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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9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축제가 된 부처님오신날, 부처님 생신 카페 북적

‘부처님 생신 카페’ 연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 과잠 입은 대학생들, 2030 직장인으로 북적 지난달 불교박람회에는 20만명 넘게 참여 ‘나는 절로’, ‘AI 출가 체험’ 등 MZ콘텐츠 多 “모든 것은 변한다, 젊은층에게 위로되길”

  • 지혜진
  • 기사입력:2025.05.04 16:31:42
  • 최종수정:2025-05-04 21: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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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생신 카페’ 연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
과잠 입은 대학생들, 2030 직장인으로 북적
지난달 불교박람회에는 20만명 넘게 참여
‘나는 절로’, ‘AI 출가 체험’ 등 MZ콘텐츠 多
“모든 것은 변한다, 젊은층에게 위로되길”
서울 동대문구 회기역 연화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5일까지 ‘부처님 생신 카페’를 열고 ‘연꽃라떼’ 등 음료를 비롯해 소원성취 부적 등을 판매한다. [사진 지혜진 기자]
서울 동대문구 회기역 연화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5일까지 ‘부처님 생신 카페’를 열고 ‘연꽃라떼’ 등 음료를 비롯해 소원성취 부적 등을 판매한다. [사진 지혜진 기자]

“불기 2569년 부처님 오신 날 축하해!”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는 다른 절과 다르게 20·30대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인 ‘연예인 생일카페’를 모티브 삼아 ‘부처님 생신 카페’가 열리고 있었다.

생신 카페는 휘황찬란한 금빛 소품과 ‘부처님과 함께라면 그곳이 어디든 극락일 거야’ 등의 손팻말로 장식돼 있었고, ‘성불’ 등이 적힌 거울 포토존도 마련돼 있었다. 불교 문화를 보다 친근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소원성취 부적 카드, ‘약사여래부처 밴드붙여’ 일회용 밴드 등의 굿즈도 판매했고, ‘연꽃라떼’ 등의 특별 음료도 준비돼 있었다.

이날 생일카페에는 대학교 과잠 등을 입은 20대가 삼삼오오 끊이지 않고 들어와 26개 좌석이 꽉 찰 정도였다. 서울 강북구에서 온 강다현 씨(24)는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부처님 생신 카페를 알게 됐는데 재밌어 보이길래 십 여년만에 친구와 함께 절을 찾았다”며 “젊은 층 사이에서 불교 상품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 놀이처럼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에 마련된 ‘부처님 생신 카페’에서 주지스님인 묘장스님이 대학생 방문객과 대화하고 법명을 지어주고 있다. [사진 지혜진 기자]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에 마련된 ‘부처님 생신 카페’에서 주지스님인 묘장스님이 대학생 방문객과 대화하고 법명을 지어주고 있다. [사진 지혜진 기자]

종교의 엄숙함을 내려놓는 불교계의 행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되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불교와 불교 굿즈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일에서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는 역대 최대치인 20만명의 방문객이 참석했다. 이는 지난해의 약 2배 수준이다. 지난해와 달리 전체 방문객의 73%가 20·30세대라는게 이채로웠다. 심지어 47.5%는 무종교인이었다. 젊은 층은 수의를 입고 관에 들어가 보는 ‘임종 체험’, 사진에 AI 필터를 입혀 승려가 돼 보는 ‘AI 출가 체험’ 등에 적극 참여했다.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제13회 붓다아트페어’에서 관람객들이 굿즈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제13회 붓다아트페어’에서 관람객들이 굿즈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최근 불교계는 불교박람회 외에도 ‘나는 절로: 쌍계사 편’과 같은 연애 프로그램, MZ세대 스님들의 출가 이야기를 담은 다큐 ‘우리들의 힙hip한 출가’, 인근 대학생들에게 매주 무료 절밥을 제공하는 ‘청년밥심’, 휴식에 재미를 더한 ‘템플스테이’ 등 젊은층의 관심사에 맞는 행사 및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연예계에서도 지난 1월 가수 제니가 불교의 ‘선’을 주제로 한 노래 ‘젠’(ZEN)을 발표하는가 하면, 같은 달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추천한 책 ‘초역 부처의 말’은 한동안 서점 베스트셀러였다. 개그맨 윤성호 씨는 부캐 ‘뉴진스님’을 만들어 EDM 음악 ‘부처핸섬’을 선보였다.

유철주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전문위원(47)은 “일상의 행복감에 초점이 맞춰진 불교적 세계관이 MZ 문화와 결합해 젊은층의 뇌세포를 건드린 것 같다”고 불교의 인기 원인을 분석했다. 이어 “재단에서 근무하는 20대 직원들도 불교 굿즈를 사서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해탈컴퍼니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인 ‘깨닫다’ 티셔츠. 해당 업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MZ 스타일로 디자인해 만든 상품을 판매 중이다. [해탈컴퍼니 인스타그램 캡처]
해탈컴퍼니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인 ‘깨닫다’ 티셔츠. 해당 업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MZ 스타일로 디자인해 만든 상품을 판매 중이다. [해탈컴퍼니 인스타그램 캡처]

주여진 해탈컴퍼니 대표(29)는 지난해 MZ를 위한 불교 용품 온라인샵을 창업했다. 이 업체의 인기 상품은 ‘깨닫다’, ‘극락도 락이다’가 적힌 티셔츠와 ‘번뇌 닦이는 수건’이라고 적힌 세면용품 등이다. 주씨는 “지난달 불교 박람회 기간 4일 동안에만 1000건 이상 주문이 들어왔다”며 “불교 용품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이 점점 늘어 지난해에 비해 올해 매출이 2~3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20·30세대가 즐겨 찍는 즉석사진 브랜드 ‘인생네컷’과 협업해 불교식의 인화 사진 디자인도 만들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연화사의 묘장스님(52)은 “불교는 기본적으로 ‘모든 것이 변한다’는 가르침을 전한다”며 “지금의 삶이 혹시나 어렵고 힘들어도 곧 그 상황이 변할 것이니 이런 가르침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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