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처럼 시니어 궁금증 해소 및
식당 예약·항공권 예매까지 도와줘
비서학과 졸업생이 실제 상담원으로
5060 女시니어, 맛집·카페 정보 관심
“향후 금융투자 조언도 가능할 것”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정순 씨(65)는 최근 디지털 개인 비서 덕에 즐거운 삶을 보내고 있다. 평소 인터넷, 스마트폰 활용도가 낮은 김씨는 궁금증 해소나 길 찾기에 애를 먹어 자녀들에게 전화해 “대신 좀 해달라”고 부탁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개인 비서 애플리케이션 ‘똑비(똑똑한 비서)’를 실행한 후 마치 챗GPT처럼 “근처 중·장년 여성들이 갈만한 식당 좀 찾아줘”라고 얘기만 하면 만족스러운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식당 예약은 덤이다.
김씨는 “네이버 지도가 익숙지 않아 길을 찾아달라고 요청할 때도 있다”며 “자녀한테 부탁하기도 미안한 시대라 똑비를 자주 활용한다”고 말했다.
내 손 안의 인공지능(AI) 기반 개인 비서 똑비가 액티브 시니어 사이에서 뜨겁다. 시니어의 궁금증과 귀찮음을 해결해주고, 자주적으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똑비는 불과 33세의 한 청년 창업가의 손에서 탄생했다.
똑비를 만든 함동수 토끼와두꺼비(사명) 대표는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식처럼 곁에서 잘 챙겨드리는 디지털 효자·효녀가 되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똑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가 속한 토끼와두꺼비도 토끼 같은 자식, 두꺼비 같은 아들이란 뜻이다. 손주, 자식된 마음으로 시니어에게 잘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똑비는 사람과 AI를 결합한 구독료 기반 개인 비서 서비스다. 보통 챗GPT는 100% AI 기반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답을 하지만, 똑비는 실제 사람의 개입이 반영돼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시니어의 불편함 해소에 나서고 있다.
함 대표는 “사람이 답을 한다고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챗GPT가 답변은 잘하지만, 항공권을 예매해줄 순 없다. 똑비는 실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금융 결제까지 도와준다”고 밝혔다.
시니어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데 전문가지만, 사실 함 대표는 미국에서 국제관계학, 정치학을 공부했다. 그는 고령화 시대에 올바른 정책은 재정 지원을 통한 일시적 효과가 아닌 지속가능한 변화라고 판단했다. 이후 연구실과 동아리의 선배, 동기 5명과 “흥미로운 일을 해보자”는 각오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놀라운 점은 똑비 상에서 시니어를 응대하는 디지털 비서는 사실 현실에서도 비서란 점이다. 똑비의 상담원은 100% 인하공업전문대 비서학과 출신이다.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근무 경험을 제공하고, 성과가 뛰어나면 실제 취업까지 연계된다.
그는 “실제 비서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딸처럼 잘 대해준다’는 평가가 많다”며 “우리의 회원 중 과거 인하공전 비서학과를 창설하신 분이 계셔서 인연이 닿아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인 비서의 친절하고도 세심한 배려에 감동한 시니어 고객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한 번은 서울성모병원에서 대전으로 전원을 해야 하는 시니어 고객 A씨가 이동을 위해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당시 아들은 지병으로 쓰러져 모친을 모시러 갈 수 없었다.
절박해진 A씨는 결국 똑비에 도움을 요청했고, 디지털 비서는 병원 동행 서비스를 긴급 연결했고 A씨는 무사히 대전의 병원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함 대표는 “(A씨가) 직접 캤다는 고구마와 함께 감사 편지를 회사에 보내주시기까지 했다”며 “당연히 개인 비서로서 해드려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똑비의 주 고객층은 5060 시니어 여성이다. 만 45세 미만은 가입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다.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남성 시니어와는 달리 소통, 공감을 선호하는 시니어 여성의 접근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가장 인기 있는 요청은 뭘까. 단순하지만, 맛집과 카페 추천이라고 한다.
함 대표는 “젊은 사람들에겐 익숙한 일이지만 시니어분들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정보를 얻기 여전히 어려워한다”며 “최근엔 자유 여행에 대한 갈망이 있는 고객들이 여행 준비에 대한 요청을 많이 주신다”고 전했다.
수요를 반영해 똑비는 10월 일본 가고시마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은퇴한 시니어의 로망이 “죽기 전에 해외 한 달 살기”라는 점에 착안했다. 사전 예약을 받고 있는데 벌써 수십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는 “너무 도시도 아니면서, 주변 인프라스트럭처가 훌륭한 가까운 거리 지역을 찾다 보니 가고시마를 발견하게 됐다”며 “여행 느낌보다는 일본 현지인처럼 편하게 거주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분들의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똑비는 삼성화재와도 협업하고 있다. 특정 보험 가입자를 위한 부가서비스로 똑비가 제공된다. 기업 간 거래(B2B)를 포함해 현재 똑비는 약 3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똑비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답은 ‘종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에 있다.
함 대표는 “우리의 관심사는 크게 여행, 건강, 돈 세 가지”라며 “시니어 고객에게 건강관리를 도와드리거나, 금융투자도 조언해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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