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도 마찬가지다. 검진 당일의 수치만으로 질병 유무를 판단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환자 중심의 생활 기반 연속 데이터가 건강검진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동일 한국건강검진기관협의회장(사진)은 매경헬스와의 인터뷰에서 건강검진 시스템의 현주소와 한계를 짚으며 "'연속 디지털 측정' 기술이 새로운 검사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건강검진은 수검자가 공복 상태로 병원을 방문해 혈압, 혈당, 심전도 등 주요 생체지표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당일의 컨디션이나 환경은 평소와 크게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장내시경을 앞둔 수검자는 검사 3일 전부터 식이조절을 시작하고, 전날엔 장 정결제 복용 후, 금식 상태로 검사를 받는다. 이처럼 극도로 예민한 상황에서 측정하는 혈당은 실제보다 낮게 나타나기 쉽고, 때론 저혈당 쇼크로 검사가 무산되기도 한다. 혈압 역시 마찬가지다. 수면 부족, 긴장, 스트레스로 인한 백의성 고혈압 현상은 실제 고혈압 진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동일 회장은 "국가 검진 기준상 혈압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5분간 휴식을 취한 후 재측정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휴게 공간이나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이 기준을 지키기 어렵다"며 "오히려 반복 측정으로 긴장감이 더해져 혈압이 더 오르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단발성 검사로 인한 오류를 줄이고,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연속 디지털 측정'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방식은 건강 상태를 한 장의 사진처럼 보는 단일 측정이 아닌, 타임랩스 영상처럼 수 시간 또는 수일에 걸쳐 관찰하는 방식이어서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대웅제약이 도입한 연속 디지털 측정 장비는 사용자의 일상생활 중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앱을 통해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편의성과 정밀성을 확보했다.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 '모비케어'는 24시간 심장 리듬을 감지하며 부정맥 등을 실시간 포착한다. '카트비피 프로'는 반지 형태의 연속 혈압 측정기로, 수면 중 혈압까지 자동 수집해 고혈압 관리를 돕는다. 또 '프리스타일 리브레'는 최대 14일간 혈당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당뇨 자가 관리와 진단 정확도를 높인다.
김 회장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 한국의학연구소(KMI), 한국건강관리협회 등 주요 기관에서 해당 장비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으며 장기 측정값을 기반으로 평균과 추세를 분석하는 방식은 기존 검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진단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연속 측정 기술은 단순히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검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생활습관을 돌아보게 하는 '자가 교육' 효과도 크다. 이런 장점들로 인해 김 회장은 향후 국가건강검진 체계에 연속 측정 기술이 포함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김 회장은 "30년간 흡연한 국민에게 폐CT를 지원하듯, 당뇨병 전 단계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 연속 혈당 측정기를 제공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일부 장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보편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회장 주장이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건강검진은 공공 서비스이기에 더 빠르고, 더 정확하며, 더 편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대웅제약과 같은 우수한 기업들이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연구하고 투자하는 것은 ESG 관점에서 국민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이상훈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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