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텐 하흐 감독이 치욕과 함께 돈방석에 올랐다.
텐 하흐 감독이 단 리그 2경기를 치르고 경질되면서 분데스리가 최소 경기 경질 감독이란 치욕의 불명예를 썼다. 지난 시즌 도중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령탑에서 경질된 텐 하흐 감독이 이번에는 컵 대회 1경기, 리그 2경기 도합 3경기, 부임 이후 단 두달만에 경질되는 초유의 상황의 주인공이 됐다.
레버쿠젠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구단이 에릭 텐 하흐 감독과 결별했다. 경영위원회의 권고와 주주위원회의 결정”이라며 텐 하흐 감독의 감독의 계약 해지 소식을 발표했다.

감독 부임 이후 시간으로 따지면 약 두 달 만이다. 경기 숫자로 따지면 단 3경기로 분데스리가 역사상 가장 짧은 경기를 지휘한 감독이 됐다.
앞서 텐 하흐는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사비 알론소 감독을 대신해 지난 여름 감독직에 올랐다. 이후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7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 단 두달의 임기만을 가졌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독일축구연맹(DFB) 포칼 1라운드 경기서 독일 4부리그 조넨호프 그로스아스파흐를 4-0으로 꺾으며 첫 승을 올렸다. 하지만 4부리그 팀을 상대한 경기라 큰 의미를 두긴 어려웠다.
문제는 분데스리가 리그 경기였다. 이어진 8월 23일 2025-26 분데스리가 개막전서 호펜하임에 1-2로 패배를 당했다. 이어 8월 30일 열린 분데스리가 2라운드에선 베르더 브레멘에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브레멘이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몰린 상황에서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후반 추가 시간 극장골을 허용하면서 기록한 아쉬운 결과.
리그 2경기서 1무 1패로 승리하지 못하자 레버쿠젠 구단 측은 빠르게 경질이란 충격 요법을 빼들었다. 이유는 있다.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에도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수의 독일 언론에 따르면 전임 알론소 감독 체제서 리그와 경기를 주도했던 모습을 보였던 레버쿠젠이 텐 하흐 감독 부임 이후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수세적인 경기 양상을 보이는 것에 구단과 팬들의 불만이 매우 컸던 상황이다.
더해 구단 텐 하흐 감독은 구단 수뇌부와 선수들을 포함한 새로운 코칭스태프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독일 언론 빌트는 페르난도 카로 회장과 지몬 롤페스 단장이 텐 하흐 감독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이 언론은 구단의 지원 스태프와 행정 직원, 다양한 파트의 인력들도 텐 하흐를 외면하면서 경질이 가속화됐다고 전했다.

텐 하흐 감독으로선 실패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위기다. 일말의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결국엔 수모 속에 물러난 맨유 커리어에 이어 무대를 독일로 옮긴 이후 레버쿠젠에서도 치욕을 당하며 불명예스럽게 내려오게 됐다. 천재적인 감독이란 이미지도 금이 갈 지경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텐 하흐 감독은 자국의 명문 클럽인 AFC 아약스 암스테르담을 이끌며 큰 주목을 받았었다. 특히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강팀을 연이어 꺾으며 4강 신화를 썼다. 하지만 맨유로 자리를 옮긴 이후 리그 중하위권으로 추락하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두 차례 컵 대회 우승을 거뒀지만 결국엔 성과를 내지 못했고 중도하차했다. 거기에 레버쿠젠에선 아예 리그를 한 달 조차 치르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또 한 번 큰 돈을 벌어들인 텐 하흐 감독이다. 독일 언론 스포르트 빌트는 “레버쿠젠은 텐 하흐 감독에게 하루에 10만 유로(약 1억 6300만원)을 지불했다”면서 “위약금으로도 500만 유로를 수령한다”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2027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던 텐 하흐 감독은 월급으로만 두 달 동안 100만 유로를 받았고, 위약금 포함 도합 600만 유로(약 97억 원)을 수령하게 됐다. 감독 부임 근무 기간 2개월, 선임 이후 약 3개월간 커리어 치고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수준있는 유럽 리그의 정상급 팀에서 텐 하흐 감독을 찾을 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텐 하흐 감독은 성명을 통해 “레버쿠젠 경영진이 나를 직무에서 배제하기로 한 결정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단 2경기만에 감독과 결별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새로운 감독은 자신의 비전을 구현하고 기준을 세워 스쿼드를 구성하고 팀의 스타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선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보드진이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불통의 이미지까지 점점 더해가고 있는 텐 하흐 감독이 과연 어떤 기회를 다시 받게 될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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