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 느끼면 경기력 크게 하락
매 주 소변검사해 수분량 확인
개막 이틀 전부터 맞춤형 관리
컨디션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라운드 후 30분씩 유산소 운동

박현경과 고지우, 이동은, 김민주, 박지영 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간판급 선수들이 여름철에만 하는 특별한 훈련이 있다. 물 먹기 연습이다. 갈증을 느끼는 순간 경기력이 10~15% 하락하는 만큼 샷·퍼트, 웨이트트레이닝 등과 함께 일정표에 수분 섭취 훈련을 추가해 컨디션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매년 6~8월은 1년에 30개가 넘는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 프로 골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기다. 3월부터 시즌을 치르면서 쌓인 피로에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로 인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름철 경기력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건 수분 섭취다. 그러나 제대로 된 방법으로 물을 먹는 프로 골퍼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대회 기간에만 수분 섭취량을 늘려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수분 부족으로 인한 경기력 하락을 막기 위해 몇몇 선수들은 시즌 초부터 매주 한 가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체내 수분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소변 검사다. 대회 개막 이틀 전 나오는 결과에 따라 한 주 컨디션 관리 계획을 세우는 이들은 올해 성공적인 여름 시즌을 보내고 있다.
최근 무더위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는 이동은과 고지우다. 지난달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이동은은 이후 출전한 더 헤븐 마스터즈, 롯데 오픈에서도 톱10에 들었다. 고지우 역시 맥콜·모나 용평 오픈 정상에 오르고 지난 10일 개막한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둘째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러 프로 골퍼들의 컨디션 관리를 돕고 있는 김희재 엔루틴 컨디셔닝연구소 박사는 “프로 골퍼들이 여름철 반드시 신경 써야 하는 미네랄은 땀으로 배출이 많이 되는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등이다. 이 중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매주 몸 상태에 맞는 맞춤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가 추천하는 수분 섭취 방법은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물을 마시는 것이다. 그는 “목이 마르다는 건 이미 몸에서 수분이 부족하다는 신호”라며 “체내에서 수분이 2% 이상 빠졌을 때 갈증을 느끼게 되는 만큼 주기적으로 물을 마시는 게 중요하다. 특히 여름에는 근육 경련이 오고 집중력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수분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물보다 빠르게 체내에 흡수되고 더욱더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코코넛 워터를 마시는 선수들도 크게 늘었다. 땀으로 수분과 함께 미네랄까지 배출되는 만큼 천연 미네랄 음료인 코코넛 워터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라운드 도중 챙겨 먹으면 좋은 간식으로는 바나나와 견과류를 꼽았다. 김 박사는 “경기를 치르면서 소모된 에너지를 빠르게 보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나나와 같은 탄수화물을 먹는 것이다. 여기에 나트륨(소금간)이 들어가 있는 견과류까지 함께 섭취하면 더욱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사용하는 축구, 테니스 등과 다르게 프로 골퍼들이 멀리하는 것도 있다.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에너지 젤과 카페인음료 등이다. 김 박사는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심박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혈당 섭취가 심박수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만큼 대부분의 프로 골퍼들은 간식을 신경 써서 고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먹는 훈련과 함께 프로 골퍼들이 병행하는 또 하나는 저강도 유산소 운동이다. 박현경과 김민별 등이 매 라운드가 끝난 뒤 30분 이상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이들이 라운드를 소화한 뒤에도 따로 시간을 내 유산소 운동을 하는 이유는 대사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김 박사는 “휴식만 한다고 해서 체력이 회복되는 게 아니다. 라운드를 치른 뒤에는 쌓여 있는 대사 노폐물을 다시 에너지원으로 소비해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당일 체력상태에 따라 30분 정도 걷거나 가볍게 뛰는 훈련으로 빠른 회복과 피로에 대한 저항을 높인다. 시즌 중 이러한 유산소 운동 회복 전략을 통해 시즌 끝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6~8월에는 발목과 종아리 등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의 비중도 높아진다. 김효주 등의 몸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선종협 팀 글로리어스 대표는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산악 코스에서 대회가 많이 열린다. 오르막과 내리막 경사가 심한 만큼 발목과 종아리 근육 부상에 대한 위험도가 높다. 선수들이 최고의 몸 상태로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여름철에는 몇 가지 변화를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