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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통상 전쟁 시대, 중소중견기업의 생존 전략

기업은 장기 과제로 대응
정부는 체계적 지원 나서
투트랙으로 수출 뚫어야

  • 기사입력:2025.05.01 17:04:22
  • 최종수정:2025.05.01 17: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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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워싱턴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필자는 다시금 실감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 불리는 미국에서도 통상정책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얼마나 급격히 요동칠 수 있는지를. 특히 2025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대규모 고율 관세 조치는 단순한 경제정책을 넘어 미국 내 정치 지형을 반영하는 신호탄이었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45%라는 전례 없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4월 3일부로 캐나다·멕시코를 제외한 전 세계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분열된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해안 지역의 진보적 글로벌주의와 내륙·남부 지역의 전통적 산업 기반은 관세를 통해 더욱 극명하게 갈라졌다.

이러한 통상 환경의 급변은 한국의 중소·중견 수출기업에도 직접적인 충격으로 다가온다. 수출 가격 경쟁력 저하, 통관 리스크 증대, 공급망 불안정 심화 등 기업들이 직면할 현실은 결코 간단치 않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과 정책 급변은 장기적인 시장 계획을 어렵게 만든다. 한때 자유무역을 외쳤던 미국조차 이제는 철저히 자국 중심주의로 돌아섰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수출기업은 두 가지 관점으로 생존 전략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이번 관세 충격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 리스크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한 미국 현지 언론은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이나 물가 상승이 아닌 '워싱턴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즉 현재 대미 통상 환경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정책의 불확실성이다.

관세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시장 접근성, 가격 경쟁력, 브랜드 신뢰도 모두를 좌우하는 중대한 변수로 그 중장기적 파급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필자의 워싱턴에서의 경험을 돌아보면 정책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치열한 시장이 준비된 자만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변동성 시대를 버텨내는 힘은 긴 호흡의 유연한 대응과 철저한 준비에 있다.

둘째, 우리 수출기업들의 생존 전략은 기업 차원의 단순한 개별 대응을 넘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정부와 유관기관들이 최근 관세 리스크에 대해 선제적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실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KOTRA에서 2월부터 운영 중인 '관세대응 119 종합지원센터'는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변화하는 대미 통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매주 개최되는 미국 관세정책 설명회와 맞춤형 상담을 통해 기업별 사전 대응 전략을 지원하고 있으며 관세 바우처 사업을 통해 관세 컨설팅, 법률 자문,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전략 수립 등도 뒷받침한다.

관세대응 119의 상담은 두 달 만에 3000건을 넘겼다. 상담 범위가 관세뿐 아니라 대체 시장과 바이어 발굴 요청, 현지 투자 진출 문의 등으로 폭넓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의 절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KOTRA는 새로운 통상 지형 속에서도 우리 기업이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강상엽 KOTRA 중소중견기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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