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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도전 vs 편안한 안정…결국 여행길 위에서는 [여책저책]

  • 장주영
  • 기사입력:2025.04.29 10:57:56
  • 최종수정:2025.04.29 10: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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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자 하는 것을 해야만 하는 이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구 반대편도 불사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울타리를 뛰어넘고 싶지 않은 이도 있죠. 어느 쪽이 정답이라 할 수 없지만 결국 각자의 지향하는 바는 비슷합니다. 행복입니다.

두바이 사막 / 사진 = 픽사베이
두바이 사막 / 사진 = 픽사베이

여책저책은 꿈과 행복을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접고 파일럿에 나서 실제 조종사로 활약 중인 저자의 중동 이야기와 태어나 30여년간 고향을 떠나본 적 없던 이가 몽골 여행에 나선 뒤 그 추억을 옮긴 책까지 살펴봅니다.

있는 그대로 아랍에미리트
원요환 | 초록비 책공방
사진 = 초록비 책공방
사진 = 초록비 책공방

그의 말에 귀를 의심했다. 줄곧 취재 현장을 누비던 동료가 갑자기 파일럿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의 말은 몇 년 뒤 정말 현실이 됐다. 어엿한 민항기 조종사 신분으로 나타난 그 주인공은 최근 ‘있는 그대로 아랍에미리트’란 책을 출간한 저자 원요환이다. 저자의 이름 앞에는 ‘한국 저널리스트 출신 중동 파일럿’이란 이력이 붙는다. 좀처럼 듣기도 찾기도 힘든 경력의 소유자이다. 현재 중동 항공사에서 A320을 조종 중인 저자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파일럿 생활을 하며 겪은 아랍에미리트란 나라의 이모저모를 책에 친절히 담았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 사진 = 픽사베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 사진 = 픽사베이

‘사막 위에 세워진 기적의 나라’란 별명, 최근에는 ‘세계의 중심’으로까지 불리는 아랍에미리트는 사실 두바이와 아부다비로 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두 도시로만 설명할 수 없다. 아울러 모래와 석유로도 충분하지 않다. 이곳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며 미래를 꿈꾸는 도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땅이 맞는 표현이다. 사막 위에 세워진 초현대적 도시들과 그 안에서 숨 쉬는 이슬람 전통, 글로벌 혁신의 결합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적합하다.

​책은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부르즈 할리파, 중동 최대의 쇼핑몰 두바이 몰 등 화려한 랜드마크 소개를 넘어 아랍에미리트의 본질을 탐구한다. 7개의 토후국이 연합한 독특한 정치 구조, 석유 이후를 준비하는 첨단 기술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외국인과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사회의 진면목을 조명한다. 특히 외국인 90%라는 독특한 사회구조 속에서도 조화로운 공존을 이루어낸 힘은 오늘날 글로벌 시대에 중요한 교훈을 제시한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 사진 = 픽사베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 사진 = 픽사베이

또 기자 출신 파일럿답게 저자가 한때 기자로서 활동했던 경력을 발휘해 만난 사람들, 경험한 사건, 그리고 통찰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저자는 이슬람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외국인을 배려하는 개방성과 종교적 화합의 노력을 소개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 관용과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책은 초중등 교과 과정과도 연계해 세계사와 지리, 종교와 문화적 다양성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유익한 자료로도 그만이다.

기다림과 머무름의 땅, 몽골
김종호 | 밥북
사진 = 밥북
사진 = 밥북

​올해 나이로 일흔 한 살인 저자 김종호는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이후 줄곧 고향에서 살아가고 있다. 잠시 대학을 다니기 위해 떠난 시간 빼고는 목포의 한 사립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33년을 일했다. 젊은 날에는 또 다른 세상에 대한 꿈을 꾼 적은 많았지만 편안하고 익숙한 고향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여러 선생님과 함께 즐겁게 지내다 보니 30년이 훌쩍 흘렀고, 은퇴를 맞았다.

몽골 / 사진 = 픽사베이
몽골 / 사진 = 픽사베이

그렇게 낯선 세상에 나서게 된 저자가 선택한 곳은 몽골이었다. 단지 친구들과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는 목표 하나였다. 저자는 몽골 여행을 통해 자신이 잃어버리고 살았던 지난 시간의 꿈을 다시 꿈꾸고 싶었다. 광활한 초원과 사막,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별빛으로 가득 찬 밤하늘로 감성과 상상을 자극하는 땅, 바로 그 몽골. 저자는 올레길마저 생겨나며 한국인을 끌어들이고 있는 몽골을 8일에 걸쳐 온몸으로 체험한 뒤 여행 에세이 ‘기다림과 머무름의 땅, 몽골’로 기록했다.

​8일 동안 저자의 가슴으로 들어온 몽골의 자연과 사람, 문화와 풍습은 책의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기다림과 머무름의 땅이었다. 어디를 가든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설레었고 영원히 머무르고 싶을 만큼 아름답고 포근했다.

몽골 / 사진 = 픽사베이
몽골 / 사진 = 픽사베이

저자는 설레는 기다림과 머무름으로 몽골 곳곳을 밟았고, 그 모든 풍경과 느낌, 사유의 세계를 초원의 초록빛 감성으로 꾹꾹 눌러 담아냈다. 기다림과 머무름, 나아가 아련한 그리움으로 전해지는 작가의 감상은 초록빛 물감이 번져나듯 마음에 스며들고 그곳을 알든 모르든 가슴으로 몽골을 만나게 한다. 이 모두를 작가는 시간별, 여정별로 빈틈없이 기록함으로써 이를 따라가며 가이북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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