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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실용 강조하면서 원전 확대 말 흐리는 李 [사설]

  • 기사입력:2025.04.25 17:26:47
  • 최종수정:2025-04-25 18: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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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4일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한 에너지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에너지 정책의 핵심인 원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전북 새만금 재생에너지 현장 행사 이후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입장을 묻자 "원전은 상황에 따라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회피하고 말을 흐렸다. 그는 앞서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폐쇄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놓으면서도 원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 후보는 2017년 '원전 제로화'를 주장하다가, 2022년 대선 때는 신규 원전은 짓지 않고 가동 중인 원전은 계속 이용하는 '감원전'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 후 탈원전과 거리를 두며 실용주의 노선을 분명히 하는 듯했으나, 대선을 앞두고 원전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 지지층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 때문일 것이다.

AI 세계 3대 강국, 전기 자동차 확대, 탈석탄 등을 공약한 이 후보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설비보다 3배 이상의 전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10%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불안정한 공급 구조를 갖고 있다. 원전 축소 정책으로는 세계 AI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원전을 재건하고 확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내 원전산업은 문 정부의 탈원전 과속으로 고사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회복돼 수출로 새 도약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유권자들의 불신을 키울 뿐이다. 이 후보가 진정으로 국가 미래를 걱정한다면,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원전 정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과학과 상식을 바탕으로 한 실용적인 에너지 정책을 제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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