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로 계약할게요”...지난해 임대계약 10건 중 6건은 월세 왜?

지난해 아파트를 비롯해 연립과 다세대 등 주택 월세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와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계약 총 247만6870건 중 월세 계약은 142만8950건으로 전체 계약의 57.7%를 차지했다.

이는 대법원에 확정일자 정보가 취합되기 시작한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주택 월세 비중은 40.8%에 그쳤지만 2021년 43.8%를 기록한 뒤 2022년 처음으로 51.9%를 찍어 전체 전월세 계약 건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어 2023년 54.9%로 증가했고 지난해엔 57%를 넘어서면서 불과 4년 만에 41.4%가 뛰었다.

월세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덴 2022년부터 불거진 전세사기 여파로 연립과 다세대 등 빌라 시장에서의 전세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빌라시장에서 최근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대규모 사례가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한 때 매매가격에 육박했던 전세가격이 떨어지고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로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아파트 월세 비중은 44.2%로, 전세사기 사건이 시작된 2022년 43.1%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소폭 증가했다.

반면, 전세사기 피해가 컸던 연립·다세대 등 비(比)아파트는 2022년 같은 기간동안 59.5%에서 지난해 69.5%로 10%p 증가했다.

보증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아파트는 여전히 임차인이 전세를 선호하지만, 빌라는 역전세난 우려에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지역별 주택 월세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은 제주도(78.5%)였다. 임대차 계약 10건 중 8건가량이 월세인 셈이다.

제주에 이어 충남(64.0%), 대전(63.4%), 부산(62.1%), 경남(61.9%), 울산(61.5%), 서울(60.3%) 등의 순으로 월세 비중이 높았다.

전남은 월세 비중이 44.5%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충북(50.4%)과 인천(51.6%)도 월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