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김지우, 이해나
유신고 내야수 신재인은 25시즌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타자 유망주다. 부드러운 스윙과 폭발적인 배트 스피드. 뛰어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한 송구 능력까지. 과거 그 어떤 유망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유신고 홍석무 감독은 신재인을 “한국 야구 역사를 뒤바꿀 최고의 공격수”라고 평가했다.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나서 형들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신입생임에도 불구하고 특히 찬스에 강했던 그다. 클러치 상황에서 1학년을 기용하는 건 흔치 않은 일. 타석에 선 신재인은 언제나 기적을 만들어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잦은 부상과 타격 슬럼프가 발목을 잡았지만, 이내 타격감을 되찾고 정상에 올라섰다.

6월 열린 고교 & 대학 올스타전에선 홈런 더비에 출전해 6개의 홈런으로 장타력을 입증했다. 올해 생애 첫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것도 그의 값어치를 증명한다. 복수의 MLB 구단이 신재인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KBO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KBO리그 관계자들이 만세를 부른 순간이다.
이제 막 시작된 ‘드래프트 타자 최대어’ 신재인의 야구 드라마. 채널 고정

1학년 시즌 엄청난 활약을 펼쳤어요. 말그대로 ‘슈퍼 루키’가 따로 없었습니다.
모두 홍석무 감독님 덕분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1학년 신입생을 윈터리그부터 과감하게 기용해주셨어요. 그 덕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전까진 부담감이 조금 있었거든요. 경기에 계속 나가다 보니 중3 때의 좋은 감각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이마트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고교 첫 경기에서 장타를 2개나 기록했어요.
야탑고와의 경기였습니다. 저는 솔직히 경기에 나갈 줄 몰랐어요. 라이벌 팀이기도 하고. 그런데 중심 타선에 제 이름이 있는거에요.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죠. 그날따라 제가 노리던 공만 날아 오더라고요(웃음).
고교 야구계에선 대형 뉴스로 다뤄졌습니다.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매경기 제 타격성적 보는 재미에 빠져서 부담 느낄 겨를도 없었어요. 사실 2, 3학년 형들이 뛰는 경기잖아요. 그 경기에 제가 나선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 설레었습니다. 1학년이지만, 선배들과 보여주겠단 마음으로 뛰었습니다.
2학년이 된 다음 해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0.267의 타율은 타격 천재에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시즌 전,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았어요. 주위에서는 굳이 1학년 성적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했는데, 스스로 ‘1학년때보단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한 거죠. 어떻게 보면 욕심도 났고요. 더 잘하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이 오히려 독이 됐던 것 같아요. 부상도 많았고.
어떤 부상이었습니까.
잔부상이 많았어요. 연습 게임 때 외야 수비를 하다가 펜스에 부딪혀 왼쪽 어깨를 다쳤는데, 스윙할 때 계속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수술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자꾸만 신경이 쓰여 타격에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슬럼프를 이겨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겨내지 못했다고 봐야죠.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시즌이 끝나 버렸습니다. 최종 성적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고등학교는 달라도 많이 다르구나(웃음). 이런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아요.
정반대로 뒤집힌 주변 평가에 흔들리진 않았나요.
당연히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자신을 믿었습니다. 3학년 때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스스로 확신했었죠.

“2등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
올 시즌 멋지게 부활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이마트배 때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새로 바꾼 타격폼이 문제였어요. 지난 겨울에 타격폼을 조금 바꿨거든요. 윈터리그부터 심상치 않았던 타격감이 명문고 야구열전까지 이어졌어요. 머릿속이 하얘졌다고 할까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떻게 바꾼 겁니까.
원래 손이 앞에 있고 몸이 조금 열리면서 치는 타격폼인데 2학년 때 성적이 떨어지면서 폼을 조금 변경했습니다. 손 위치를 수정했는데 그게 저와는 맞지 않더라고요. 컨택이 전혀 되질 않았어요. 타구에 힘을 싣는 느낌도 들지 않았고. 올 시즌 앞두고 밸런스를 신체 전반을 활용하는 쪽에 뒀습니다. 원래 타격폼으로 돌아간 거죠.
결과가 어땠나요.
황금사자기 대회부터 공이 제대로 맞기 시작했어요. 그제서야 마음이 좀 놓이더라고요.
아쉽게도 그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우승을 꼭 했어야 했는데. 2등은 다시는 못 하겠더라고요. 성남고가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속이 타들어갔습니다. 다음에는 절대 안 진다고 속으로 백번 이상 다짐했어요. 남은 시즌 첫번째 목표는 무조건 전국대회 우승입니다.
이후 6월 열린 고교-대학 올스타전에도 출전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홈런 더비에서 대학생 형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어요.
그렇게 큰 구장에서 야구를 해본 건 처음이었습니다(웃음). 처음엔 ‘내가 여기 왜 있지?’ 싶더라고요. 올스타전에 왔다는 사실부터가 믿기지 않았습니다. 홈런 더비 출전 명단도 SNS에 올라온 뉴스를 보고 알았어요. 그 당시엔 제 홈런수가 두드러지지 않았거든요. 무조건 ‘한 개만 넘기자’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잘 넘어가서 저도 놀랐습니다.
올스타로 뽑힌 다른 고교 선수들과는 많이 친해졌나요.
같이 있던 건 하루 뿐이라 깊게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좋은 경험이었어요. 영상, SNS로만 봤던 선수들과 같이 이야기도 나눴고요. 조금 아쉬웠던 건 개인적으로 보고 싶었던 김성준(광주일고) 선수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 정도?
김성준이요?
실제로 보고 싶었습니다. 야구도 정말 잘하지만,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모두 잘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올 시즌 저도 이도류를 해봤지만,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근데 성준이는 그걸 해냈고, 미국 진출까지 하게 됐잖아요.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고교 3년간 신재인 선수를 향한 MLB의 관심이 뜨거웠는데요. 김성준 선수의 미국 진출 소식을 들었을 때 심정이 복잡했을 듯합니다.
솔직히 말할까요.
물론이죠.
다른 것보단 드래프트 때 경쟁해야 할 선수가 한 명 줄어서 좋았습니다(웃음). 계약 조건도 120만 달러면 와우. ‘나도 이도류를 했으니까. 계약금 많이 받을 수 있을까’ 아주 잠시 행복한 상상에 빠지기도 했어요.
신재인 선수에게도 MLB 구단의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조금 얼떨떨했습니다. 제가 MLB 구단의 관심을 받았단 사실이 믿기지 않았어요. 지난 주까지는 여러가지 방향을 놓고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렇게 50대 50으로 고민하다가 결국 결론을 내렸습니다.
미국입니까?
KBO 드래프트에 참가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분명 미국도 도전하고픈 곳이지만, 지금은 KBO리그에서 먼저 제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선택도 명확해졌습니다.
나중에 후회가 남진 않을까요.
MLB 경기는 어릴 때부터 자주 봤고, 관심도 많았습니다. 제가 미국에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 자세히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요즘 군 문제가 중요하잖아요. 국내에서 열심히 하면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 나가서 병역 면제라는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미국에 간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아야 국가대표에 뽑힐 수 있어요. 그만큼 어려운 곳이기도 하고. 그 부분이 진로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줬습니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목표하는 순번이 있나요?
개인적인 목표는 1라운드 5순위 안에서 지명되는 겁니다. 쟁쟁한 후보가 많지만, 더 열심히 해서 제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요. (오)재원이랑 함께 1라운드에 뽑힌다면 더 기쁠 것 같습니다.
프로에서 내야 수비도 자신 있어요”

