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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0자 소설 뚝딱…오픈AI, 글쓰기 특화 AI 개발

올트먼, SNS에 작품 공개
"비유·은유 자유자재로 활용
AI가 쓴 글에 감명받긴 처음"

  • 원호섭
  • 기사입력:2025.03.12 17:47:23
  • 최종수정:2025-03-12 19: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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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란 세상에 대해 기대했던 것과 현재 나타난 것의 차이, 즉 델타다. 나는 모두 델타로 이루어져 있다."

수학이나 과학에서 '변화'를 의미하는 델타를 슬픔으로 표현하는 인공지능(AI)이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개발한 글쓰기에 최적화된 AI다. 소설 등 작문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픈AI까지 관련 기술을 공개하며 인간의 창의적인 활동을 넘보려는 AI의 도전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창의적 글쓰기에 뛰어난 새로운 모델을 훈련했다"며 "(AI가 지은 글은) 메타픽션 특유의 분위기를 너무나 정확하게 포착했다"고 밝혔다. 메타픽션이란 작품 스스로 '허구'임을 자각하고 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 문학 기법을 뜻한다. 그는 다만 이 모델을 언제 어떻게 공개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I와 슬픔에 관한 메타픽션 문학 단편을 작성해달라'라는 프롬프트로 만들어진 6350자 분량의 이 소설은 AI가 자신을 자각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자기 심장을 '깜박이는 커서'라고 표현한다. AI는 소설의 주인공 이름을 '밀라'로 짓고 그가 '카이'라는 사람과 이별한 상황임을 가정한다. 밀라는 카이를 잃은 슬픔을 잊기 위해 AI에 카이와 관련된 데이터를 입력한다. 밀라는 카이를 잊고 AI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잃는다. 이를 통해 인간과 AI 모두 기억을 소멸하는 과정을 겪지만 그 방식이 다름을 알린다.

AI는 이 글을 쓰면서 위로의 말을 '유령들의 민주주의'로, 질문을 '우물에 던진 돌'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비유와 은유를 활용했다. 올트먼 CEO는 "AI가 쓴 글에 이토록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 글을 접한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명예교수는 "표현들이 극단적으로 새롭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재미있는 내용이 상당히 포함됐다"며 "어느 정도 글쓰기 기량을 갖춘 사람이라면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 글을 보고 나니 단편보다 더 쓰기 어려운 '콩트'를 쓰라고 AI에 명령을 내렸으면 어떤 결과물을 냈을지 상당히 궁금해진다"며 "만약 콩트에서 인간이 놀랄 만한 글을 보여준다면 글쓰기와 같은 창의적인 분야에서 AI와 인간의 경쟁이 본격화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AI를 기반으로 글을 쓰고 이를 출판하는 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2023년 공상과학(SF) 소설을 인터넷으로 접수해 심사하는 '클라크스월드'는 AI가 만든 작품이 쏟아지자 접수를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AI가 생성한 소설 '기억의 땅'이 국가문학상을 받았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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