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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애초에 과잉이 없다…숫자보다 사람 고른다는 유럽 도시 어딘지 봤더니

도시와 여행 균형을 만든 오스트리아 빈 관광객 수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도시 문화와 균형 지키는 도시의 스위트 스폿 마이스 중심의 고부가가치 생태계 구축

  • 권효정
  • 기사입력:2025.04.29 10:57:22
  • 최종수정:2025.04.29 10: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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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여행 균형을 만든 오스트리아 빈
관광객 수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도시
문화와 균형 지키는 도시의 스위트 스폿
마이스 중심의 고부가가치 생태계 구축
뮤지엄 콰르티어 전경 / 사진= WienTourismus_Christian Stemper
뮤지엄 콰르티어 전경 / 사진= WienTourismus_Christian Stemper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은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 도시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꾸준히 꼽혔고 문화와 안전, 지속 가능성, 여유로운 분위기가 어우러졌다. 도시와 여행, 삶과 체류가 자연스레 연결된다. 지난 2020년에는 ‘세계 최고의 녹색 도시’ 1위로 꼽혔다. 도심 곳곳엔 공원과 녹지가 펼쳐져 느긋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빈은 여전히 깊이 있는 도시다. 문화와 예술, 일상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머무는 내내 도시의 결이 느껴진다. 최근 빈은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더해, 도시와 여행이 함께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놨다.

비엔나 관광청이 2025년 도시 관광 전략을 발표했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도시와 어울리는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핵심은 ‘누가 오느냐’다. 관광청은 시민과 여행자 모두가 불편함 없이 도시를 누릴 수 있는 균형 지점을 ‘스위트 스폿(Sweet Spot)’으로 정의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관광청은 매월 시민 3600명과 관광객 250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다. 시민 90%는 관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관광객 90%는 다른 이들에게 빈을 추천하겠다고 답했다. 관광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 파악하기 위해 150개 이상 지표로 구성한 모니터링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필요할 땐 곧바로 정책에 반영한다.

프라터 유원지 / 사진=WienTourismus_Christian Stemper
프라터 유원지 / 사진=WienTourismus_Christian Stemper

이제는 숫자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비엔나 관광청은 ‘이상적인 방문객’의 비중을 앞으로 66%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상적인 방문객이란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자유 여행객 △회의나 비즈니스 출장차 방문한 사람 △고급 취향과 소비력을 갖춘 여행객이다. 이들은 도시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스스로 조화를 맞춰가는 유형이다.

관광청은 이들의 행동 패턴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도시 인프라, 콘텐츠, 홍보 전략까지 연결된 구조 안에서 관리한다. 민간 기업, 시 당국, 문화 기관과 협력해 인증 제도와 서비스 기준도 함께 다듬고 있다.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은 관광 전략의 또 다른 축이다. 비엔나는 전체 숙박 중 마이스 비중을 10% 이상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2023년 한 해에만 63만 명의 회의 참가자가 방문했고, 이들이 기록한 숙박은 총 160만 박. 전체 숙박의 9%에 해당한다. 이들은 단기 숙박으로 끝내지 않는다. 무료 건강검진, 전문가 강연 등 지역 사회와 연결된 활동에도 적극 참여한다.

레오폴트 뮤지엄 전경  / 사진=WienTourismus_Paul Bauer
레오폴트 뮤지엄 전경 / 사진=WienTourismus_Paul Bauer

비엔나 관광청 산하 비엔나 컨벤션 기구(Vienna Convention Bureau)는 2038년까지 250건 이상의 대형 회의를 유치할 계획이다. 마이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 최근 빈은 UN 산하 국제 지속 가능 관광 관측 네트워크(INSTO)에 가입했다. 환경·사회·경제 전반의 영향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국제 기준에 맞춰 관리한다.

노베르트 케트너 비엔나관광청 CEO는 “빈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제 도시로 도시 관광은 팬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사람들이 사랑하는 도시의 본질을 훼손하지 말자’는 원칙 아래 관광이 방문객와 지역 주민 모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관광을 통한 도시의 품격 유지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로서, 문화관광과 MICE 산업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관광 생태계 구축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빈은 합스부르크 제국의 유산을 그대로 품고 있다. 27개 궁전과 163개 저택,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구시가지는 도시 역사와 격을 보여준다. 수백 년 이어진 커피하우스 문화는 빈이 문화 애호가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다. 요즘은 감각적인 디자인 숍과 갤러리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빈은 다른 유럽 도시들이 오버투어리즘(관광객 과잉)으로 몸살을 앓는 동안에도 균형을 유지해왔다. 덕분에 ‘살고 싶은 도시’ ‘다시 찾고 싶은 도시’라는 두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관광이 도시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도시의 가치를 더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빈은 지금 도시와 여행이 공존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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