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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살 나이·4년 공백도 전설 파키아오를 막지 못했다

WBC 웰터급 세계챔피언전
현역 챔프 바리오스와 무승부
전성기 맞먹는 스피드·체력
16세 나이차·신장차도 극복
경기 직후 "이긴 줄 알았다"
바리오스 "파키아오 미친 체력"
양측 "링에서 다시 만나고파"

  • 조효성
  • 기사입력:2025.07.20 17:30:19
  • 최종수정:2025-07-20 19: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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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 파키아오(오른쪽)가 2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WBC 웰터급 세계챔피언전에서 마리오 바리오스의 안면에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적중시키고 있다. 파키아오는 이날 자신보다 열여섯 살 어린 챔피언 바리오스를 상대로 녹슬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AP연합뉴스
매니 파키아오(오른쪽)가 2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WBC 웰터급 세계챔피언전에서 마리오 바리오스의 안면에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적중시키고 있다. 파키아오는 이날 자신보다 열여섯 살 어린 챔피언 바리오스를 상대로 녹슬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AP연합뉴스
"다시 한번 경기를 하고 싶다."(마리오 바리오스)

"당연히 재대결할 의향이 있다."(매니 파키아오)

20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 웰터급(67㎏ 이하) 세계챔피언전을 마친 뒤 '전설' 매니 파키아오(필리핀)의 얼굴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현역 챔피언 마리오 바리오스(미국)를 상대로 12라운드까지 접전을 펼쳤고, 현지 해설진이 파키아오가 우세하다고 할 정도로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성기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결국 챔피언 타이틀을 가져오지 못했다.

앞서 경기를 마친 직후 파키아오는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점수가 발표되자 표정이 굳었다. 부심 2명은 114대114로 동점, 1명은 115대113으로 평가했다. 복싱 판정 기준에 따라 무승부. 관중석에서는 야유도 나왔다. 이날 가디언은 파키아오가 115대113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재대결' 얘기가 곧바로 오갈 정도로 두 선수 모두 아쉬움을 표했다.

파키아오는 경기 직후 "다시 싸울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그게 내가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유산"이라고 답해 관중을 열광시켰다. 그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훈련 기간이 두 달밖에 안됐다. 내가 해야 할 일은 훈련을 계속하는 것이다. 사실 오늘 같은 챔피언십 경기는 4개월 정도 훈련해야 한다. 이번에는 필리핀 선거 때문에 훈련 시작이 늦어졌지만 괜찮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승부를 낼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어려웠다. 바리오스는 용감하고, 부주의하지 않았다. 또 콤비네이션 펀치와 방어 펀치를 동시에 날려 정말 힘들었다"며 바리오스의 경기력을 칭찬했다.

삼촌뻘 형님에게 호되게 당한 바리오스도 곧바로 "다시 한번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말하며 이번 경기에서 자신의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듯 흔쾌히 화답했다. 이어 파키아오에 대해 "지금까지 경험한 경기 중 가장 강렬했다"며 "파키아오의 체력은 놀라웠다. 타이밍과 리듬, 이해하기 힘든 변칙 공격까지 모든 것이 어려웠다"고 혀를 내둘렀다.

비록 파키아오가 챔피언에 다시 오르지 못했지만 복싱계와 복싱팬들을 열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세기의 대결'이었다.

한 치의 기울어짐 없이 치열한 난타전이 펼쳐졌고 관중은 경기 내내 "매니"를 외쳤다. 1만3170명의 관중은 마지막 12라운드 종료를 30초 남기고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4년 만에 돌아온 전설의 화려한 복귀에 환호했다.

이날 야후 스포츠의 앨런 도슨은 "그가 지금처럼 챔피언십 라운드에서 이렇게 복싱을 한다면 생물학적으로 경이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 뒤 "사우스포 자세에서 더블 잽을 날리고, 강력한 오른손 펀치를 날렸다. 또 그는 여전히 펑펑 터지는 타격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파키아오는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했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일단 나이가 열여섯 살 차이가 난다. 파키아오는 1978년생 만 46세로 복싱처럼 격렬한 스포츠에서 정상권을 유지하기 어렵다. 신장 역시 166㎝로 180㎝인 바리오스보다 14㎝ 작다. 특히 공격할 때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팔 뻗는 길이(리치)도 170㎝로 바리오스(183㎝)보다 짧다.

이번 대결을 앞두고 복싱계에서는 파키아오가 12라운드까지 진출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만약 버텨낸다고 해도 상당히 뒤처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복싱은 순발력과 파워가 좋아도 12라운드(36분) 동안 스텝을 밟으며 버티는 체력이 필수다. 과거 모든 국가대표가 참여하는 태릉선수촌의 4.5㎞ 달리기에서 복싱의 문성길이 1등을 차지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파키아오는 달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8체급 타이틀을 모두 석권하고, 올해 국제 복싱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이유가 있었다. "26세 때와 똑같이 엄청난 양의 훈련을 소화한다"고 말한 것은 허풍이 아니었다.

프로모터인 톰 브라운은 이 경기에 대해 "(MGM 그랜드의) 또 하나의 역사적인 밤"이라고 극찬하며 "파키아오는 2001년 이곳에서 처음 경기를 치렀고, 이번이 그가 MGM 아레나에서 치른 16번째 경기였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마치 2001년으로 돌아간 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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