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진 상대 내리 3연승
대회 최연소 우승 이어
통산 6승 대회 최다승
![6승입니다. 신진서가 2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GS칼텍스배 프로기전에서 통산 6승에 성공한 뒤, 손가락 여섯개를 펼쳐보이고 있다. [조효성 기자]](https://wimg.mk.co.kr/news/cms/202507/23/news-p.v1.20250722.262df8a4df364712bebc7bce515655b4_P1.jpg)
“GS칼텍스배는 2018년 제가 바둑 인생에서 가장 깊고 긴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게 한 힘이 된 중요한 대회였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잠시 주춤했는데 실수 없이 3연승으로 우승하며 남은 대회에 대한 자신감도 되찾았습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터닝포인트가 된 소중한 대회죠.”
‘신공지능(신진서+인공지능)’으로 불리는 신진서 9단이 여섯번째 GS칼텍스배 프로기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자신의 바둑 인생 속에서 이 대회 우승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고 있는지 털어놨다.
신진서는 2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30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결승 5번기 3국에서 안성준 9단을 176수 만에 백 불계로 꺾고, 3연승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개인 통산 42번째 우승. 그리고 상대인 안성준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15전 15승을 기록하며 천적임을 과시했다.
신진서는 우승 인터뷰에서 “30주년의 GS칼텍스배에서 우승해 뜻깊고, 기분이 좋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대회를 열고 응원해 주시는 데에 바둑 기사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힌 뒤 “GS칼텍스와 매일경제신문 분들을 만나면 항상 바둑에 깊은 생각을 갖고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또 이런 대회가 있을 수 있는 것은 팬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감사하다”고 말했다.
25세의 나이에 42번째 우승 트로피. 얼마나 더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신진서는 “이창호, 조훈현 국수님의 타이틀 개수를 넘어설 수 없다. 저는 그냥 제 바둑을 최선을 다해 두고 싶다”며 담담하게 답했다.
제30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은 매일경제신문ㆍMBNㆍ한국기원이 공동 주최하고 GS칼텍스가 후원하며, 우승 상금은 7000만 원, 준우승은 3000만 원이다.
신진서가 우승상금보다 더 기뻐한 것이 있다. 대회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것이다.
신진서는 GS칼텍스배에 3개의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2018년 18세 2개월의 나이로 우승을 하며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이어 2022년까지 대회 5연패를 기록하며 이 대회를 넘어 한국 종합기전 사상 ‘최다 연승’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이번엔 여섯번째 트로피를 거머쥐며 그의 우상인 ‘돌부처’ 이창호 9단도 넘었다. 앞서 신진서는 이창호와 함께 이 대회 통산 5승으로 다승 공동 1위를 달렸었다. 그리고 이날 단독 1위가 됐다.
신진서는 “언제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기록이라는 게 사실 중요하다면 중요하고 또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기록을 하나씩 남긴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느껴지고, 소중하게 생각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벌써 여섯번째 우승. 하지만 어떤 순간보다 첫 우승을 거둔 2018년을 잊지 못한다. “제가 2015년에 생애 첫 우승을 하고 그 다음에는 국내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우승이 너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시를 떠올려보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만 하며 경기를 한 것 같다”고 떠올렸다. 올해도 흔들리던 신진서를 깨워준 것은 GS칼텍스배였다.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다. “올해 농심배에서 너무 좋기 시작했기 때문에 뭔가 나도 모르게 자만했을 수도 있다. 계속 전투적으로 연습하고 마음을 먹어야 하는데, 나도 컨트롤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본 신진서는 “이후 연승도 끊기고 패배도 늘면서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GS칼텍스배를 통해 다시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특히 결승 3경기 모두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실수도 거의 하지 않았다. 점수를 주자면 95점은 줄 수 있다”며 웃었다.
한국 대표 주자로 언제나 큰 압박감 속에서 경기해야 하는 신진서는 많은 부분에서도 자신이 2018년 첫 우승때보다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신진서는 “예전에는 종일 바둑 공부를 하고 대국하고 또 복기했다. 하지만 이제는 중요한 대회가 너무 많아졌고, 경험도 쌓이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으로 바뀐 것 같다”고 설명한 뒤 “나는 머릿속으로 바둑을 많이 두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패배했을 때 예전과 달리 그 경기 자체를 머리에서 지워버릴 때도 있다. 앞으로 나아갈 것과 남은 대회 준비하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고 덧붙였다.
2012년 한국물가정보배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생애 두 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안성준 9단은 신진서 9단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소득도 있다. 이번 대회 본선에서 강자들을 연달아 꺽으며 랭킹 5위까지 오른 안성준은 제2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예선 결승에서 신민준 9단을 꺾고 11년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다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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