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2월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16강전에서 강호 브라질을 만났고 네 골을 허용하며 수준 차이를 실감했다.
그렇게 어렵게 진출한 16강전이 절망으로 끝나가던 후반 31분,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살려낸 이가 있었으니 후반 20분 교체 투입된 백승호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이강인이 올린 프리킥이 수비 맞고 나온 것을 한 번 잡은 뒤 강력한 왼발 드롭슛으로 연결,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아넣었다. 이 골로 한국은 영패를 면할 수 있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두 번째 월드컵 무대를 꿈꾸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북중미의 두 강호를 상대하는 9월 A매치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에 있는 이칸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훈련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그 상황을 떠올리며 얼마나 소중한 무대인지 항상 생각하고 있다. 지금도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하루하루 그 무대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월드컵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카타르 월드컵 이후 그는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당시 전북 현대 소속이었던 그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군 문제를 해결한 뒤 버밍엄 시티와 계약하며 유럽 무대에 재진출했다. 중간에 팀이 3부 리그(EFL 리그 원)로 강등되는 시련도 경험했지만, 1년 만에 다시 2부 리그(챔피언십)으로 승격했다.
그는 “지난 월드컵을 통해 그 무대에 가려면 어떻게 준비를 해야하는지 배웠다. 챔피언십에서도 월드컵에 나간 좋은 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고, 이들을 상대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월드컵에 나서기 위해 필요한 모습들을 잘 준비해보려고 하고 있다”며 소속팀에서 경험을 바탕삼아 다시 월드컵에 나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력이 모두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에는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되는 시련을 겪었다. 그는 “그런 때일수록 소속팀에서 더 열심히 해서 다시 대표팀에 뽑힐 수 있게 노력했다. 이번처럼 대표팀에 왔을 때 좋은 모습 보여주게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생각을 전했다.
이번에 소집된 대표팀에는 미드필더의 핵심 멤버인 황인범이 부상으로 빠졌다. 그 자리를 대신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백승호에게는 기회다.
그는 “(황)인범이 형은 대표팀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선수다. 그렇기에 너무 아쉽다. 대표팀을 소집할 때마다 부상 변수가 있기 마련인데 이럴 때 대신해서 뛸 때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황인범의 공백에 대해 말했다.
대표팀 최초의 혼혈 선수인 옌스 카스트로프는 백승호와 중원 자리를 놓고 경쟁할 선수다. 그는 “말 안해도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선수고 당연히 좋은 선수이기에 대표팀에 뽑혔다고 생각한다. 옆에서 더 즐기고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동료에 관해서도 말했다.

버밍엄은 최근 격동기를 겪었다. 지난해 1월 웨인 루니 감독이 경질된 이후 토니 모우브레이가 부임 5개월 만에 팀을 떠났다. 두 명의 임시 감독을 거쳐 2024년 6월 크리스 데이비스 감독이 부임했고, 그가 팀의 승격을 이끌면서 안정을 찾았다.
백승호는 “작년에 감독님이 바뀌고 전술적인 부분에서 많이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내가 개인적으로 느꼈을 때공격적인 패스나 키패스, 어시스트, 이런 개인적인 퍼포먼스 부분에서 부족한 것을 많이 느꼈다. 그런 부분에서 시즌 시작전부터 보완하려고 노력했다. 작년보다 출발이 좋기는 한데 이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거 같다”며 말을 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해외 무대 도전을 꿈꾸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도전하면 좋다. 그렇지만 환경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 같이 하는 감독님의 전술, 매일 시키는 운동이나 분위기, 그런 부분에서 3부리그에 있다 하더라도 배울 것도 많았고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겠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부분에서 좋은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나가서 도전하고 부딪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뉴욕(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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