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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노동자 천국' 프랑스의 변심

  • 한지연
  • 기사입력:2025.07.17 17:05:25
  • 최종수정:2025-07-17 17: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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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을 줄여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간다."

최근 국가 공휴일 재조정에 나선 나라가 저성장 개발도상국이 아니라서 더 놀랍다. 짧은 근로 시간으로 유명한 프랑스가 추진 중인 초유의 처방이다.

'노동자의 천국'이라 불리던 프랑스가 달라졌다.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이 2022년 2.5%에서 2023년 0.7%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지난해엔 -0.1%로 역성장하면서다. 그사이 '경제 대국'으로 불리던 프랑스는 유럽연합(EU) 가운데 국가 부채가 많은 나라 3위에까지 올랐다.

프랑스 정부는 저성장의 원인으로 만성적 노동력 부족을 꼽으며, 경제 활력 되살리기에 칼을 빼들었다. 프랑스 정부는 전체 공휴일 중 2개를 폐지하는 조치로 42억유로(약 6조8000억원)의 세수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더 일해서 더 벌기' 전략을 취한 유럽 국가는 프랑스만이 아니다. 독일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공휴일 축소 방안을 논의 중이고, 그리스는 지난해 EU 국가 중 처음으로 주6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한국 역시 공휴일을 줄인 적이 있다. 2008년엔 제헌절, 2006년엔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주5일제를 확대하던 시점에 생산성 약화를 우려하면서 취한 조치로, 지금의 유럽 국가들이 택한 방향과 같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한국은 '덜 일하기'가 화두다. 새 정부는 주4.5일 근무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2022년 2.7%, 2023년 1.6%, 2024년 2%로 둔화 중이다. 올해는 1% 달성도 버거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의 공휴일은 연간 15개로, 2개 축소를 논의 중인 프랑스(11개)보다 많다.

근로 시간은 나라별 여건과 사회적 합의에 따라 해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만 한번 줄인 근로 시간은 경제 여건과 기업 사정에 따라 되돌리기 힘든 비가역성을 갖는다. '덜 일하기'가 곧 '덜 벌기'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최적의 지점을 찾고자 과거로 회귀하려는 '노동자의 천국'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울림이 작지 않아 보인다.

[한지연 글로벌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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