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는 지금 새로운 영역을 항해중이다.
이정후는 28일(한국시간)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125경기, 521타석을 소화했다. 125경기는 팀 내에서 윌리 아다메스(130경기) 엘리엇 라모스(129경기) 다음으로 많다.
이렇게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은 키움히어로즈 시절인 2022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운이 없었다. 키움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3년에는 발목 부상으로 86경기 출전에 그쳤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해였던 2024년에는 어깨 부상으로 37경기 출전에 그쳤다.

다시 말해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이렇게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은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이정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8월에 야구하는 것도, 120경기 이상 뛴 것도 3년만”이라며 말문을 연 그는 “지난 2년간 뛴 경기를 다 합쳐도 아마 올해보다 적을 것이다. 안 다치고 끝까지 잘했으면 좋겠다”며 오랜만에 맞이한 건강한 시즌을 끝까지 완주하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메이저리그에서 162경기 시즌을 소화하는 것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같은 일정을 사실상 처음 경험중인 이정후에게도 쉬운 일은 아닐 터.
이정후는 ‘보기에도 살이 빠진 거 같다’며 일정이 힘들지 않은지를 걱정하는 취재진에게 “원래 살이 빠지면 얼굴살이 빠져서 살이 빠져 보이는 것”이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수마다 다른 거 같은데 나는 오히려 시즌 초반이 조금 더 힘든 거 같다. 그러다가 6~7월이 지나면 마치 마라톤 선수들이 어느 시점 지나면 그냥 뛰듯 그 느낌으로 계속 가고 있다. 힘들거나 이런 느낌은 전혀 없다”며 말을 이었다.
이른바 ‘세컨드 윈드’를 경험하고 있는 것. 마라톤 선수들이 ‘데드 포인트’를 넘기면 몸이 가벼워지고 호흡이 편해지면서 달리기가 수월해지듯, 이정후도 힘든 시점을 넘기면서 계속해서 시즌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라 볼 수 있다.
성적도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5월부터 6월까지 52경기에서 타율 0.193 OPS 0.586으로 고전했던 그는 7월 이후 타율 0.294 OPS 0.780으로 반등했다. 0.294의 타율은 7월 이후 170타석 이상 소화한 내셔널리그 타자 중 다섯 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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