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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테마파크 망국론

  • 박만원
  • 기사입력:2025.09.08 17:47:57
  • 최종수정:2025-09-09 18: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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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산림레포츠파크는 지난 3월 정식 개장했지만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방문객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예산 450억여 원을 들인 대형 테마파크인데도 마운틴코스터 등 놀이시설 사업자와 지자체의 소송전으로 반쪽 운영한 결과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운영비도 못 건지고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전망이다. 경북 안동 세계유교선비공원과 한국문화테마파크는 3000억원 넘는 예산을 투입해 2022년 정식 개관했다. 지난해 방문객은 16만여 명에 그쳐 운영 적자가 52억원에 달한다. 예산을 확보했다고 생색낸 지역 정치인들과 사업을 수주한 건설업자들만 잇속을 차린 셈이다.

전국적으로 이런 부실 사업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역 역사와 특산품 등을 내세워 관광객을 끌어모으겠다고 예산을 따내지만, 지어놓고 보면 부실 테마파크로 전락하는 게 대부분이다. 예산을 확보할 때만 열성이고 부실 운영은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납세자들이 울화통 터질 일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 같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지역사업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문화관광단지 조성 등 지역사업을 대거 지자체에 이관하고 예산도 늘려주기로 한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정부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지방의 자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곧이곧대로 들어줄 사람이 있을까. 내년에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돈풀기를 하려는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역 테마파크 사업은 포퓰리즘 예산과 비교해도 악질이다. 청년과 저소득층 표를 노린 포퓰리즘 예산은 일부 소득 격차를 줄이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효과라도 있지만, 흉물 테마파크는 사업자 배만 불리고 재정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세입보다 훨씬 큰 '슈퍼 예산'을 편성하면서 적자 국채 110조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다음 세대에 빚을 물려줄 궁리를 하기 전에 예산 낭비 지역사업부터 구조조정하는 게 순리다.

[박만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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