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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카메라가 지켜보고 있다

  • 이은아
  • 기사입력:2025.07.21 17:32:32
  • 최종수정:2025-07-21 21: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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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콘서트 도중 카메라가 객석을 향했다. '키스 캠'으로 불리는 카메라가 연인으로 보이는 이들을 대형 화면에 비추면, 당사자들이 키스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연출이다. '키스 캠'은 공연장이나 스포츠 경기장의 주요 이벤트로 자리 잡았는데, 한국 프로야구 경기장에서도 '키스 타임'은 인기다. 하지만 이날의 '키스 캠'은 쓰나미를 몰고 왔다. 서로 안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남녀는 스크린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확인한 후 황급히 얼굴을 숨겼다. 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하면서 IT기업 아스트로노머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인사책임자인 두 사람의 신상이 공개됐고, 불륜 의혹이 불거졌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앤디 바이런 CEO는 결국 사임했다. 자신도 모르게 찍힌 사생활 영상이 개인의 운명은 물론 기업의 CEO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사생활 유출 위험이 공연장과 같은 공개된 장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눈에 보이지 않는 카메라는 일상을 주시하고 있다.

공공기관 폐쇄회로 TV(CCTV)는 지난해 195만대를 넘어섰다. 전기차는 주행 정보 수집 등을 이유로 외부뿐 아니라 실내를 기록하는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로봇청소기는 집안 구조와 사생활을 저장하며 돌아다닌다. 국내에 있는 사물인터넷(IoT) 관련 장치가 29억개에 달한다고 하니 언제, 어디서든 해킹 피해자는 발생할 수 있다. 월패드 해킹 사건 이후 카메라 렌즈 가리개를 붙여놓은 집도 많다.

콜드플레이의 리더인 크리스 마틴은 '키스 캠' 소동 이후 공연에서 "카메라가 여러분을 대형 스크린에 띄울 수도 있으니, 아직 화장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화장을 해주세요"라며 농담 섞인 경고를 건넸다. 공연장에서는 마틴의 말대로 각자가 카메라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겠지만, IT 기기 정보 유출에 관해서는 명확한 사용 목적 고지와 동의 절차 강화 등 사생활 안전망을 갖추려는 제도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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