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잘 활용하지만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이 미국화된 문화 기업인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이라는 제작사를 거쳐 미국의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사업화된 프로젝트이다. 아쉽지만 여기에 한국 산업 생태계와의 연결은 없다.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디즈니랜드의 관계, 레고와 레고랜드의 관계, 애플과 애플스토어의 관계와 같은 문화적 요소를 담은 상품의 존재가 결국 경제 효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문화의 글로벌 시장으로의 연결에는 어떤 구조가 필요할까. 우리에게는 '마뗑킴' '마녀공장' '불닭볶음면' 등 해외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 상품들이 있다. 패션과 뷰티 상품은 대체로 수명 주기가 짧고 시장 수요도 급격히 변해 대기업이 담당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는다. 모험적 상품에는 모험적 기업, 즉 도전적 벤처기업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외국인의 국내 상품 인터넷 직접 구매(역직구)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상품이 해외 시장에 접근하는 주요한 경로는 아마존,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을 통하는 방법과 해외로 확장 중인 우리나라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안이 있다.
동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플랫폼의 회원 가입과 결제수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더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 과연 '우리에게 해외 시장에 통할 만한 플랫폼이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무신사와 CJ올리브영은 이러한 시장에 대한 대안을 제공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미국 시장에 대한 상품으로 한정해 7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신사는 무신사 글로벌을 통해 해외 물류 과정을 무신사가 모두 대행하는 원스톱 풀필먼트 서비스를 강화 중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역직구 시장이 커지면 해외 안 나가도 수출이 가능하다"는 지적은 전적으로 맞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그 수단이 현재 우리 산업 생태계에 있는 버티컬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점으로 구체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경제적 성과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이 다방면으로 필요하다. 집약적 물류(보세) 지역의 구축과 지원, 세제 지원, 정보 처리 역량의 인적·물적 지원과 같은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버티컬 플랫폼이 갖는 힘의 원천이 단순히 브랜드가 입점해 판매하는 곳이 아닌 브랜드가 모여 치열하게 경쟁하고 경쟁력이 없는 브랜드가 탈락하기도 하고, 그 힘이 모여 더 큰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K팝의 잠재력이 K상품의 힘으로 실현되고, K버티컬 플랫폼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생태계가 조성되기를 기원한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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