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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골퍼 옆 캐디 공략한 KB…마케팅 효과 선수 못지 않네

에비앙 챔피언십서 KB금융 주목
우승자 포함 33명 캐디들과 계약
중계 방송 노출로 광고 효과 톡톡
선수들 후원 금액 10분의 1 수준
한국서는 캐디 구단까지 운영돼

  • 임정우
  • 기사입력:2025.07.15 01:46:56
  • 최종수정:2025-07-15 09: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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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앙 챔피언십서 KB금융 주목
우승자 포함 33명 캐디들과 계약
중계 방송 노출로 광고 효과 톡톡
선수들 후원 금액 10분의 1 수준
한국서는 캐디 구단까지 운영돼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그레이스 김(오른쪽)이 KB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 캐디 드레우 언스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조직위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그레이스 김(오른쪽)이 KB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 캐디 드레우 언스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조직위

한국 골프팬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중계방송을 보며 생긴 한 가지 궁금증이 있다. ‘여러 외국 선수의 캐디들이 쓰고 있는 모자에 KB금융그룹 로고가 새겨진 이유가 무엇일까’다.

우승자 그레이스 김(호주)과 공동 7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공동 9위 개브리엘라 러펠스(호주)·가비 로페스(멕시코) 등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캐디들이 한국 기업의 모자를 쓴 이유는 후원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이 캐디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전개한 건 2020년부터다. LPGA 투어 캐디 30명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캐디 후원 계약은 올해 40명으로 늘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캐디 마케팅을 고려하는 기업들은 거의 없었다. 당시에는 캐디들이 친분 있는 기업들의 모자를 대가 없이 쓰거나 소액의 경비를 지원받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불리는 상위권 선수들과 함께 캐디들이 방송에 노출되어 홍보 효과가 입증되면서 여러 기업들이 캐디 후원에 뛰어들었다.

KB금융그룹이 다른 기업들보다도 캐디 마케팅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후원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LPGA 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상위권 선수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캐디들은 다르다. 1000만~2000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연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만큼 KB금융그룹은 올해로 6년째 캐디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KB금융그룹 한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매 대회 40명의 캐디들이 KB금융그룹 모자를 착용하는 만큼 중계 방송 등으로 노출되는 시간이 상당하다.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때처럼 후원 계약을 체결한 캐디들의 선수들이 선전했을 때는 홍보 효과가 더욱 커진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으로 시작했던 캐디 마케팅이 이제는 우리 기업의 대표적인 스포츠 마케팅 수단 중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LPGA 투어 캐디 모두가 후원 계약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KB금융그룹은 CME 글로브 포인트 60위 이내 등 몇 가지 기준을 충족시킨 캐디들과 후원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KB금융그룹 한 관계자는 “한 시즌 동안 얼마나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이 CME 글로브 포인트다. 중계 방송에 잡히는 등 언론 노출 효과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 어떤 선수와 함께 하는지에 따라 홍보 효과가 달라지는 만큼 CME 글로브 포인트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막을 내린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KB금융그룹의 모자를 쓴 캐디들은 총 33명이다. 그 중에서 톱10과 톱25에는 각각 4명, 9명이 들었다. 최종일 우승 경쟁을 펼쳤던 이소미의 캐디 역시 KB금융그룹의 모자를 착용했다.

골프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 노출 효과로만 보면 상위권 선수들의 캐디들이 중·하위권 선수들보다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선수와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를 연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프로 골퍼 후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이같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캐디 마케팅이 유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몇몇 기업들이 캐디들과 함께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페인트 회사인 발스파다. PGA 투어 전체 캐디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 발스파는 각 시즌마다 최고의 캐디를 선발하는 등 2015년부터 캐디들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 골프계에는 캐디 마케팅이 검증된 홍보 수단으로 인정 받으면서 캐디 구단까지 생겨났다. 브리지스톤과 장수도시락, 보이스캐디 등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캐디들을 대상으로 캐디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공동 9위를 차지한 개브리엘라 러펠스(오른쪽)가 KB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 캐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LPGA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공동 9위를 차지한 개브리엘라 러펠스(오른쪽)가 KB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 캐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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