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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킹사태’ SKT, 최고 단계 비상경영체제 돌입

전체 임원 매일 7시 출근·데일리 회의 대표 직속 ‘전사 비상경영 TF’ 가동도 “뼈를 깎는 처절한 노력 필요” 주문

  • 고민서
  • 기사입력:2025.05.03 09:19:01
  • 최종수정:2025.05.03 09: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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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임원 매일 7시 출근·데일리 회의
대표 직속 ‘전사 비상경영 TF’ 가동도
“뼈를 깎는 처절한 노력 필요” 주문
SK텔레콤이 가입자 유심(USIM) 정보 유출 사태로 오는 5일부터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한다고 밝힌 2일 서울 시내의 한 SK텔레콤 대리점에 유심 재고 소진 및 유심보호서비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SK텔레콤이 가입자 유심(USIM) 정보 유출 사태로 오는 5일부터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한다고 밝힌 2일 서울 시내의 한 SK텔레콤 대리점에 유심 재고 소진 및 유심보호서비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해킹 사태로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SK텔레콤이 ‘최고 단계’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유심 보호 서비스 등 각종 대책에도 가입자 이탈이 거세지고 있는 데다가 현장에 필요한 유심 교체 물량도 턱없이 부족해 불만을 터트리는 고객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가 SK텔레콤에 신규 가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이 회사는 유심 교체를 둘러싼 현장 혼란이 해소될 때까지 무기한 신규 영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2일 오후 사내 소통망을 통해 전체 임직원에게 “비상경영체제를 최고 단계로 올리겠다”라는 제목의 CEO(최고경영자) 알림문 공유했다.

유 대표는 “지금 우리 회사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인해 고객의 일상과 감정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그로 인해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고객의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CEO인 자신을 포함해 모든 임원진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모두가 지금 현장에서 행동으로 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유 대표는 구성원들에게 “비상경영체제를 최고 단계로 올리겠다”고 전하며 제도와 정책, 소통의 측면 등 모든 경영활동을 원점에서 전면 재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왼쪽 세번째)를 포함한 경영진이 2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유심 정보 유출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왼쪽 세번째)를 포함한 경영진이 2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유심 정보 유출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경제가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유 대표는 전체 임원에 대해서 주말을 포함해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할 것을 독려했다. 주말과 연휴 기간도 빠짐없이 매일 이 시간에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침해 사고 직후 실행된 리스크 관리 체계 역시 확대해 대표 직속의 컨트롤타워 중심인 ‘전사 비상경영 TF(태스크포스)’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최근 사내망에 ‘RM(리스크 매니지먼트) 상황실’을 신설한 것으로 파악된다. RM 상황실은 SK텔레콤이 이번 사이버 침해 사고와 관련된 회사의 대응 현황과 사실 관계를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투명하고 빠른 소통을 개진하겠다는 취지에서 개설한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또 전사 비상경영TF 운영에 있어 단기와 중장기 대응 전략도 수립해 전사 모든 영역에서 고객 신뢰 회복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아울러 그는 전체 임원을 대상으로 5월 황금연휴 기간 유심 교체 업무 등 현장 지원을 위해 유통망(대리점)과 공항 등에 투입하는 한편, 모든 구성원들에게도 고객 보호를 위한 현장 지원 활동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촉구했다.

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내 SK텔레콤 부스에서 여행객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내 SK텔레콤 부스에서 여행객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대표는 이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객 속으로 들어가 현장에서부터 다시 신뢰를 쌓는 것”이라며 “단지 이번 사고를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경영 활동을 ‘고객과 현장’을 최우선에 두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위기를 돌파하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뼈를 깎는 처절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자신부터 고객과 현장으로 뛰어들어 앞장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SK텔레콤에서는 지난달 18일 밤 발생한 고객 유심 정보 해킹 사고 이후 가입자 이탈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달 28일에만 이용자 약 3만 4000여명이 SK텔레콤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다. 통신업계에선 국내 이동통신 점유율 약 40%로 1위인 SK텔레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SK텔레콤에서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고객은 23만 7000여명으로 3월과 비교해 약 87% 증가했다. 이 기간 SK텔레콤에서 KT와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는 각각 9만 5953명, 8만 6005명이다. 지난 1일에도 SK텔레콤에서는 가입자 3만 8716명이 빠져나갔다. 동시에 KT와 LG유플러스에 새로 가입한 사람은 2만 2000여명과 1만 8000여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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