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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 너는 왜 실수하면 안 돼?” 이정효 감독 말에 주세종 “베테랑은 모든 게 완벽해야 하는 줄 알았다” [이근승의 믹스트존]

  • 이근승
  • 기사입력:2025.07.04 06:54:00
  • 최종수정:2025-07-04 09: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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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FC 이정효 감독이 신뢰하는 선수 중 한 명은 주세종(34)이다. 이 감독은 “무언가를 가르쳐주면 받아들이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주세종 같은 선수가 5, 6명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극찬했다.

주세종은 경험이 많다. 주세종은 2012시즌 부산 아이파크에서 프로에 데뷔해 FC 서울, 아산 무궁화(해체), 감바 오사카(일본), 대전하나시티즌 등을 거쳤다. 주세종은 2024시즌을 마치고 대전을 떠나 광주 유니폼을 입었다.

주세종이 광주를 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이 감독의 존재였다. 주세종은 시즌 절반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말한다.

광주 FC 주세종. 사진=이근승 기자
광주 FC 주세종. 사진=이근승 기자
주세종(사진 왼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주세종(사진 왼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 FC 주세종. 사진=대한축구협회
광주 FC 주세종. 사진=대한축구협회

주세종은 7월 2일 울산 HD와의 2025시즌 코리아컵 8강전에선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팀의 1-0 승리에 이바지했다.

‘MK스포츠’가 2일 울산전을 마친 주세종과 나눴던 이야기다.

Q. 울산을 잡아내고 코리아컵 준결승으로 향했다.

울산이란 강한 팀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어서 아주 기쁘다. 우리가 코리아컵 준결승 진출이란 성과를 냈다. 기분 좋은 하루다.

Q. 울산이 체력적으로 온전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부분에 관해서 경기 전 후배들에게 이야기해 준 게 있었나.

특별한 말을 하진 않았다. 단, 경험을 꺼냈다.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전 알 힐랄과의 맞대결을 치르고 나서 울산 원정에 나섰었다. 시차 적응이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치른 경기였다. 몸이 정상적일 리 없었다. 오늘은 이와 반대인 상황이었다. 선수들에게 그때를 떠올리면서 “전반부터 강하게 하자”고 했다.

알 힐랄이 클럽 월드컵 16강전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4-3으로 잡았다. 사진=AFPBBNews=News1
알 힐랄이 클럽 월드컵 16강전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4-3으로 잡았다. 사진=AFPBBNews=News1
맨시티 스트라이커 엘린 홀란드. 맨시티는 클럽 월드컵 16강전에서 알 힐랄에 3-4로 패했다. 사진=AFPBBNews=News1
맨시티 스트라이커 엘린 홀란드. 맨시티는 클럽 월드컵 16강전에서 알 힐랄에 3-4로 패했다. 사진=AFPBBNews=News1
고개 숙인 맨체스터 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 사진=AFPBBNews=News1
고개 숙인 맨체스터 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 사진=AFPBBNews=News1

Q. 광주와 맞붙었던 알 힐랄이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16강전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4-3으로 잡았다.

안다(웃음). 우리가 알 힐랄에 0-7로 패했었다. 알 힐랄이 맨시티를 상대론 4골을 넣고 이겼다. 선수끼리 “우리가 진짜 좋은 팀하고 붙었었다”는 얘길 했다. 많은 선수가 “알 힐랄은 진짜 유럽 팀 같다”는 얘기도 했다.

Q. FIFA가 힘을 줘서 개편한 클럽 월드컵이 열리고 있다. 광주 선수들도 클럽 월드컵을 챙겨보고 있나.

하이라이트는 보는 것 같다. 경기를 온전하게 챙겨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우리 코칭스태프는 경기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클럽 월드컵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좋은 장면이나 전술 등을 분석해서 선수들에게 공유해 주신다.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원하는 게 있으면, 이 역시 정리해서 보내주시고 있다.

주세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주세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오늘 전반 23분에 첫 번째 쿨링 브레이크가 있었다. 경기를 보는 사람도 너무 덥고 습하더라. 뛰는 선수는 어땠나.

지난 주말(6월 28일) FC 안양 원정에 다녀왔다. 그땐 비가 내리다가 그쳐서 엄청나게 습했다. 오늘은 뜨거운 데다가 습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여름이 이제 시작이다(웃음). 날씨가 더워지면 체력,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실수가 평소보다 많이 나온다. 누가 더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더 집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Q. 코리아컵 4강 상대가 K리그2 부천 FC다. 부천도 좋은 팀이긴 하지만, K리그2 소속이다. ‘광주가 객관적인 전력에선 앞선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이정효 감독은 코리아컵 우승 욕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부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코리아컵 준결승에 오른 팀이다. 방심은 없다.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이정효 감독께서 “우승하겠다”고 하신다면, 선수들은 감독님을 믿고 가야 한다. 감독님이 우승을 목표로 하신 만큼, 선수들은 감독님을 믿고 철저히 준비하겠다.

