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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는 스스로 만드는 것 나는 더 빨라질 수 있다"

한국 육상 간판 이재웅 인터뷰
1500m 한국 기록 두 차례 경신
부상·슬럼프 극복, 올해 맹활약
우승 기쁨에 절대 취하지 않아
목표는 나를 계속 뛰어넘는 것
내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

  • 임정우
  • 기사입력:2025.07.18 17:06:45
  • 최종수정:2025-07-18 19: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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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23·국군체육부대)이 뛰면 한국 육상의 역사가 바뀐다.

지난달 무려 32년 만에 육상 남자 1500m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던 그가 16일 또다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2025 호크렌 디스턴스챌린지 4차 대회 남자 1500m 경기에서 결승선을 3분36초01에 통과한 이재웅은 한국 육상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기록은 올해 아시아 선수가 기록한 최고 기록. 이재웅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엄청난 상승세. 하지만 끝이 아닌 과정일 뿐이다. 이재웅은 1위를 하고 새기록을 세웠다는 기쁨에 취해 있지 않았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저 묵묵하게 올해 아시아 선수 최고 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을 세운 다음날에도 이재웅은 새벽에 필드로 나와 훈련을 이어갔다.

이재웅은 17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잘했다고 해서 내일도 좋은 기록이 나오는 건 아니다.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다음 대회에서 받아들일 성적표가 달라진다.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는 기쁨은 어제까지 유효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은메달과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호크렌 디스턴스챌린지 3개 대회 정상에 오른 그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슬럼프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이재웅은 2019년 남자 1500m 랭킹 세계 4위·아시아 1위에 등극한 특급 선수였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고, 한국 육상에서 그의 이름은 조용히 사라졌다.

흔들리고 포기할 법한 상황. 이재웅에게는 무기가 있었다.

지고는 절대 못 사는 승부근성이다. 다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무장한 그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성급하지 않았다.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는 성적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대신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정복해 나간다는 자신만의 전략을 세웠다. 1500m를 달리듯 긴 호흡으로 자신감을 한 단계씩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재웅은 "2023년과 지난해 초까지만 해 몸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았다. 컨디션이 떨어진 상황에서 성적까지 나오지 않아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며 "어떤 시도를 해도 올라오지 않던 경기력이 성적 욕심을 버리자마자 좋아졌다. 이후 자신감을 회복했고 꾸준한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다시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재웅이 올해 세운 두 번의 한국 신기록도 그 과정일 뿐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는 "지난달 3분38초55로 32년 만에 한국 신기록을 깬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더 빨라지고 싶다'였다. 확실한 목표를 갖고 열심히 노력하니 지난 16일 3분36초01을 기록하게 됐다. 이번에도 처음 한국 신기록을 경신했을 때와 마음가짐은 동일하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한번 내 한계를 넘어서 보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웅의 승부욕을 불타오르게 만드는 라이벌도 있다.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던 이자와 가쓰토(일본)다. 일본 육상 중거리의 에이스로 꼽히는 이자와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이재웅과 금메달을 놓고 격돌할 선수다.

이재웅은 "유도를 하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육상으로 전향했는데 승부욕은 예전부터 강했다.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놓친 뒤에는 아쉬운 마음에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이자와를 이기기 위해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있다. 다음 맞대결에서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 육상 에이스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보로 급부상한 이재웅은 준비를 철저히 해 한국 육상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이재웅이 지난 16일 작성한 3분36초01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작성된 모하메드 사윈(사우디아라비아)의 대회 신기록(3분36초49)보다 빠르다.

그는 "한국 육상이 아시아에서도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잘해야 한다. 금메달을 목에 걸면 한국 육상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과 달라진 한국 육상의 위상을 결과로 증명해보겠다"고 말했다.

기록적으로는 34초의 벽을 허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웅은 "최근 경기를 치르면서 더 빨라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한계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계를 두지 않는 게 내 장점인 만큼 계속해서 기록을 단축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웅은 한국 육상 국가대표팀과 국군체육부대 지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해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올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그는 "평생에 한 번도 깨기 어려운 한국 신기록을 두 차례나 경신하고 지난해 개인 최고 기록(3분41초13)에서 5초 이상 단축하는 데 지도자 선생님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그날까지 발전을 거듭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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