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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작은 불씨에도 위협받는 메마른 산림

산불교육 훈련센터 마련 필요 초기 진화용 대형헬기도 시급

  • 박동환
  • 기사입력:2025.03.30 23:29:23
  • 최종수정:2025.03.30 23: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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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교육 훈련센터 마련 필요
초기 진화용 대형헬기도 시급
진화율 99%인 산청 산불 현장에 30일 산림청이 헬기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 뉴스1]
진화율 99%인 산청 산불 현장에 30일 산림청이 헬기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 뉴스1]

영남 지역을 화마로 뒤덮은 ‘괴물 산불’이 열흘 만에 간신히 진화됐다. 이처럼 산불이 대형화·장기화되는 양상 기저에는 ‘기후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봄철 강수량이 줄어들고, 이 때문에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산림이 ‘불쏘시개’처럼 메마르고 있다.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영남 산불 사태를 계기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산불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대형 헬기 등 진화 장비를 확충하는 한편 산불 진화 인력 교육·훈련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산불 확산 예방을 위한 산림 솎아베기, 선제적 인공강우 등의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30일 이규태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회장은 “산불을 끄는 데 핵심적인 인력인 산불 예방 전문진화대와 산불 감시원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 ‘산불 교육 훈련 센터’를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구성한 산불 예방 전문진화대원 수는 9600명에 달한다. 지자체에서 고용하는 산불감시원도 약 1만2000명 수준이다. 이 회장은 “진화 인력의 수와 나이 문제보다는 교육과 훈련 여부가 더 중요하다”며 “각 시·군마다 수십 명에 불과한 인원을 훈련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시설을 짓기는 어렵기 때문에 산림청이 중심이 된 훈련센터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불 초기 단계와 야간에도 진화할 수 있는 대형 헬기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이번 산불 사태에서는 담수량이 큰 초대형 헬기가 부족해 많은 양의 물을 뿌리지 못하면서 초기에 불길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밖에 산악지형 특화 산불 진화 전용 소방차, 진화용 드론, 무인 진화 로봇 등 장비 개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재 운용되고 있는 임차 헬기는 노후화로 인해 운용이 제한되고 있어 시급한 교체가 필요하다. 현재 경북 시·군의 임차 헬기 19대 가운데 13대가 기령 30년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운항관리학과장은 “헬기 기령이 늘어날수록 점검 주기를 짧게 해 사용하고는 있지만 30년 전 포니를 지금까지 고쳐서 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헬기 노후화와 헬기 조종사 고령화가 맞물려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권 학과장은 “헬기 안전운전을 보조하는 최신 시스템이 없어 이를 마련해야 한다”며 “국내 운용 다수 기종이 러시아산인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정비용 부품을 수급할 수 없는 문제도 있어 장기적으로 국산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나무 솎아베기에 나서 숲의 밀도를 떨어트려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무 솎아베기를 통해 소나무 숲을 가꾼 경우 산불로 인한 나무 피해를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 가꾼 숲에서 나온 낙엽, 가지 등의 양은 ㏊당 12.6t으로 가꾸지 않은 숲(21.6t)보다 1.6배 적었다.

산불 예방에 초점을 둔 기상청의 인공강우 실험도 주목받고 있다. 기상청은 2028년까지 항공기를 동원해 구름씨를 뿌리면서 강수량을 늘리는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산불이 발생하기에 앞서 인공강우를 통해 비를 내리게 하면 산과 평지를 촉촉하게 유지할 수 있다. 산불 진화 과정에서 비의 위력은 이번에도 증명됐다. 경북 지역에 1~3㎜ 안팎에 불과한 비가 내렸지만 예상보다 진화에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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