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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힐랄이 연봉 30배 많지만…뭉치면 이길 수 있다"

K리그 광주FC 이정효 감독
26일 사우디서 ACLE 8강전
연봉 규모서 2700억원 차이
"강자는 핑계를 대지 않아
땀방울 믿고 亞 정복 도전"

  • 임정우
  • 기사입력:2025.04.22 17:06:21
  • 최종수정:2025.04.22 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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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광주FC 감독이 ACLE 8강전에서의 승리를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주FC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ACLE 8강전에서의 승리를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주FC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한국프로축구 K리그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남다른 스타성으로 광주 경기가 열릴 때마다 한국 축구팬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그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선수단 연봉 총액이 96억원에 불과한 광주가 약 2800억원에 달하는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을 제압하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4강에 진출하면 이 감독은 이제 '기적을 만들어낸 사령탑'이라는 특별한 수식어를 얻게 된다.

광주는 오는 26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사우디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알힐랄과 격돌한다.

이 감독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어렵게 8강에 오른 만큼 결승까지 가보고 싶다. 준비만 잘한다면 알힐랄 등 강팀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승과 준우승 상금으로 각각 1000만달러(약 142억원), 400만달러(약 56억8200만원)가 걸려 있는데 최대한 많은 상금을 벌어 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주대를 거쳐 2022년 광주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 감독은 지난 3년간 K리그2 우승, 시민구단 첫 ACLE 8강 진출 등을 달성했다. 그의 업적이 주목받는 것은 스타 선수가 많지 않은 광주에서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매년 주요 선수들을 떠나보내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낸 비결은 이 감독의 지략에 있다. K리그1에서 손꼽히는 전략가 중 한 명인 이 감독은 선수들 실력을 향상하고 상대를 압도하는 변화무쌍한 전술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감독은 "광주의 선전은 나 혼자 만들어낸 게 아니다. 선수와 코칭 스태프, 구단 관계자가 모두 힘을 합쳐 이뤄낸 결과"라며 "특히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100% 이상으로 쏟아낸 덕분에 광주라는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주가 ACLE 8강에서 맞붙는 알힐랄에는 주앙 칸셀루, 후벵 네베스, 칼리두 쿨리발리 등 유럽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스타 선수가 대거 포진해 있다. 선수 1명의 평균 연봉이 약 100억원으로 광주 선수단 전체 연봉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진 초호화 군단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앞서 K리그1과 ACLE 16강 등을 이뤄낸 것처럼 광주답게 부딪혀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핑계를 대지 말자'다. 강자는 절대 주변 환경 등을 탓하지 않는다"며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꾸준히 노력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는 만큼 선수들과 함께 흘린 땀방울을 믿고 싸워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승에 진출해 상금을 획득하면 클럽하우스, 경기장, 연습장 등 구단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 또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맞서 싸워 만들어낸 결과인 만큼 보너스를 꼭 챙겨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사령탑의 권위를 단 한 번도 내세운 적이 없다. 광주를 이끌게 된 2022년부터 지금까지 이 감독은 휴가, 훈련 등 모든 일정을 구단 결정에 따르고 있다. 그는 "선수들이 나를 믿고 따르게 하기 위해서는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분이 좋아 '효버지'라는 별명이 마음에 든다고 밝힌 이 감독. 베스트11과 후반에 교체 투입되는 선수 등에 대해서는 오로지 실력만 고려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의 경력과 나이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에게는 최대한 기회를 주려고 한다. 감독에게 찍혀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상대를 제압할 전술을 연구하는 날에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저녁을 먹지 않는 이 감독은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각오가 돼 있다. 그는 "축구장 안에서만큼은 우리 선수들의 아버지가 되고 싶다. 때로는 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강하게 말을 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 나부터 더 노력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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