우리가 2024-25시즌 ACLE를 경험했다. 광주가 아시아클럽대항전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광주 모든 구성원이 이 대회에 왜 나가야 하는지 느꼈다. 코리아컵 정상에 오르면, 아시아 무대에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다.

Q. 주세종은 광주에서 이름값이 가장 높은 선수다. 그런데 출전 시간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 부분에서 아쉬움은 없나.

하루하루 이정효 감독님과 훈련하고, 팀원들과 땀 흘리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경기에 들어갔을 땐 감독님이 기대하고 계신 걸 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출전 시간은 상관없다. 길든 짧든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다. 1분을 뛰어도 모든 걸 쏟아내면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여야 한다.

주세종(사진 왼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주세종(사진 왼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광주가 ACLE를 마치고 조금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선수들도 혼란스러웠던 것으로 안다. 주세종은 경험이 많지만, 이런 일은 경험해 본 적이 없지 않으냐. 그때 멘털 관리는 어떻게 했나. 혼란스러워하는 후배들에게 해준 이야기가 있을까.

구단 안팎으로 안 좋은 얘기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선수들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정효 감독님을 필두로 경기에만 집중하고자 했다. 좋은 경기를 펼치는 것이 선수가 해야 하는 일 아닌가. 경기에 더 집중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힘들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우리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온 힘을 다하시지만, 뜻대로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우린 계속해서 경기에만 신경 썼다. 그럴 때일수록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고 봤다. 우리가 묵묵히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면, 외부에서도 우리의 노력을 조금이나마 봐주시지 않을까 싶었다.

Q. 변준수가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주세종은 월드컵도 다녀온 대표팀 선배 아닌가. 후배에게 조언해 준 게 있나.

(변)준수와 대전에 있을 때부터 호흡을 맞췄다. 준수가 2023시즌을 마치고 광주로 향했다. 나는 2025시즌부터 광주에서 뛰고 있다. 준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더라.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선수다. 준수는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평소처럼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다.

주세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주세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주세종이 경기에서 뛰는 걸 보면 간절함이 느껴진다. 2025년 주세종에게 경기는 어떤 의미인가.

광주에 오기 전까지 강박이 있었다. ‘내가 선배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배는 경기장에 들어가서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고 봤다. ‘매번 좋은 패스를 연결하면서 후배들에게 신뢰와 용기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너무 강하다 보니까 축구가 뜻대로 안 됐다.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도 들었다.

광주에서 이정효 감독님과 함께하며 많은 게 바뀌었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한다. 하루는 감독님이 내게 그랬다. 감독님이 “(주)세종아, 좋은 패스, 좋은 연결 좋다. 그런데 너는 왜 실수하면 안 돼?”라고 물어본 거다. 섣불리 답을 못했다. 그러자 감독님이 “나는 네가 선배답게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고 마음이 편해졌다. 프로로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한 거다. 하지만,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면 절대 발전할 수 없다. 내가 앞장서서 ‘누구든지 넘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서 가면 된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선배가 앞장서서 도전하지 않는데, 후배들이 과감하게 할 수 있겠나. 내가 앞장서서 도전하고, 부딪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후배들이 따라올 수 있다. 이정효 감독님 덕분에 축구를 더 즐기게 된 것 같다.

주세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주세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선수 생활하면서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지도자를 얼마나 만나 봤나.

내가 많이 들었던 건 “베테랑답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였다. 대표팀 생활할 때도 그랬다. 지도자분들이 베테랑에게 강조한 건 ‘솔선수범’이었다. “네가 실수하면 안 되지. 네가 좋은 모습을 보여야 후배들이 따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더 완벽하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시야가 좁아지고, 경기력까지 떨어졌던 거다.

이정효 감독님이 내게 “세종아, 뭐가 창피하냐. 네가 실수하면, 다른 선수가 메꿔주면 돼. 대신 다른 선수가 실수했을 땐 네가 확실하게 메꿔줘. 그게 팀이야. 이렇게 해야지 너도 더 오래 축구할 수 있다. 우리 팀도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감독님이 내게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하라”고 한 말이 큰 전환점이 된 것 같다. 공격할 때나 수비할 때나 계속해서 도전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광주=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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