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대표적 불황형 시장으로 인식돼온 중고거래 시장은 어떨까? 소득 불평등도가 완화되고 있는 만큼 중고거래 시장은 위축되고 있을까? 오히려 정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1년 24조원으로 성장해 연평균 약 14%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는 약 41조원, 2030년에는 8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 역시 올해 중고거래 시장 규모를 43조원가량으로 발표한 바 있다.
중고 수출입 현황은 어떨까? 중고 수출입은 아직 통계로 명확히 집계되지 않아 전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집계 가능한 중고 의류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연평균 5000억원어치를 수출하고 1000억원어치 미만을 수입해 매년 4000억원의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시장 규모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슈타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중고 의류 시장 규모는 2021년 1410억달러(약 194조6000억원)에서 매년 빠르게 성장해 2029년에는 3670억달러(약 506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중고 의류가 세계 의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 9.1%에서 2029년 약 18%로 늘어난다.
패션 분야 외에도 전자제품, K굿즈, 한류 관련 상품 등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중고 품목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고 시장이 대한민국 무역 흑자에 기여하는 바는 실제 추정된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고 수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여전히 중고 자동차와 일부 고철류에 머물러 있다.
중고거래의 대표적 특징은 매입세액을 증빙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수출업자는 판매 후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기 어렵고 이는 곧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를 해결하고자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중고품 판매 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일정 부분 공제해준다. 우리나라 역시 조세특례제한법을 통해 같은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중고 차와 일부 고철류에 한정돼 대부분의 중고 수출품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수출 품목 다변화를 통해 '수출 1조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여러 차례 공약했다. 이에 발맞춰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정부 당국자들은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확실한 것은 중고 시장에 대한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수출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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