올 시즌은 투수도 병행 중이에요. 그동안 투구 연습을 해 왔던 건가요?
중학교 때까지는 투수를 했었는데, 고교 입학 후엔 팀에 투수들이 많아서 마운드에 오르진 않았어요. 그런데 올해 투수진에 부상이 많아서 사정상 투수로 출장하고 있습니다. 구속은 140km/h 초반 정도 나와요. 성적은 그렇게 좋진 않습니다(웃음).
그래도 마운드에서 강한 어깨를 보여줄 수 있단 점은 내야수에겐 플러스 요인입니다.
확실히 어깨와 송구에 대한 자신감은 있어요. 덕분에 깊은 타구가 와도 그 상황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송구 부담 때문에 공을 잡은 이후 불안해하는 선수들도 많더라고요.
일부에선 수비를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합니다. 최고의 야수는 유격수란 시선도 이에 한몫을 한다고 봐요. 포지션과 수비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원래 제 포지션이 유격수였습니다. 후반기 주말리그에서도 유격수로 출전했고요. 유격수 포지션은 어렵기도 하지만, 정말 중요한 자리예요. 운동 신경이 좋은 선수가 많을 수 밖에 없고, 어릴 땐 보면 실제로 제일 잘하는 선수가 유격수를 맡기도 합니다. 다만, 예외는 있다고 봐요.
예외요?
전 3루를 전문적으로 봐 왔던 선수가 프로에서도 3루수로 출장했을 때 장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유격수를 보던 선수가 3루를 보는 것보단 분명히 장점이 있지 않을까요. 지금 당장 프로에 가도 3루 수비만큼은 자신있습니다.
롤모델이 데릭 지터(前 NYY)라고 했는데, 지금도 변함이 없나요.
네, 맞아요. 일단 당시 뉴욕 양키스가 정말 강팀이었고, 당시 경기 영상을 유튜브로 보면 항상 양키스의 중심엔 데릭 지터가 있더라고요. 야구 실력보다는 멋있다는 면에서 롤모델로 삼게 됐습니다. 물론 야구도 정말 잘 했던 선수지만요(웃음). 저도 지터처럼 팀을 이끌어가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타격으로 주목받는 유신고 3루수라는 점에서 최정(SSG)이 떠오릅니다. 프로에서 활약하는 유신고 선배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최정 선배는 워낙 KBO 레전드시잖아요. 삼성에 간 (심)재훈이 형은 지난해까지 같이 뛰었고. 개인적으로 친했던 선밴데 1군에서 뛰는 모습을 보니 정말 부러웠습니다. 재훈이 형은 정말 좋은 선배이자 항상 제게 동기 부여를 심어줍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KBO 리그에서는 어떤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나요.
공격, 수비, 주루 중 하나만 잘 하는 선수는 많지만, 모두를 갖춘 선수는 많지 않잖아요. 저는 공-수-주 모두 잘 하는 선수가 목표입니다. 또 큰 경기에서 강한 멘탈로 긴장하지 않고 플레이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베이스볼코리아는 한국 유소년 야구, 고교야구 등 학생 야구를 기반으로 KBO리그 유망주와 스카우트, 신인드래프트 소식을 전하는 야구 전문 매거진입니다. 한국판 ‘베이스볼 아메리카’를 표방하며 지난 2019년 3월 창간해 오프라인 월간지와 유튜브 방송, 온라인 매체를 통해 풍성한 야구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꿈을 향해 땀 흘리는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과 현장 야구인들의 노력을 조명하고, 건전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베이스볼코리아의 지향점입니다. ‘MK스포츠’를 통해 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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