’ 실전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짧은 연습 시간 동안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비법 세 가지를 공개한다.

첫째, 골프 연습은 양보다 질!

골프 스윙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다. 클럽이 효율적인 길로 정확하게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하고 싶은 샷을 위한 골프 스윙 동작이 있다면, 동작의 정확성을 타협하지 말자. 어설프게 백번 연습하면 어설픈 결과만 나올 뿐이다. 백번 대충 치면 그 잘못된 스윙이 머릿속에 지도화(Mapping)되어 저장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길은 더 갈고닦여 나만의 스윙이 되어버린다. 연습할 땐 대충 치고, 필드에서는 신중하게 친다면? 아예 새로운 느낌이 드는 것이 정상이다. 오히려 보상동작과 엉뚱한 패턴만 나올 뿐이다.

짧은 연습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특별한 결과를 만들고 싶다면, 횟수만 채우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의도를 가지고 정확하게” 연습해라. 인체 생리학과 움직임 역학을 관통하는 SAID 원리(Specific Adaptation to Imposed Demand Principle)에 따르면 우리 뇌는 항상 우리가 하는 것에 정확하게 적응한다.

따라서 연습량이 부족한 골퍼일수록 ‘대충 많이’보다 ‘정확하게 조금’이 훨씬 낫다. 스윙 퀄리티와 골프 실력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둘째, 대충 큰 스윙보다 완벽한 작은 스윙이 백번 낫다

앞선 이유와 마찬가지로, 정확한 임팩트 콘택트를 위해서는 대강 큰 동작을 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작은 동작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운동 학습은 ‘인지–연합–자동화’ 세 단계로 나뉜다. 골프로 치면 ‘입문–중급–상급’ 정도가 되겠다. 이 세 가지 단계를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아래와 같다.

① 인지: 말 그대로 해야 하는 동작을 인지하며 반복하는 단계. 이 때 미스샷과 굿샷을 구별하게 된다.

② 연합: 오류가 점점 적어지고, 스스로 수정할 수 있다. 몸 움직임과 클럽을 조절하기 위해 집중한다. 일관되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는 단계.

③ 자동화: 학습한 움직임이 무의식적으로 실행되는 단계. 집중하지 않아도 움직임이 조절되는 가장 효율적이고 기능적인 수준이다.

환경이나 임무의 변화에도 잘 적응할 수 있고, 이중임무, 즉 코스 공략에 집중하면서도 좋은 샷을 칠 수 있다.

당신의 골프는 어느 단계에 속하는가? 대부분의 주말골퍼들은 인지 단계는 넘었지만 자동화 단계에는 가지 못한, 연합–중급 단계에 넓게 분포되어 있을 것이다. 좋은 샷을 치기 위해 스윙에 집중 해야 하는 단계라면, 스윙하는 몸과 클럽의 위치를 인지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스윙이 너무 크면 스윙을 하는 짧은 시간 동안 순간적으로 클럽의 위치를 인지하지 못하고 자세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즉, 효율적인 스윙을 위해서는 스윙이 너무 크면 안 된다는 뜻이다.

연습을 시작할 때 30m의 작은 어프로치 스윙으로 ① 정확한 동작으로 공부터 콘택트하는지 ② 스윙의 동적 자세 정렬이 맞는지 ③ 스윙 크기 밸런스가 맞는지 ④ 동작에 리듬이 있는지 확인하며 연습하자.

사람마다 움직임 동작을 할 때 뇌가 활성화되는 스피드는 다르다. 작은 스윙이 완벽하게 나온다면 하프스윙으로, 또 완벽하다면 풀스윙으로 점점 스윙 크기를 키워가며 연습하는 것이 연습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비법이다.

셋째, 실전처럼 타깃을 두고 연습하라

필드에서는 항상 목표물이 있다. 핀을 보고 직접 쏘거나, 페어웨이의 작은 나무를 보고 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말골퍼들은 연습장에서 매트 방향대로만 치기 마련이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골프에도 적용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연습장에서도 매번 타깃을 설정하고 방향을 바꿔서 연습하는 것이 실전에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매트 방향대로 좋은 샷’을 목표로 하고 공을 치면 뇌는 비교적 느슨한 운동 계획을 세운다. 긴장감 없이 스윙 컨트롤이나 임팩트 타이밍 조절 등을 대략적인 수준으로 수행한다. 반면 필드에서 ‘오랜만에 드라이버가 잘 맞아서 짧은 세컨드샷이 남았으니 핀을 보고 정확하게 딱 붙여야지’라고 생각하면 세분화된 목표가 손과 팔, 몸의 모든 근육이 더 정밀하게 협응되도록 설계되는데, 이런 상황을 미리 연습하지 않으면 불안감이 커지고 안 하던 미스샷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뇌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적응한다. 이 점을 잘 이용해서 현명하게 연습해 가을 골프를 즐기길 바란다.

[writer 김혜연(KLPGA 프로 골퍼, LPGA Class A)]

사진설명

필자 김혜연은 KLPGA 프로이자 LPGA 클래스 A 멤버로 SBS골프 <필드마스터3>, JTBC골프 <SG골프 더매치>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으며, ‘골퍼를 위한 뇌신경과학’, ‘뇌과학적 골프통증 관리’ 등 뇌과학과 골프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 유튜브 ‘혜프로TV’와 인스타그램(@hyeprogolf)을 통해 아마추어 골퍼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하며, 매달 <매경GOLF> 독자를 위해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골프’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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