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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최전성기인데…‘시한부’ 설 나오는 이유 [취재수첩]

  • 나건웅
  • 기사입력:2025.04.25 12:06:04
  • 최종수정:2025.04.25 1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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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호황은 길어야 3년일 수 있습니다.”

최근 만난 한 중견 화장품 기업 대표의 말이다. 의아했다. K뷰티는 막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분위기가 좋은 산업이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은 사상 첫 100억달러를 돌파했고 수많은 인디 브랜드가 전 세계서 맹활약하는 중이다.

하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K뷰티 시한부’ 설을 얘기하는 이가 여럿이다. 그들이 지목하는 진원지는 ‘K콘텐츠’다. K뷰티 성공 발판이 된 K드라마와 K팝 노출 빈도가 줄면, 지금의 기세가 언제든 급격히 꺾일 수 있다는 논리다.

K콘텐츠는 K뷰티를 이끄는 ‘전방 산업’ 성격을 띤다. K뷰티는 한국 아이돌 화장법이나 인기 드라마 PPL 덕분에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콘텐츠 의존도가 적잖다. K콘텐츠 경쟁력은 여전하긴 하다. 넷플릭스에선 K드라마 흥행작이 계속 나오고 K팝 아티스트 인기도 꾸준하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글로벌 K콘텐츠를 길어와야 할 우물인 국내에서부터 시장이 흔들린다. 2023년 들어 국내 영화 관객 점유율은 한때 20%를 밑돌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티빙·웨이브 등 토종 OTT는 연간 1000억원대 적자를 감수하며 출혈 경쟁 중이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K팝 시장에도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한터차트에 따르면 2024년 K팝 음반 누적 판매량은 8777만장으로 전년(1억359만장) 대비 15% 급감,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역성장을 보였다. 특히 세븐틴·스트레이 키즈·NCT 드림 등 이른바 ‘밀리언셀러’ 그룹 판매량이 30~40%씩 줄며 충격을 안겼다.

K뷰티는 이제 독자생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 ‘K콘텐츠만 믿고 간다’ 식으로 안주했다가는 어렵게 찾아온 K뷰티 르네상스가 빠르게 저물 수 있다. 자체 브랜딩을 강화하고 품질 향상을 위한 R&D 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물 들어오는 지금이야말로 혁신의 노를 저어야 할 때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7호 (2025.04.30~2025.05.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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