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오피스 월세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바람에 스타트업이 경기로 본사를 옮기는 엑소더스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발목을 잡는 건 비싼 월세다.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성지인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는 3.3㎡(약 1평)당 월세가 50만원이 넘는 곳이 많다고 한다. 99㎡(약 30평)만 돼도 월세가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에 따라 경기로 엑소더스를 감행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서울을 떠나 경기로 본사를 이전한 스타트업 수는 2019년엔 13곳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무려 45곳이나 됐다. 심지어 경기에서 서울로 이동한 스타트업 수를 역전했다.
하지만 경기로 이동해도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들의 투자 유치액은 2022년 2112억원에서 지난해 861억원으로, 2년 새 60%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기에서 서울로 이동한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액이 2694억원에서 1864억원으로 31% 감소한 것과 비교할 때 '탈서울'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감소 폭이 훨씬 더 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직자들이 경기에서 일하길 꺼리는 통에,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도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호랑이(비싼 월세)를 피해 회사를 옮기니 늑대(투자와 채용 위축)가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셈이다.
스타트업의 서울살이가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인재와 돈이 몰리는 서울에 회사를 세우면 '장땡'인 줄 알았는데, 그 이후가 문제였던 것이다.
지금이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벤처캐피털(VC)이 자금을 풀기에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해 적재적소에 투자금을 지원하고, 저렴한 월세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산업센터 등도 활발하게 건립해 원하는 곳에서 창업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줘야 한다.
[이호준 벤처중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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