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석(35·대전하나시티즌)은 2010시즌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강원 FC, 감바 오사카, FC 도쿄, 나고야 그램퍼스(이상 일본), 인천 유나이티드 등을 거쳤다. 2023시즌부턴 대전에 몸담고 있다.
오재석은 태극마크와의 인연도 깊다. 오재석은 연령별 대표(U-17~23)를 두루 거쳤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선 한국 남자 축구 최초 올림픽 메달 획득에 이바지했다. 오재석은 국가대표팀에서도 4경기를 소화했다.
2025시즌. 오재석이 20대 시절처럼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오재석은 대전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오재석은 대전에 부상 등의 변수가 발생했을 때 팀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다. 오재석은 언제 경기에 투입되든 변함없는 경기력으로 팀에 안정감을 더한다.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땐 훈련장에서부터 선수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맏형 역할을 해낸다.



오재석은 “선수라면 누구나 많이 뛰고 싶다”며 웃은 뒤 “모두가 알다시피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베테랑이다. 베테랑은 팀에 꼭 필요한 걸 찾아서 해내야 한다. 축구화를 벗기 전 마지막 꿈이 있다면 K리그1 우승이다. 대전에서 꼭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고 했다.
‘MK스포츠’가 오재석과 나눈 이야기다.
Q. 팀 분위기가 아주 좋아 보인다.
만족은 없다. 특히 홈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 홈구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력, 결과를 전해드려야 한다. 대전 모든 구성원이 노력하고 있다.
Q. 올 시즌 초반부터 선두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순위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다. 우린 도전자다. 압박감을 느끼기보단 좋은 분위기 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Q.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 중심을 잡아주고 있지 않나. 후배들에게 요즘 가장 많이 해주는 말이 무엇인가.
우리가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이 흐름을 이어가도록 집중하자’는 얘길 많이 한다. 선수들이 불필요한 압박은 받을 필요가 없다. 부담은 내려놓고 우리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지금은 분위기가 좋지만,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떤 팀이든 위기가 온다.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선수들과 소통을 많이 한다. 우린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풀어갈 것이다.

Q. 대전이 지난 시즌엔 K리그1 잔류에 사활을 걸었다. 올 시즌과 완전히 다른 흐름이었다. 올해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무엇인가.
대전 모든 구성원이 힘들었던 때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우린 강등권에서의 사투가 얼마나 힘든 건지 안다. K리그엔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다. 지금 우리도 한두 경기 미끄러지면 내려앉을 수 있다. 선수들이 ‘다시는 강등권으로 내려앉으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우린 지난해의 경험을 토대로 매 순간 모든 걸 쏟아내고 있다. 그래야 한다는 걸 모두가 안다.
Q. 순위 경쟁이 대단히 치열하다. K리그1을 즐기는 사람이야 흥미롭겠지만, 선수들은 부담이 클 듯한데.
매해 비슷한 것 같다. 예측이 안 된다(웃음). 상위권이나 하위권이나 승점 차가 크지 않다. 한두 경기 결과에 따라서 순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5월엔 경기 수가 많다. 우린 5월에만 코리아컵 포함 8경기를 치른다. 5월이 지나야 순위의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것 같다. 5월이 정말 중요하다. 한 경기 한 경기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모든 걸 쏟아내야 한다.
Q. 대전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받는 건 아니다. 선수라면 누구나 뛰고 싶지 않나.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팀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세상에 경기에 나서고 싶지 않은 선수는 없을 거다. 나도 많이 뛰고 싶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보다 중요한 게 우리 대전이다. 나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못 뛰는 선수들이 있다. 모든 구성원이 황선홍 감독님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있다. 어떤 위치에서든 해야 할 역할이 있다. 특히나 나는 베테랑이다. 해야 할 역할을 빠르게 찾아서 해내는 게 중요하다. 그게 베테랑의 역할이자 의무다.

Q.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큰 듯하다.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웃음). 일본에 있을 때 5개의 우승컵을 들었다. 수원에선 코리아컵 우승을 경험했다. 프로 생활하면서 한 번도 들어 올리지 못한 게 K리그1 우승컵이다. 축구화를 벗기 전 꼭 하나를 이룰 수 있다면, 대전에서 K리그1 정상에 오르고 싶다.
Q. 주민규라는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전방에서 대전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주민규도 그라운드 안팎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 아닌가. 둘이선 주로 어떤 얘기를 나누나.
축구 얘기를 많이 한다(웃음). 주민규는 축구 실력뿐 아니라 성품도 훌륭하다. 지난해와 올해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주민규가 아닐까 싶다. 실력은 기록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나. 리더십도 빼어나다. 대전의 모든 구성원이 주민규를 믿고 있다. 주민규는 매 경기 그 믿음에 부응하고 있다. 정말 든든하다.

Q. 팬들은 우승을 바란다. 대전이 시즌 초부터 좋은 성적을 내면서 그 기대가 점점 커진다.
우린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도전자의 마음으로 마지막 라운드까지 확실하게 치러낼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하면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힘을 더할 것이다.
대전의 역사를 보면 이태호 감독님 시절인 2001년 코리아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K리그2에선 2014시즌 정상에 올랐다. K리그1에선 우승 경험이 없다. 승강제 전에도 마찬가지다. 대전 팬들에게 우승 멤버로 기억되고 싶은 꿈이 있다. 그 꿈을 이루고 싶다.
[대전=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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