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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오늘의 점메추

  • 이유진
  • 기사입력:2025.07.22 17:35:36
  • 최종수정:2025-07-22 17: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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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에 1만원짜리 돌솥비빔밥을 파는 집이 있다. 나물만 넣은 야채 비빔밥은 9000원이다. 제일 비싼 메뉴는 2만1000원짜리 보리굴비인데, 아직까지 이걸 시킨 사람을 본 적은 없다. 이단아 보리굴비를 제외하면 이 집 음식은 비빔밥 한 가지지만, 위에 얹는 재료들이 굴, 주꾸미, 불고기 등으로 변주돼 선택 메뉴는 15가지쯤 된다.

이 식당이 귀한 이유는 한식 점심 메뉴 고르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서울 사무실 밀집지역에서도 스시, 베트남 쌀국수, 태국 솜땀, 멕시코 타코 음식점은 계속 생기는데, 한식당은 가물에 콩 나듯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한식당 비중은 2018년 45.6%에서 지난해 41.8%로 줄어들었다.

한식당이 사라진 자리엔 다른 음식점이 들어섰다. 같은 기간 일식은 1.5%에서 2.6%로, 서양식과 중식은 각각 1.7%에서 2.4%, 3.5%에서 3.9%로 늘었다.

한식당이 고전하는 이유를 한 가지로 짚긴 어렵다. 한식당은 다른 음식점보다 반찬이 많아 손이 더 가고, 재료비 상승에도 민감하다. 반면 외식업 주요 수익원이 된 배달은 적다. 지난해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에서는 전체 한식당의 74%가 하루 평균 배달 수를 묻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비율도 78%나 됐다. 전체 일반음식점 업종 중 가장 높다. 피자·햄버거·샌드위치류는 배달앱 이용률이 85%를 넘는다.

1만원 이하 메뉴가 줄면서 한식당은 편의점과도 경쟁하고 있다. 편의점 GS25에서는 도시락 사전예약 주문 건수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56% 늘었다. 도시락 예약자 10명 중 6명은 3040이었다.

도시락 주요 구성은 쌀밥에 3~4가지 찬이다. 도시락의 인기는 여전히 한식을 선호하는 입맛이 유효하다는 뜻일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동네 한식당 탐험을 추천한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착한가격업소'를 지도앱에 검색해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다. 그렇게 안 보이던 '만원 점심'이 가능한 곳이 골목골목 숨어 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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