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자 그레이스 김(호주)과 공동 7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공동 9위 개브리엘라 러펠스(호주)·가비 로페스(멕시코) 등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캐디들이 한국 기업의 모자를 쓴 이유는 후원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이 캐디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전개한 건 2020년부터다. LPGA 투어 캐디 30명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후원 계약은 올해 40명으로 늘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캐디 마케팅을 고려하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당시에는 캐디들이 친분이 있는 기업의 모자를 대가 없이 쓰거나 소액의 경비를 지원받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불리는 상위권 선수들과 함께 캐디들이 방송에 노출돼 홍보 효과가 입증되면서 여러 기업이 캐디 후원에 뛰어들었다.
KB금융그룹이 캐디 마케팅에 특별히 공을 들이는 이유는 프로 골퍼 후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한 KB금융그룹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매 대회 40명의 캐디가 KB금융그룹 모자를 착용하는 만큼 중계방송 등으로 노출되는 시간이 상당하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으로 시작했던 캐디 후원이 이제는 우리 기업의 대표적인 스포츠 마케팅 수단 중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LPGA 투어 캐디 모두가 후원 계약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KB금융그룹은 CME 글로브 포인트 60위 이내 등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캐디들과 후원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13일 막을 내린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KB금융그룹의 모자를 쓴 캐디는 총 33명이었다. 그중에서 톱10과 톱25에는 각각 4명, 9명이 들었다. 최종일 우승 경쟁을 펼쳤던 이소미의 캐디 역시 KB금융그룹의 모자를 착용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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