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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대학과 은퇴자들의 아름다운 공존

지방대·노인 거주단지 연계
은퇴자들 사회적 고립 막고
대학은 재정난 해소해 윈윈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 기사입력:2025.05.04 17:12:10
  • 최종수정:2025.05.04 17: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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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출신인 나는 모교를 방문할 때마다 지방대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현장에서 느낀다. 학교 구성원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구조적 문제로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실감한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초고령화로 진입하고 있으며, 지방대학의 존립 위기와 지역소멸 문제도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대학에 'UBRC'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UBRC는 대학의 인프라와 지적 자산을 활용해 은퇴자들에게 수준 높은 주거 여건과 평생교육, 의료, 돌봄 등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미국은 스탠퍼드대·노터데임대 등이 1990년대부터 UBRC를 도입해 현재 100여 개 학교가 운영 중이며, 앞으로 400여 개 대학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들 대학은 은퇴자 주거단지와 연계해 강의, 문화,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은퇴자들은 대학의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활용하며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일본도 칼리지링크형 시니어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대학의 평생교육 시스템과 연계한 주거 모델이 시니어 산업 전반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UBRC 모델의 지역 대학 도입은 은퇴자들에게는 기존의 노인복지시설과 차별화된 수준 높은 주거 환경과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대학 내 주거단지에서 다양한 세대와 교류하며 평생교육 강좌, 문화예술 활동, 건강관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다. 이는 은퇴자들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영위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지방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과 캠퍼스 유휴공간 문제를 UBRC 도입으로 해소할 수 있다. 기존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은퇴자라는 새로운 수요층을 유치해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해 UBRC를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동명대 등 지방대학이 UBRC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지역사회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UBRC를 통해 청년층과 노년층이 한 공간에서 어울리며, 세대 간 소통과 상호 이해의 장이 마련된다. 이는 지역의 활력을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소멸 방지에도 기여한다. 대학·은퇴자·지역사회가 상생하는 새로운 사회구조를 만드는 데 UBRC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UBRC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학 프로그램과 자원봉사 참여 보장, 주요 시설 접근성, 입주자 대표와 대학, 사업자의 공동 관리 등 체계적인 운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 단순히 VIP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대학의 지역사회 역할과 차별화된 경쟁력에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

UBRC 도입은 은퇴자에게는 품격 있는 노후를, 지방대학에는 재정 안정과 경쟁력 강화를, 지역사회에는 세대 통합과 활력 증진을 가져다주는 혁신적 해법이다. 선진국처럼 한국도 UBRC를 적극 도입해 초고령사회와 지방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미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은퇴자·지역사회 모두가 상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다영 포항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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