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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아이들 [신간]

슈퍼맨 부모가 만들어낸 ‘금쪽이’

  • 최창원
  • 기사입력:2025.05.01 12:28:08
  • 최종수정:2025.05.01 12: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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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부모가 만들어낸 ‘금쪽이’
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 이수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만2000원
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 이수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만2000원

2023년 서울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24년에는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급 담임이 무려 여섯 번이나 교체됐다. 두 사건 모두 ‘내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끊임없이 제기한 악성 민원이 원인이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구 사회 역시 학생들의 기분을 확인하는 ‘감정 체크인’이 교실의 하루 일과가 됐다. 미국의 탐사 저널리스트인 애비게일 슈라이어는 책 ‘부서지는 아이들’을 통해 현 시대의 잘못된 양육 방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슈라이어는 자녀의 사소한 불편조차 없애주려고 안달하는 부모의 세태를 꼬집는다. 슈라이어는 “목욕할 때 눈에 물이 절대 못 들어가게 목욕 모자를 씌우고 햄버거 빵 참깨를 세심하게 제거하는 것처럼 작은 불편도 독소처럼 취급하는 부모로 인해 아이는 정상적 성장 과정에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스트레스 경험도 받지 못한 채 자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최근 다수 아이들이 겪는 불안 장애와 공포증의 배경이자 폭력적 성향의 원인이라고 덧붙인다. 아이들이 잘되라고 과도한 관심을 쏟아붓는 게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부모의 영향력이 학교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슈라이어가 인터뷰한 미국 공립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학생이 짜증을 내거나 울거나 소리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자살하겠다고 위협하고 교사에게 욕설을 내뱉는 사례가 최근 10년 사이 급증했다. 학부모 입김을 의식해 ‘감정 존중’ 덫에 빠진 학교가 이들의 폭력적 성향을 ‘도움을 원하는 외침’으로 해석해 관대하게 대응하는 탓이다. 우울증이나 불안한 정서를 호소하는 이들에게는 숙제와 시험을 면제하는 교육적 배려도 이뤄진다. 공동체 규범을 알려주고 절제력을 길러줘야 할 학교 역할이 실종된 것이다. 가르침 없이 성장한 아이는 기본적인 일조차 스스로 못 해내는 ‘빈껍데기 어른’이 된다. 실패의 모든 원인을 트라우마와 부모 탓으로 돌린다.

슈라이어는 자녀 삶에서 ‘한발 물러날 용기’를 제안한다. 슈라이어는 “어린 시절의 존재 이유는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지닌 친구를 사귀어보고 약한 애들을 괴롭히는 못된 녀석에게 맞서고, 넘어졌다 스스로 일어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 위함”이라면서 “어른 세계의 모든 고통을 조금씩 맛보는 게 행복한 어린 시절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고통과 상실이라는 독성에 면역력을 키운다”고 덧붙인다.

[최창원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8호 (2025.05.07~2025.05.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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