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특파원칼럼] "中 뛰어넘기 어렵다" 韓 제조업계의 탄식

무서운 기술굴기 보이는 中
생산비용 싸고 노동력 풍부
한국은 에너지값 비싼데다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않아
정부, 제조업 살릴 정책 시급

  • 송광섭
  • 기사입력:2025.07.21 17:47:37
  • 최종수정:2025-07-21 19:23:23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사진설명
"앞으로 한국은 제조업에서 중국을 넘어서기 힘들 겁니다."

얼마 전 만난 한 국내 대기업의 중국 법인장 얘기다. 부임 전만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막상 와보니 제조업의 경쟁력 격차가 상당하다고 했다.

중국에 있는 많은 기업인이 이와 비슷한 걱정과 우려를 한다. 탄탄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던 우리의 성장 공식이 이제 끝났다는 탄식마저 들린다.

한국과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차이는 크게 두 가지에서 온다. 에너지 가격과 인건비다. 특히 최근 5년여 사이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을 잃었다. 과거에는 기술력으로 중국의 저렴한 생산 비용을 상쇄했지만 지금은 기술력이 많이 따라잡혔다. 즉 생산 비용에서 차이가 줄지 않으면 중국을 당해낼 재간이 없는 셈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의 시작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원전 가동을 줄이고, 간헐성이 크고 비싼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 등)를 급진적으로 늘렸다. 그 결과 한국전력은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 늪'에 빠지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전기요금 인상이란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가정·일반용 대신 산업용만 잔뜩 올렸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3년간 무려 75%나 인상돼 킬로와트시(kWh)당 185.5원까지 치솟았다. 정치적 셈법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국 제조업 경쟁력 중 하나인 '값싸고 질 좋은 전기'는 옛말이 됐다. 반도체·자동차·철강·조선 등 주력 산업들이 전력 다소비 업종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의미다.

중국에서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고 있지만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기준 전국 평균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0.7위안(약 135원)으로, 5년 전인 2019년 말(0.6위안)과 비교하면 0.1위안(약 19원) 오르는 데 그쳤다.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가장 높은데도 요금 인상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저 발전인 원전을 토대로 한 '에너지믹스' 영향이 컸다.

인건비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크게 올랐다. 업종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도입하면서 비효율이 급증했고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크게 떨어졌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이다. 급진적인 노동 정책이 불러온 부작용이다.

중국 역시 최근 인건비가 오르는 추세지만 노동력은 여전히 풍부하다. 아이폰 조립 시 드는 대당 인건비는 5~7달러로, 미국에서 만들 때와 비교해 6분의 1에 불과하다. 법정 근로시간도 하루 8시간, 주 44시간으로 정하고 있지만 업종에 따라 예외 규정을 둔다. 제조업의 경우 주 6일제에 10~12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등 포괄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보다 노동시장이 더 유연한 것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제조업이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우려한 점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과 '단계적 주 4.5일제 도입'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노동 정책에 관심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되살아날지 아니면 더 떨어질지는 앞으로의 5년에 달렸다.

[송광섭 베이징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