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졸업 후 수원시당구연맹 선수로 등록했다. 하지만 1년만에 ‘당구선수로서 성공’에 확신이 서지않던 그는 선수의 길을 스스로 내려놓았고, 이후 동호인으로만 활동해왔다.
최근엔 실력이 부쩍 늘었다. 웬만한 선수들의 점수대인 평균 에버리지 1.5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단다. 지난해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지마르배’ 등 전국규모 동호인대회에서 우승, 입상권만 6~7회 차지했을 정도로 물이 올랐다. 작년 11월에는 ‘잔카챔피언십 아시아3쿠션오픈’서 64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잠시 내려놓았던 꿈에 다시 한번 욕심을 내고 있는 선지훈 동호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당구를 알게된 건 아주 어린시절부터 아버지 따라 당구장 다니면서였다. 중학교 2학때쯤 아버지와 4구 30점을 놓고 처음 당구를 쳐봤다. 그 후 세 달만에 250~300점으로 점수가 올랐는데, 아버지가 재능 있다고 보셨는지 당구를 배워보라고 하시더라. 이후 동네 고수분께 3쿠션을 배우다 중학교 3학년부터 정식으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매탄고등학교 당구부를 졸업한 주니어선수 출신이라던데.
=실력이 빠르게 오르자 자연스레 선수의 꿈을 갖게 됐고, 당구부가 있는 매탄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김)행직이 형과 (오)태준이 형이 1년 선배다. 지금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행직이 형은 당시에도 범접할 수 없었던 실력이었던걸로 기억한다. 고교시절에도 대회서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다. 하하.
▲선수를 그만둔 이유는.
=어린나이에 실력이 좋은 편이긴 했지만 행직이 형이나 태준이 형에 비해 너무 모자랐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또 당시만 하더라도 당구선수는 큰 비전이 없는 직업이었다.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셨고, 나도 동의했다. 1년 정도 수원당구연맹 선수로 활동하다 이후 군 복무도 하고 다른 일반인들처럼 당구는 취미로만 즐기며 지내왔다.
▲다시 당구에 욕심이 생긴 이유는.
=그때까지 당구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만 갖고 살아왔기에 막상 당구 선수를 그만두니 정말 아쉬웠다. 군 복무를 마치고 나니 당구 붐이 일더라. 실력이 죽지 않았다는 걸 느끼고 더 욕심이 생겼고,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계기가 됐다.

=전국 규모 우승은 10~20회 정도다. 입상까지 넓히면 25~30회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는 준우승이나 공동3위 기록은 별로 없다. 8강이나 4강에 올라가면 운 좋게도 우승까지 차지한 기억이 많다. 하하.
▲실력이 급격히 늘었던 시기는?
=작년이다. 이전까진 우승해도 어쩌다 한번씩, 그것도 컨디션 좋고 운이 따라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연습구장을 안양에 있는 DS클럽으로 옮겼는데, 32~35점 사이 고점자들이 많은 구장이더라. 하루에 7~8경기씩 하면서 실력이 크게 늘었다.
최근엔 승률이 더 좋다. 평균 애버리지가 1.5점 중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함께 경기하는 분들이 ‘40점으로 올리라’고 원성이 자자하다. 하하.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은?
=횡단 샷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제 경기를 지켜보신 분들이 힘이 좋다며 파워풀한 스타일이라고 하시더라. 또 난구풀이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선수는.
=‘세계최강’ 쿠드롱이다. 개인적으로 실력 좋은 선수를 정말 좋아한다. 해외 선수로는 쿠드롱, 국내 선수는 조명우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 명우는 후배이기도 하지만 실력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당구를 잘 치는 것 같다.
▲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를 소개하자면.
=YB(Young Billiard)는 20대들이 모인 동호회다. 30대도 있지만 20대 친구들이 주를 이루는 ‘전국구’ 동호회다.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 장대현(성남) 한지승(광명) 이미래(성남) 등 20대 선수들도 등록, 당구로 함께 소통하는 동호회다.
▲큐는 어떤 제품을 사용하나.
=파두스빌리어드(대표 이남교)에서 후원받은 파두스의 에이블 큐를 사용중이다.

=물론 있다. 작년부터 성적이 뒷받침 되니 다시 욕심이 생긴다. 여러 연맹에서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고민 중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동호인으로 출전하는 대회에서 최대한 많이 우승하는 것이 목표다. (만약 선수로 복귀한다면) 정말 어렵게 다시 선수로 활동하는 만큼, 큰 꿈을 갖고 도전해보겠다. 첫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우승했던 ‘괴물’ (고)상운이 형처럼 임팩트있는 입상도 해보고 싶고, 월드컵 무대에도 나가 내 능력을 시험하고 싶다. [samir_@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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