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준은 6일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롯데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1개로 2타를 줄여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프로 데뷔 이후 첫 우승을 달성했다. 2위에 오른 노승희(16언더파 272타)와는 불과 1타 차. 짜릿한 우승을 맛본 박혜준은 상금 2억1600만원을 받았다.
이번 대회 3라운드에서 샷 이글을 기록하며 노승희에게 1타 앞선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던 박혜준은 생애 처음 KLPGA 투어 최종 4라운드를 '챔피언 조'에서 치렀다. 노련한 경기 운영을 펼치면서 한때 공동 2위 그룹을 5타 차까지 벌렸다. 파4 4번홀과 5번홀에서 5번 아이언과 웨지로 모두 홀 1m 이내에 붙인 뒤 연속 버디를 넣고 여유 있게 선두 행진을 펼쳤다.
중반 이후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한 사이 이다연과 배소현(이상 15언더파 273타)의 추격을 받던 박혜준은 16번홀(파4)에서 2퍼트로 보기를 적어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17번홀(파3)에서 까다로웠던 1.7m 파 퍼트를 넣었고, 18번홀(파5)에서 천금 같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우승에 성공한 박혜준은 동료 10여 명의 축하 물세례를 받고 우승 선물을 시원하게 만끽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박혜준은 6학년 때 호주로 건너가 6년간 해외에서 주니어 시절을 보냈다.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APGC) 주관 대회에서 통산 9승을 거두는 등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2021년 8월 KLPGA 투어에 입회하면서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투어 활동은 만만치 않았다. 주니어 시절에 겪어보지 못했던 국내 골프장 잔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정규 투어 데뷔 첫해인 2022년 KLPGA 투어 시즌 상금 71위에 그쳐 곧장 시드를 잃는 아픔을 맛봤다.
2023년 드림투어(2부)에서 활동한 박혜준은 절치부심했다. 그해 10월 16차전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성과를 낸 그는 드림투어 시즌 상금 8위에 오르면서 KLPGA 투어에 재입성했다. 그는 "정규 투어의 어려운 코스 세팅과 치열한 경쟁에 익숙해진 것이 골퍼로서 성장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과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마침내 올 시즌 15개 대회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초만 해도 샷 난조로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지만 지난달 29일 맥콜·모나 용평오픈에서 시즌 첫 톱10(공동 7위)에 오르고 곧장 우승하는 데 성공했다.
박혜준은 "솔직히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맞이했다고 해서 부담감은 없었다. 앞만 보고 갈 수 있으니까 오히려 자신 있게, 재미있게 경기하려고 했다. 다만 중반 이후 퍼팅이 안 들어가서 중요한 순간에 하나 정도는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17번홀에서 파 퍼트를 넣었던 게 결과적으로 우승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돌아봤다.
키 177㎝에 탄탄한 체격이 장점인 박혜준은 이번 대회에서 약점이었던 퍼팅에 자신감이 붙으며 우승의 꿈을 이뤘다. 올 시즌 첫 대회부터 빗자루 형태의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하던 박혜준은 이번 대회에는 일반 퍼터를 들고나왔다.
그는 "브룸스틱 퍼터가 잘 안 맞았다기보다 최근 흥미가 좀 떨어져 일반 퍼터로 한번 바꿔봤는데 우승을 하게 돼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해 준우승을 두 번 하면서 올해 목표를 '우승 두 번'으로 잡은 박혜준은 내친김에 '개인 첫 시즌 다승'을 꿈꿨다. 그는 "올해 잡은 목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다음 우승을 기다리면서 차분하게 플레이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2주 전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시즌 첫 승을 거뒀던 노승희는 18번홀에서 이글 퍼트에 성공하며 박혜준과 잠시 공동 선두에 올랐지만 끝내 2타를 줄이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메인 후원사 대회로 경기에 출전한 김효주와 최혜진은 나란히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해 공동 18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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