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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현대축구 흐름에 뒤처져…축구력·행정력 밑천 드러나” 신문선 교수가 바라본 동아시안컵 [MK인터뷰]

  • 김영훈
  • 기사입력:2025.07.18 06:49:00
  • 최종수정:2025-07-19 09: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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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는 국내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두고 “한국 축구는 여전히 현대 축구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문선 교수는 17일 MK스포츠와 전화 통화를 통해 “이번 동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의 행정력, 축구력 모두 난맥상 흐름을 보여줬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축구협회는 동아시안컵 개최국으로서 부족함을 보였다. 경기력을 비롯해 행정, 홍보, 스폰서십 등 모든 부분이 아쉬웠다”라며 “스포츠는 재정 확보가 중요하다. 크게 중계권료, 입장료, 스폰서 수익료 등 크게 3가지를 볼 수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모두 미흡했다”라고 말했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사진=연합뉴스 제공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면서 “향후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포함한 타 국가에서 한국축구의 행정력을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스럽다”라고 덧붙였다.

2025 동아시안컵은 용인, 수원, 화성시 등 3개 도시에서 7일 개최해 16일 막을 내렸다. 흥행 참패였다. 남자부 총 6경기에 3만 2,136명 관중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에는 최종전 일본전(1만 8,418명)을 제외하면 중국전 4,426명, 홍콩전 5,521명으로 저조했다.

이번 대회 남자부 평균 관중은 5,356명이다. 직전 대회인 2022년(일본) 평균 관중 6,398명보다 줄었다. 여자부는 세 자릿수로 떨어질 정도로 처참한 흥행 성적을 남겼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주축 해외파의 부재, 일부 경기장의 불편한 교통 접근성, 고온다습한 한국의 여름 날씨 등이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신문선 교수는 ‘홍보 부족’을 꼬집었다.

7일 한국과 홍콩전이 열렸던 용인미르스타디움. 킥오프 전 양 팀의 훈련이 시작됐지만, 팬들의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 사진=김영훈 기자
7일 한국과 홍콩전이 열렸던 용인미르스타디움. 킥오프 전 양 팀의 훈련이 시작됐지만, 팬들의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 사진=김영훈 기자
사진=김영훈 기자
사진=김영훈 기자

신문선 교수는 “2022 일본 대회의 경우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단순히 관중 수로만 비교해서 보기에 무리가 있다”라며 “대회 홍보가 부족했다. 대중들이 대회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다. 국제대회를 연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이는 스폰서십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의 광고주는 자연스럽게 시청률을 볼 수밖에 없다. 노출 빈도 때문이다. 한일전이라는 큰 이벤트가 있는데도 TV 시청률이 5.7% 정도였다. 관중석이 텅텅 비어 있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나오는데 어느 누가 가고 싶은가. 축구협회가 대회를 열기 위해서는 적어도 미디어를 불러 모아서 해당 대회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자리를 마련했어야 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동아시안컵 성적은 남녀부 희비가 엇갈렸다. 남자부는 최종전에서 일본에 패하며 6년 만에 우승 도전이 물거품이 됐고, 여자부는 중국, 일본, 대만을 상대로 1승 2무를 기록하며 20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남자부는 일본에 아쉬운 기록까지 떠안게 됐다. 한일전 최초 3연패, 동시에 2연속 대회 우승을 일본에 내줬다. 당시 홍명보호는 일본에 볼 점유율(58%-42%), 슈팅 수(9-4) 등 기록상 우위를 점했지만, 유효 슈팅 1개로 빈공에 시달렸다.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 몰아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일본의 밀집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천정환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 홍명보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 홍명보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신문선 교수는 “한일전은 전략과 전술에서 모두 패했다. 우리는 일본과 나란히 2승을 기록했다. 일본은 득실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이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을 차지하는 시나리오다. 홍명보호가 점유율과 슈팅 수가 앞서며 분위기를 잡는 모습은 오히려 일본의 지략에 당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 홍콩, 중국전처럼 강하게 전방 압박을 보여줬다면 오히려 안정감이 떨어졌을 것이다”라며 “일본이 전반전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 골은 한 골 이상의 가치였다. 이후 일본은 ‘존 디펜스(Zone Defence)’의 수비 형태로 한국을 상대했다. 우리나라는 공격을 풀어가는 데 애를 먹었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두 명의 장신 공격수를 투입해 롱볼 전술을 구사했다. 이제는 일본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에 비해 피지컬 부분에서도 밀리지 않아 통하지 않는 모습이었다”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3백 카드’를 꺼냈다. 향후 대표팀의 주 전술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신문선 교수는 K리그1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북현대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거스 포옛 감독의 전북을 보면 알 수 있다. 포옛 감독은 확실한 플랜 A를 고수하고 있다. 선발 라인업이 변하지 않고 있다. 축구에서 어느 국가, 팀이든 성적이 좋으면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다. 전북이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고, 포옛 감독 또한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팀에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라고 비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신문선 교수는 “한국이 월드컵에 나가서 플랜 A와 플랜 B를 병행할 수 있는 여력은 없다. 월드컵 포트가 어떻게 나눠질지 두고 봐야 하나, 유럽 혹은 남아메리카의 강국들과 마주할 때를 확실하게 대비할 수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 현대 축구에서는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전술적 움직임을 가져간다. 풀백의 쓰임새만 봐도 많이 달라졌다. 과거 직선적이고 수비에 가담하는 모습이 전부였다면, 최근에는 미드필더처럼 움직이기도 하고, 공격수보다 더 전진해 숫자 싸움에 기여하는 등 다양하다. 수비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자기 포지션을 고수하기보다는 상황에 맞춰 빈자리를 다른 선수가 메워주는 모습도 있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월드컵 3차 예선부터 동아시안컵까지 그런 모습이 부족했다. 현대 축구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라고 비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신문선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은 2005년 ‘일본의 길(Japan’s Way)’이라는 축구 개혁안을 발표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 최강 자리에 올랐다. 우리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 일본은 착실히 세부 사항을 실행해 갔다”라고 짚었다.

이어 “J리그는 우리보다 10년 늦게 출범했다. 그럼에도 빠르게 외국인 감독을 수혈하면서 유럽 축구를 흡수했고, 많은 선수를 유럽으로 보내며 경쟁력을 키워갔다. 자연스럽게 J1리그 팀의 공백을 J2리그의 선수가 채웠고, 그 공백을 J3리그 선수가 이적하면서 선순환이 일었다. 계속해서 이런 부분이 누적되면서 일본 축구가 가파르게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신문선 교수는 ‘한국 축구의 방향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은 연이은 평가전에서 0-5로 패했지만,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4강 신화를 이뤘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 또한 마찬가지다. ‘빌드업 축구’를 한국에 정착시켰다. 그동안 빌드업이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던 상황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로 의미까지 더해졌다”라며 “한국 축구가 세계 수준의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팬들이 명확하게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은 아직 이 부분을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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