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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딥페이크 목소리 분간해 피싱 막는다

LG유플 가짜 음성 판별기술
AI에이전트 '익시오' 탑재
"보이스피싱 판별 정확도 95%"
음성만으로 신원 확인하고
각종 가전 제어에 활용 전망

  • 김규식
  • 기사입력:2025.01.30 17:10:19
  • 최종수정:2025-01-30 23: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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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LG유플러스 스피치기술팀장이 자체 개발한 안티스푸핑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LG유플러스
박지웅 LG유플러스 스피치기술팀장이 자체 개발한 안티스푸핑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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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G유플러스 마곡 사옥에서 만난 박지웅 스피치기술팀장은 이 같은 내용의 목소리를 두 번 들려줬다. 집중해서 들었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목소리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실상은 놀라웠다. 첫 번째는 박 팀장 목소리였고, 두 번째는 컴퓨터가 박 팀장의 음성을 똑같이 재현한 '딥페이크 음성'이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사람마다 지문처럼 고유하게 보유하고 있는 '성문(聲紋)'을 인공지능(AI)이 인식해 진짜 음성과 가짜 음성을 가려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면서 "이를 통해 음성을 복제해 금품을 갈취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를 원천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딥페이크 음성을 탐지하는 '보이스 안티스푸핑(가짜 음성 판별)'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상반기 내 AI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에 탑재한다고 30일 밝혔다.

박 팀장은 "AI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통화에서도 가짜 음성을 판별할 수 있도록 했다"며 "안티스푸핑 정확도는 95% 이상으로 집계될 만큼 정확하다"고 말했다. 먼저 안티스푸핑 기술을 통해 실제 사람이 말하고 있는지 진위를 가려내고, 그 뒤로 화자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대화의 흐름과 단어 선택에 보이스피싱 위험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기술은 음성 정보를 서버로 별도로 전송하지 않는 이른바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가동되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 등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온디바이스 기술로 음성 안티스푸핑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LG유플러스가 전 세계에서 최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아이폰 운영체제 iOS17 이상 버전부터 탑재할 수 있는데, 스마트폰 기기로는 아이폰12 이후 시리즈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익시오의 안드로이드 버전 애플리케이션은 올해 1분기 안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가 음성 AI 기술 개발에 매진한 것은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AI 기술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가동하는 모델에서 멀티모달 AI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LG유플러스 멀티모달 AI 기술이 특정인의 미묘한 성문 차이까지 판별해 딥페이크 음성을 탐지하는 수준에 오르자 LG그룹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팀장은 "자체적인 음성 AI 기술은 2021년부터 개발에 착수했다"면서 "지난해 화자별로 목소리를 구분하고 식별할 수 있는 '화자인식' 기술을 개발했으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단순히 성문 인식을 넘어 특정 인물이 말할 때 속도, 억양, 성조를 다르게 하더라도 이를 같은 텍스트로 결과 값을 도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음성 AI 기술이 활용되는데, 이는 IPTV 셋톱박스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만약 LG유플러스 셋톱박스에 특정 인물의 음성을 등록해 놓고 집으로 돌아와서 대화를 통해 명령하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LG전자가 제조한 다양한 가전제품을 음성을 통해 가동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에도 접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고객센터가 별도로 주민등록번호 입력 등 본인 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음성만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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